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얘깁니다.

이야기는 십년 전 대학다닐 때부터..
동아리 활동에 미친듯이 매진하고 학교 생활은 뒷전이었는데..어느날 신규 동아리 회원을 환영하는 자리에서 그녀를 봤습니다.
그러고 의외로 열심히 활동하더군요..결국 제 눈에 뭐가 씌이게 되더군요.
그냥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동아리 회원 정도의 간격을 유지했습니다.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그냥그녀 앞에서는 머리가 바보가되어서 이상한 소리만 해대니 도통 대화를 할 수가 없어었어요.

그러고 2년쯤 되었을때 고백을 하고 과감하게거절당했죠....지금 생각해도 미친짓이었죠..지금도 이불을 가끔가다 찹니다.

그러고 나서도 그녀는 굳이 절 멀리하지도 불편해하지도 않았죠.. 그래서 그저 그런 동아리 사람 관계로 유지했습니다. 그러고 가끔씩 연락하고 몇년 더 있다가 그녀가 유학을 갔습니다. 그러고 연락은 끊겼죠.

문제는....10년동안 단 하루도 머리속에서 그녀를 떠올리지 않은 적이 없어요. 아무리 냉정하게 생각해봐도 공통점도 공유할 꺼리는 고사하고 아예 사는 세계가 틀린 사람인데... 왜 머리속에서 지우질 못하는지..

그녀가 한국에 돌아왔었다는 소식은 언듯 들었지만, 연락은 끊긴 그대로였습니다. 그러다가 얼마 전 예전 동아리 사람들 모이는 자리에 갔더니 그녀가 나와있었습니다. 그래도 못본 세월이 워낙 길었으니 제 머리 속에서 환상이 되어 제 맘대로 미화된 이미지와 다르겠지 했는데.....

그녀는 옛날 그대로네요.. 반가워해주고 전화번호를 알려달라는 말에 어리버리 그녀의 전화기에 제 번호를 찍어주었죠. 전 전화번호를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또다시 제 머리속을 더이상 차지하는게 힘들거 같아서..여러명이 자리에 앉았는데 공교롭게 그녀 바로 옆에 앉아있는 절 발견했고, 수시로 어깨가 닿을때마다 속으로 흠칫 놀라곤 했습니다.
그리고 자리는 파하고 전 집에 갔죠.

다음날 카톡을 보니 친구 추천 리스트에 그녀가 있네요. 차단 버튼을 몇번이고 누를까말까.. 손가락만 왔다갔다..
정말 며칠째 일도 제대로 못하겠고 미치겠네요.
도대체 어떡해야 제 머리 속에서 지워낼 수 있을지...
정말 지울 수 있다면 제 머리 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어요.
너무 힘들어요... 지우고 싶은데 지워지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