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맥주에 관한 일화를 써보려 한다.
맥주..캬. 이름만 들어도 설레이는 그 이름. 사실 소주는 입에도 안댄다. 개인적인 취향이랄까. 그럼에도 맥주라면 눈을 뒤집고 달려드는 헤비 헤비 드링커. 2달간 여행하며 단 ! 하루도, 맥주를 2캔이상 마시지 않은 적이 없다. 기본적으로 저녁 식사때와, 야식으로 무조건 맥주를 마셨다. 어찌 한국 맥주와 비교하리오(사실..한국 맥주도 엄청 맛있게 잘먹는다...^^). 신선하고 가득한 홉은 언제나 내 입을 즐겁게 해줬고, 혼자 여행하는 적적함을 맥주한잔에 털어버렸다 할까~?
하루 종일 신선한 바람을 맞으며 라이딩 후, 해질녘 호수변에 앉아 석양을 바라보며 맥주 한캔을 마신다고 생각해보자..!
산들 바람은 계속 볼을 간지럽히고, 목으로 넘어가는 차가운 맥주는 노곤해진 몸에 잠깐의 활력을 준다.
과연 누가 이 아름다운 유혹을 뿌리칠 수 있을까~?
사실 독일은 뮌헨을 거쳐 지나는 중간기지에 지나지 않았다. 뮌헨에서 3일정도 묵은 후, 기차를 통해 스위스 취리히로 넘어가 자전거 여행을 시작하려 했기 때문이다. 취리히부터 파리 코스가 약 2000km 정도 됬으니 관광을 하며 여유있게 자전거 여행을 할 수 있는 코스로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뮌헨에서 맥주를 마시며 내 계획은 점 점 망가지기 시작한다.
뮌헨에서 가장 유명한 맥주집인 호프브로이 하우스! 약 2000명도 넘게 수용 가능한 이 펍은 말그대로 광장같은 느낌을 준다. 홀 밖으론 이렇게 정원이 있어 한 여름밤의 날씨를 만끽하며 맥주를 마실수도 있다. 매일 매일 맥주 축제가 열리는 기분! 무엇보다 중요한건 맥주!!! 맥주 맥주다!!!! 직접 양조하고 판매하기 때문에 더할나위 없이 신선한 호프브로이하우스의 맥주. 손님이 많은 만큼 종업원도 많아 주문을 하기 위해선...정말...한없이 기다려야 하지만...^^ 맥주를 위해서라면야 무엇이 방해가 되리오. 군대간 남친 100일 휴가를 기다리는 고무신의 마음으로 초조하게,,,때론 잊은듯이 그렇게 종업원을 기다린다. 그리고 나온 맥주는...
이 늠늠한 맥주의 모습. 밀맥!!!!!!! 작아보이지만...1리터다..^^ 호프브로이에선 맥주를...1리터 단위로 시켜먹는다 ^^ 메뉴판에 500미리가 있긴 하지만,, 시킬때마다 안된단다. 써놓지를 말던가!! 하지만 난 상관없다~ 어차피 1리터 먹을꺼니까. 생맥, 밀맥, 흑맥 이외에도 다양항 맥주가 있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맥주는 단연 밀맥이다. 호프 브로이하우스에서 먹은 밀맥을 먹은 순간....난,
진심으로 잠깐 정신을 잃는다. 멍하다. 정말 누가 뒷통수를 세게 때린듯이 멍하다. 진짜 맞은건가 뒤를 돌아보지만 나무 한그루만이 나를 한심하게 쳐다볼 뿐이다. 이게 맥주라고!? 말도 안돼. 이 맛은 설명이 안된다. 정말 맛있다. 차갑고 신선함은 물론, 정말 빵을 먹는듯 고소하다. 맥주를 먹으며 내내 뱉은 말이라곤
'뭐야 이거, 빵 아니야??'
'빵 갈아 놓은것 같은데!!?'
'이거 사기같은데, 맥주 아니고 천사의 눈물같은데'
그랬다. 정말 천사의 눈물에도 맛이 있다면 이 맛일 수 밖에 없다. 입안 가득 채우는 밀의 향과 고소함. 부드럽게 목 뒤를 넘어가는 매끄러움. 적절히 취기가 도는 도수. 하. 내가 다시 살아도 이런 맥주를 또 먹을 수 있을까!? 아..여기 또 오면 되지... 그렇게 난 맥주를 세 잔 이나 먹었다. 3리터.. 3일 연속으로...^^ 3일 내내 같은 펍을 가서 같은 맥주를 9리터 먹었다고 하면 욕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후회가 없다. 내 인생에서 단연 가장 맛있는 맥주였으니까.
3리터를 먹으니 취기가 돈다. 하지만 숙소에 돌아와 가장 먼저 한 일은...여행 루트 바꾸기. 그렇다. 난 이 맥주를 두고 취리히로 떠나기 싫었다. 독일 맥주를 안먹어 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다고, 이렇게 떠날수는 없었다. 맥주 is my life!! 정신으로 루트를 전면 수정한다. 취리히 부터 시작하기로 했던 기존의 루트 대신 뮌헨에서부터 페달을 밟기로 한다. 이렇게 하면 독일에 일주일 이상이나 더 있을 수 있었다. 그럼 ...맥주도..^^자연스레 일주일 이상 더 먹을수 있다는...
그랬다. 나는 맥주 때문에 루트를 바꿨다. 덕분에 독일에서 열흘 넘는 시간을 있었고, 자전거는 1000km를 더 타야했다. 여유있었던 일정은 조금 빡빡해 졌고, 하루에 타야하는 라이딩 거리도 부쩍 늘어났다. 여행 전체에 큰 변화를 준 셈이다. 맥주 때문에. 그 첫 한잔 때문에. 이후 독일 루트동안 점심, 저녁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맥주를 마셨다. 마실때 마다 탄성을 자아내는 맛은 도대체 어떻게 만드는거야! 하 정말 궁금하다.
하지만 독일 루트 이후 점심에는 맥주를 입에 대지 않았다. 맛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맛에 취해 두잔을 연거퍼 먹고 라이딩을 하던나는 기어코 다리가 풀렸고, 텔레토비 뒷동산 같은 언덕도 끌바를 해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10분 죽어라 타면 10분을 쉬어야 하는 비 경제적인 라이딩 ㅠ.ㅠ 그러던중 뒷산 산보하듯 가볍게 페달을 밟으며 올라가는 70대 흰수염 할아버지를 보게 됬다.
이런 뒷동산임에도 불구하고....
포기포기...하 힘들다..!!ㅠ.ㅠ 이 넋나간 표정..
나란 놈은 뭐하는 놈인건가...저 할아버지도 새처럼 날아가는 이 구간을!'심한 자괴감에 쌓인 나는 더이상 점심'에 맥주 먹는 일을 그만 두게 된다. 사실 안전을 위해서도 ^^ 컨디션을 위해서도 음주 라이딩은 옳지 않지 않는가. 아무리 맛있어도 자전거 여행중 점심 음주는 피하자 ^^ 당신 옆을 유유히 지나가는 할아버지에게 자존심이 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