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이게 오유의 첫 글이 되겠군요.
원래 디씨 걸그룹 갤러리들 눈팅만 하다가 특유의 문화를 견디지 못해 방황하던 차에
여기라면 마음 편하게 덕질을 할 수 있겠구나 싶어서 가입하게 되었는데...ㅎㅎ
20대 후반인 지금도 키보드 워리어의 피가 아직 흐르는지... 자꾸 논쟁에 참여를 하게 되네요.
우선,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저와 제 주변 사람들(모두 평범한 직장인, 취준생들입니다)이
어째서 그 표지 사진을 불편하게 여겼는지 좀 담담하게 설명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을 공격하거나 계몽하기 위한 글이 아니니 오해하지 마셨으면 합니다.
글의 경제성을 위해 다소 딱딱하고 단정적인 어투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은 미리 말씀드리고 사과드리겠습니다.
글재주가 없기 때문에 본론부터 말씀드릴게요.
김병옥 씨가 등장한 맥심 표지는 아무런 맥락 없이 너무나 적나라하게 폭력을 드러낸 데에 가장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피해자가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라는 점은 거기에 따라오는 문제죠.
이런 주장을 했을 때 가장 많이 들어오는 반론이 있습니다. 영화는 되면서 왜 잡지 사진은 안 되냐는 것이죠.
우선 확실히 하고 싶은 것은, 영화의 경우에도 맥락 없이 폭력을 위한 폭력만을 전시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비판과 논란이 따라 붙는다는 것입니다.
이건 표현의 자유와는 다른 얘기에요. 그런 영화를 상영하지 못하게 정부에서 막는다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지만, 거기에 대해 비판하고, 관람하지 않을 것을 주장하는 것은 정당한 국민의 권리입니다.
두 번째 문장에서 눈치를 채신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영화와 이번 사진이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맥락이 있느냐의 차이입니다.
영화에서 사용되는 폭력에는 감독의 의도가 들어가 있습니다. 주인공의 잔인함이나 고통을 드러내기 위해 폭력을 보여줄 수도 있고, 배경이 되는 시공간을 묘사하기 위해 폭력을 보여줄 수도 있죠. 이 모든 것들이 폭력의 맥락으로 기능합니다.
(다만 위에도 말씀드렸듯, 그저 폭력을 위한 폭력에는 반드시 비판과 논란이 따라 붙습니다.)
그런데 이번 맥심 표지의 경우에는 그런 맥락이 없습니다.
김병옥 씨의 필모를 드러내기 위해 폭력배의 모습을 묘사했다는 주장은 저도 납득을 합니다. 하지만 굳이 범행이 벌어지는 현장과 피해자의 모습을 그렇게 구체적으로, 적나라하게 재현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잡지 사진은 영화의 한 장면을 묘사한 것이 아닙니다. 에디터와 사진 작가가 또 다른 시공간을 창조해 낸 것이죠. 그리고 그 시공간은 자세한 설명 없이 그저 폭력적인 사진 몇 장으로만 표현이 됩니다. 그 사진 몇 장에는 자세한 설명이 붙지 않고, 또 그럴 수도 없습니다.
게다가 그 사진은 김병옥 씨라는 한 인간을 보여주는 것이 아닙니다. 독자는 그저 가학적 쾌감에 미소 짓는 한 폭력배와, 죄 없이 희생양이 된 여성의 매끈한 다리만을 볼 수 있을 뿐입니다. 김병옥 씨를 모르는 사람도 충분히 있을 텐데, 그런 사람에게는 말할 필요도 없겠죠.
물론 잡지사의 의도는 명확합니다. 김병옥 씨의 필모그래피를 자극적으로 압축해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서 그런 화보를 기획하고 전시했을 겁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 화보가 불편하게 느껴집니다. 적어도 납치 및 살해라는 심각한 범죄 현장을 그렇게 구체적으로 묘사한 화보집이, 단순히 관심을 끌기 위해, 누군가를 자극하기 위해 활용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THE REAL BAD GUY', '진짜 나쁜 남자를 보여준다'는 카피가 더해지면 이것은 충분히 많은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는 수준의 반사회성이지 않을까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저는 저 화보를 보고 아무런 느낌도 받지 못하신 분들을 비난하거나 계몽을 유도하기 위해 이 글을 작성한 것이 아닙니다. 논란이 확대되는 것도 원하지 않고요.
다만 왜 사람들이 저 화보를 그렇게 불편하게 여기는지...
왜 다른 매체에서의 폭력성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그냥 아무 이유 없이 빼액거리는 건 아니라는 걸 알아 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주저리 주저리 떠들게 되었습니다.
길고 알맹이 없는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