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만난 것은 아마 일 년 전 쯤이었을 거다.
그녀는 큰 눈에 작지만 도톰한 입술을 가진, 꼭 나의 이상형에 맞는 여자였다.
생머리의 그녀는 가끔씩 나를 놀라게 할 정도로 이뻤다. 적어도 내 눈에는 말이다.
친구녀석의 손에 등에 떠밀려 그녀와 처음으로 대화했을 때는,
너무 떨려서 장이 멎는 줄 알았다.
하지만, 나는 활발하고 밝은 성격에 매력에 어느샌가 푹 빠져 버렸고,
맨날 그녀만 생각하고, 그녀를 만나는 재미에 살았다.
시간이 꽤 흐른 뒤 나는 그녀와 더 친밀해졌고,
치밀하게 계획을 짠 뒤 그녀에게 고백하기로 마음 먹었다.
밤 10시, 그녀를 집 앞 공원으로 불러냈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왜 자기를 불렀냐는 물음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의 물을에 맥주를 건네며 회피했다.
맥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알딸딸한 기분에 분위기는 무르익어 갔다.
약 30분쯤 실없는 대화를 하다가, 술 기운 탓인지, 용기를 얻었다.
그리고 바로 그녀를 좋아한다는, 갑작스런 고백을 했다.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그녀는 연신 당황한듯 보였다.
그녀가 아무 말이 없자, 나는 나와 사귀어달라는 고백을 했다.
그러더니 그녀는 그제야 웃으며,
"좋아. 나도 니가 듬직해 보여서 호감이 있었어."
라는 말이 돌아왔다.
너무나 기뻐서 날아갈 것만 같았다.
사 온 맥주와 안주를 다 먹고 나서 우리 둘은 헤어졌다.
어느새 내 휴대폰에 그녀의 이름은 '내 반쪽' 으로 저장되어 있었다.
그 뒤로 우리 둘은 집에서 잠잘 시간만 빼고 거의 붙어 다녔고, 손만 잡아도 서로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서로 관심사도 비슷해서 만날 때 마다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나는 이 세상 모든 것을 다 거머쥔 느낌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와 같이 데이트를 끝내고 그녀를 집으로 데려다 주는 길이었다.
그날따라 유난히 초조해 보이던 그녀는 집에 들어가지 않고
나를 공원으로 불러냈다.
그녀가 나에게 고백을 받았던 공원이다.
머리를 내 어깨를 기댄 채로 '으음..' 하고 신음만 내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충격에 빠졌다.
그녀가 내일 미국으로 출발한다.. 아빠의 회사가 미국에 있는 지사로 발령받았다고 한다.
나는 애써 표정을 유지하고 물었다.
"그래서....? 결국 우리 헤어지는 거야...?"
그녀가 말했다.
"...미안해.. 내가 내일 떠나면, 나는 너를 영원히 보지 못할지도 몰라.. 나는 장거리 연애로도 너를 사랑할 자신이 없어..."
"... 나는 널 언제나 사랑하고 바라봐 줄 수 있는데.."
"미안해.. 아빠한테 나도 꼭 가야 하냐고 물었더니, 아빠는 꼭 가야 한다고 확답을 하셨어.."
"안돼.. 가지마.."
"... 안될거같아.. 그러고보니 우리 아직 진도도 많이 못나가봤구나..?"
"... 그런게 중요한게 아니잖아.."
"내가 가기전에 마지막으로 해 줄수 있는 선물을 줄게.. 눈 감아줘.."
그 말에, 나는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았고,
한 5초쯤 지났을까?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 눈 떠봐.."
나는 눈을 떴고, 그 순간 나는 그 자리에서 한 마리를 연신 외쳐댔을 뿐이었다.
"아슈발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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