◆ 진또배기 ◆
최근에 이성우라는 가수가 부르는 노래 중에 ‘진또배기’란 가요가 있다.
가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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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촌마을 어귀에 서서 마을의 평안함을 기원하는
<후렴> 진또배기 진또배기 진또배기
오리 세 마리 솟대에 앉아 물불 바람을 막아주는 <후렴>
모진 비바람을 견디며 삼재의 재앙을 막아주고 말없이 마을을 지켜온 <후렴>
아 호야듸야 호야듸야
풍어와 풍년을 빌면서 일 년 내내 기원하는 <후렴>
배 띄워라 노를 저어라 파도가 노래한다 춤을 춘다 <후렴>
오리 세 마리 솟대에 않아 천재지변을 막아주는 <후렴>
세찬 눈보라를 견디며 바다의 심술을 막아주고 묵묵히 마을을 지켜온 <후렴>
아 호야듸야 호야듸야
풍악을 울려라 만선이다 신나게 춤을 추자 풍년이다 <후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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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대와 우리 민족의 정서를 잘 표현 해준 노랫말이 아닐 수 없다.
여기서 ‘진또배기’라는 말은 긴 대나무를 뜻하는 '긴대'가 ‘진대’가 됐고, 진대는 변하여
"‘진또’가 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배기’는 땅에 ‘박혀 있는 것’을 뜻하는 명사형 어미정도로 추측된다.
따라서 ‘진또배기’는 ‘긴 대가 땅에 박혀 있는 것’ 또는 그 형상의 의미로 파악된다.
그러므로 진또배기란 ‘긴 대나무를 땅에 박고 그 위에 새의 형상을 올려놓은 것’으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솟대’의 다른 말이다.
-동굴 벽화 속이 솟대
솟대는 우리가 역사 시간에 배웠듯이 소도(수두가 맞는 말이라고도 한다)의 상징물이고,
솟대 위의 동물은 새로 알려져 있다.
새의 종류는 지방마다 그리고 상징하는 바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대개 오리라고 하며, 일부 지방에서는 까마귀나 기러기, 갈매기, 따오기, 왜가리, 까치, 학, 봉황 등을
얹기도 하였다고 한다.
아마 바닷가 마을에서는 까마귀나 오리보다는 갈매기를 표상하지 않았나 싶다.
어쨌든 솟대 위에는 어김없이 새가 앉아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그 새가 상징하는 바는 무엇일까?
여기에 바로 우리 민족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 새는 우리 민족의 암호 ◆
새에 대한 인간의 경외감은 새가 하늘을 난다는 사실에서 비롯되었다.
하늘을 자유로이 날라 다니는 새는 인간의 숭배 대상인 태양에까지 다가갈 수 있다고 여겨졌다.
새는 저 세상과 이 세상을 오갈 수 있는 중개자로 인식되었다.
하늘을 숭배한 우리 선조들은 새를 신성한 존재로 여겨왔으며, 소도의 전통을 이어받아
새를 마을을 수호하는 신으로 받들었다.
마을 사람들은 하늘의 사자인 새가 내려와 앉을 자리를 마련하고자, 마을의 신성한 장소에
긴 장대를 세우고, 새를 깎아 앉혀 놓았던 것이다.
우리 민족의 풍습에 남아있는 날 짐승의 예는 많다.
먼저 옛날 결혼식에 빠지지 않고 오르던 상서물이 나무로 깎은 오리 한 쌍이다.
혹자는 이것이 원앙이라고도 하나, 어쨌든 오리로 더 알려져 있다.
-결혼 축물인 오리 한쌍
한편, 신라인의 모자를 보면 날렵하고도 힘찬 꿩의 깃털 장식이 보이며, 신라 금관 장식에도
깃털 모양이 들어가 있다.
고구려의 벽화를 보면, 말달리는 무사의 머리에도 꿩 깃털이 달려 있다.
북부여의 역사책에는 “해모수 천황이 오우관(새의 깃털로 만든 관)을 착용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세종실록지리지에는 “해모수 천황이 타는 오룡거를 따르는 신하들은 모두 고니(백조)를 타고
화려한 깃털 옷을 입었다”라고 쓰여 있다고 한다.
현재의 무당(신과 인간의 중개자)이 쓰는 모자에도 꿩의 깃털은 어김없이 달려 있다.
-대구 비산동에서 출토된 청동검
대구 비산동에서 출토된 청동기 시대의 유물인 비파형 동검을 보면 수수께끼가 하나 있다.
손잡이 끝 부분에 살짝 꼬부라진 조각이 있는데, 무심코 넘어갈 수 있는 장식이겠거니 하지만,
여기에 엄청난 비밀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이게 과연 무슨 문양이란 말인가? 자세히 보면 백조(고니) 한 쌍이 고개를 돌려
나른한 사랑을 확인하는 형국이다.
살상무기에 웬 백조이며,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인 대구에 웬 백조란 말인가?
-세 발 달린 상상의 까마귀
태양에 산다는 세 발 달린 까마귀는 우리에게 익히 알려져 있다.
삼족오는 태양의 신으로 널리 숭배를 받은 전설의 새다. 삼족오는 태양이 양(陽)이고,
3이 양수(陽數)이므로 태양에 사는 까마귀의 발은 3개라고 여겼기 때문이기도 하고,
천(天)·지(地)·인(人)을 의미하는 것이라고도 한다.
고구려 시대 각저총, 쌍영총, 천왕지신총 등 고분 벽화에 삼족오가 많이 그려져 있다.
<삼국유사>에는 ‘까마귀가 나타나 사람에게 해야 할 일이나 일어날 일을 미리 알려주는 영험한 존재’
로 등장한다.
일본의 임금이 된 신라의 연오랑과 세오녀 전설에서도 삼족오가 등장하는데,
연오랑(燕烏郞)과 세오녀(細烏女)의 이름에는 까마귀 오(烏)자가 들어 있다.
-대통령 휘장인 봉황과 무궁화 문양
한편, 대통령 문양으로 쓰였던 봉황(鳳凰)은 상상의 동물로 용과 학이 교미하여
낳은 상서로운 새라고 한다.
봉황은 수컷인 봉과 암컷인 황을 함께 말하는 것이지만, 봉(鳳)과 황(凰)의 원래 뜻은
봉이 바람과 큰새를, 황은 새 중의 왕과 태양을 의미한다고 한다.
태양 속에 살고 있는 세 발 달린 까마귀는 현조(玄鳥) 혹은 삼족오로 불렸다.
따라서 현조인 삼족오나 봉황 모두 태양 새를 일컫는 신조(神鳥)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민족은 옛부터 스스로를 하늘의 자손(천손)이라고 여겨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매개로서
새를 중요시 하였는데, 그 중에서도 봉황을 으뜸이라고 쳐서 신성시 하였다.
조선 시대에는 봉황을 임금의 상징으로 삼았다고 한다.
또한 봉황은 대통령을 상징하는 문양으로 사용되었으나 현재의 이명박 대통령이 봉황문양을 버리고
새로운 문양을 사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 민족의 풍습에 나타난 날 짐승들을 살펴보았다.
먼저, 솟대에 올라앉은 대표 새인 오리는 혼인에도 등장하였다.
꿩 또한 그 화려한 깃털로 우리 선조의 머리를 장식했으며, 비파형 동검에는 백조가 앉아 있었다.
태양 속에 살고 있다는 삼족오는 우리 민족과 함께 하고 있으며, 봉황은 지금까지 최고의 권위와
명예를 상징하였다.
그렇다면 우리 민족의 풍습에는 왜 이토록 많은 새들이 등장하는 걸까?
그 수수께끼의 해답을 구하기 위해서는 우리민족의 발자취를 따라 머나먼 여행을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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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영 교수(동아방송예술대 교수·언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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