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上편에선 보컬로이드가 가지는 특징과 기본적 정체성에 대해 설명해봤습니다. 사실 上편 다음 下편으로 끝내려고 했으나, 다루어야 할 2차창작 내용이 많고 동인계를 제외한 기업주도의 컨텐츠도 있어서 中편을 쓰게 되었습니다.
中편에서는 보컬로이드의 창작 분야들과 성장과정에 대해서 간략히 서술하고자 합니다.
6.일러스트
동인계에서, 아니 서브컬쳐 계열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고 그 풀도 굉장히 넓은 "그림" 창작에서도 보컬로이드를 주제로 한 그림들이 속속들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캐릭터의 하나로써 그려내는 것은 물론, 보컬로이드 곡에 덧붙은 PV의 형태로 제작되기도 합니다.
하츠네미쿠 - 연애재판
작사/작곡 : 40mP
영상/일러스트 : たま(타마)
연애재판은 연인의 감정을 판결에 빗대어 노래하는 곡으로 PV에서 미쿠와 연인인 남성은 각각 판사와 죄인으로 그려집니다.
굳이 시리즈를 통해 이야기가 이어나가지 않더라도, 곡 하나만으로 감정과 짧은 서사를 그려내는데 그림은 굉장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7.우타이테(불러보았다)
보컬로이드 이전에도, 사실 일본 뿐 아니라 세계 각지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있었죠. 이미 존재하고 있는 가수의 곡을 커버하여 부르는 것을 말합니다.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내기 위해 만들어진 음성 합성 소프트웨어, 아이러니하게도 그걸 이용해 만든 노래를 다시 사람이 따라 부르는 거지요.
이전의 그림영역에서만 주로 이루어지던 재창작(쉽게 말하자면 3차창작)이 이제 음악(노래)의 영역으로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하나의 보컬로이드 곡에 몇 명, 아니 몇 십명의 사람들이 그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합니다.
우타이테는 기존 설정된 언어에만 한정되었던 보컬로이드를 넘어 우타이테들을 통해 전 세계의 언어로 퍼져나갔고, 이는 보컬로이드 문화가 단지 일본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Blessing [World Edition]
기존 원곡에서 6명의 보컬로이드가 부르는 곡을, 각국의 13명이 모여 서로 다른 언어로 노래를 불렀습니다.
우타이테는 내가 부르고 싶은 곡을 불러본다는 의미를 넘어, 기계적으로 만들어진 보컬로이드를 사람의 목소리로 재탄생시키는 하나의 창작과정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8.오도리테(춤춰보았다)
음악 문화라면 또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춤"아닐까요. 우리나라에서 2007년 텔미와 함께 폭풍처럼 확산된 UCC열풍을 생각하면 쉽습니다.
보컬로이드 곡을 사람이 다시 따라 부르는것을 넘어, 이젠 안무를 만들어 직접 노래에 따라 춤을 추는 사람들이 나타납니다. 오도리테는 그 하나로써만의 가치 뿐 아니라 우타이테와 콜라보레이션을 하며 음악적 요소의 재창작과 함께 안무의 창작이 어우러지게 됩니다.
MMD와 오도리테(춤춰보았다)에서 자주 사용되는 라마즈P의 곡 "wavefile"
9.MMD(MikuMikuDance)
MMD는 3D모델을 직접 움직이게 할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프로그램 초기에 하츠네미쿠의 모델을 가장 처음 나왔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이름이 미쿠미쿠댄스로 정해졌으며, 말그대로 미쿠를 춤추게 할 수 있습니다.
프리웨어 프로그램으로, 사용에 제한이 없으며 기존의 3D제작툴인 3D MAX나 마야등에 비해서 비교적 쉽게 3D 모델을 이리저리 움직이고 놀 수 있었기 때문에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초기에는 동적인 감각을 위해 PV에 일러스트 대신 쓰이기 시작했지만, 지금에 이르러선 드라마, 개그물, 애니송 안무 등등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또한 상당수의 타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의 캐릭터가 모델링 되고 무료로 공개되기도 하여 보컬로이드 영역을 넘어 서브컬쳐 전반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MMD와 오도리테(춤춰보았다)에서 자주 사용되는 라마즈P의 곡 "wavefile"
모델은 비교적 최근에 나온 "TDA식 미쿠"입니다.
주기적으로 MMD를 이용한 창작물을 두고 시상하는 MMD 대회가 열리기도 하며, 동방프로젝트나 러브라이브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MMD를 이용한 창작물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더불어 MMD에 사용될 모델 또한 미쿠의 새로운 모델 뿐 아니라 새롭게 나온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MMD를 사용하기 위한 소스로써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MMD 또한 기존의 보컬로이드와 같은 3D용 2차창작 도구로써 자리잡게 된거죠.
10.서적화
우리나라엔 비교적 생소할 수 있는 항목이지만, 일본에서는 지금도 활발히 보컬로이드의 이야기(서사)를 이용, 확장하여 도서가 출판되고 있습니다.
국내에는 악의 하인 시리즈가 정발되어 있으며, 최근에는 하츠네 미쿠의 소실을 기반으로 쓴 소설이 정발되기도 하였습니다. 최근 일본에서는 Night시리즈, 행복안심위원회, 천상의 여우가 소설화 되었습니다.
지난 12월, bad∞end∞night가 일본에서 소설로 발매된 동시에, 만화화가 결정되었습니다.
하츠네미쿠의 소실은 올해 1월 국내 정발되기도 했습니다.
5분내지의 짧은 곡 하나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더 넓게 소설이나 만화로 확장되는 겁니다. 이는 보컬로이드 자체의 성공이 아니라, 누군가가 만든 보컬로이드 곡에서 많은 사람들이 영감을 느꼈기 때문일 겁니다.
이번에는 보컬로이드의 재창작과 그 동인문화의 장르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이 뿐 아니라 소설, 만화, 애니메이션화 된 카게로우 프로젝트나 최근 애니메이션화 예정인 미가쿠라 학원모음곡등, 그 모양새와 테두리의 크기는 창작물에 따라 제각각이며 이 외에도 굉장히 많은 시리즈/프로젝트들이 있습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보컬로이드를 사랑하고 이리저리 재미있게 다듬으며 놀았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