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캐릭은 골드 2티어이다.
200판 만에 골드에 안착했다.
더 이상의 욕심은 없다. 미드를 잡지 않는 한, 내 수준으로는 결코 플레티넘을 넘보지 못할 것을 알기에..
골드 2~3. 이것이 내 실력의 한계.
- 스스로 판단하기에 미드는 플래티넘 4~5급, 정글은 골드 2~3급, 원딜은 실버 4급, 서포터는 골드 3~4급, 탑은 브론즈 1~2급.
한계를 알고 나니, 더 이상 게임이 재미있지 않다.
승급에 대한 미련이 사라진다.
본캐릭을 키운다.
본캐릭은 실버 1티어이다.
무려 2천 판을 넘게 플레이 했다.
골드 승급전만 네 번 실패.
실패할 때마다 실버 5로 추락.
승급전이 아닐 때도 강등된걸 감안하면 실버 5를 최소 열 번은 찍었을 것이라..
55%에 육박하던 승률은 어느새 40퍼 대로 추락한다.
자신있는건 애니비아[미드]와 아무무[정글], 알리스타[서포터]와 럭스[서포터] 끝으로 쉬바나[정글].
항상 최고의 플레이를 펼쳐왔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여전히 실버.
함께 시작한 친구들은 플레티넘을 목전에 두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단력, 피지컬 모두 내 쪽이 월등히 앞선다고 생각하며, 실제로 그들도 그렇게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들은 말한다. "넌 왜 그 실력으로 맨날 제자리 걸음이냐?
재차 그들은 말한다. "넌 멘탈이 글러먹었어."
나는 반박한다. "프로게이머의 99%는 패드리퍼에 멘탈병신이다. 멘탈과 레이팅은 전혀 무관하다."
결국 내가 실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본인의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자승자박.
자존심이 상한다.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이까짓 실버.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탈출할 수 있다. 다만 내가 진심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승급을 위해 자존심을 버렸다.
승급을 위해 재미를 버렸다.
십 오 년 넘게 지켜온 나만의 룰.
- 블리자드 계열 마법(하늘에서 얼음이 떨어지는 마법.)이 있으면 마법사를, 그렇지 않으면 어쌔신만 플레이 한다.
- 못생긴 캐릭터는 아무리 강해도 플레이하지 않는다.
LOL에서 최초로 그 룰을 버렸다.
육식챔프를 파본다.
모스트를 버린다. 주챔은 럭스[미드] 그리고 자르반[정글].
천천히..그리고 조금씩 올라간다.
하지만 한계는 존재했다.
이를테면 애니비아로는 팀원이 0.8인분을 한다는 가정 하에 내가 3인분을 할 수 있다.
애니비아로 지는 경우는 팀원들이 골고루 약한 똥을 싸는게 아니라, 한 놈이 푸짐하게 쌀 때.
반면에 럭스로는 한 명의 똥은 확실히 치울 수 있지만, 모든 이가 약간씩 밀린다면 답이 보이지 않았다.
즉, 전 라인이 밀린다면 아무것도 못하고 자멸하게 된다.
이는 럭스라는 챔프의 속성이라기보다는, 본인의 챔프 이해도와 운영방식 그리고 피지컬이 아직 애니비아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겠지.
결국 여전히 본인의 레이팅은 실버 1.
이런 나를 두고 혹자는 비웃는다.
"남탓하지 말고 네 실력을 탓하렴. 실력이 안되니깐 거기 있는거야. 실론즈새끼야."
"그 실력에 골드는 무슨. 얼마 주고 올라갔냐?"
자존심이 상한 본인은 그럴 때마다 1:1을 제안한다. "본캐릭이 골드인데도 안되는건 안되던데? 그리고 넌 내가 ad 애니비아를 해도 숨도 못쉬게 만들 수 있다."
현재까지 패배는 단 두 번 뿐.
- 한 번은 1:1의 룰을 몰라서 초반에 쳐바르다가 50분이 넘어가자 넥서스가 날아감. [애니vs트페]
- 다른 한 번은 비록 패배했으나, 본인의 실력이 상대보다 우위였음을 상대가 인정함. [애니 vs 스웨인]
자아도취에 빠진 본인은 자위한다.
랭겜은 운이다. 적어도 초식챔프로는 이 공식에 부합한다.
일련의 생각들은 매우 위험한 사상을 심어준다.
"내가 지는건 우리편이 못하기 때문이야!"
자기합리화에 빠진다.
더 이상 승리에 집착하지 않는다.
나에게는 보험(부캐릭)이 있기에.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개소리!
어설픈 칭찬은 그들로 하여금 자만에 빠뜨린다.
잘한다 잘한다 해주니 진짜로 잘하는 줄 알고 안되는 싸움을 무리하게 벌이다 죽는다.
그렇기에 있는 힘껏 밟아놓는다.
그래야 내 말에 절대복종하니까.
"내가 못올라가는 이유는 네 녀석들이 병신이기 때문이다."
"멍청하면 내 말이라도 잘 들어라."
"상대를 밟아놓으라는 것도 아니고, 2킬 3데스 정도로 라인전을 끝내는게 그렇게 어렵나? 그 정도도 못하니깐 니들이 평생 그 수준인거다."
낮은 레이팅의 유저를 (그러니깐 본캐릭으로 플레이 할 때 만나는 모든 사람들) 무시한다.
가끔은 실패할 때도 있다.
자존심이 상한 그들은 트롤을 자처한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는다.
트롤링엔 트롤링으로.
아군이 던지면 나도 같이 던진다.
상대를 밟아놓기 보다는, 아군을 밟아놓는 데 힘을 쏟는다.
조금만 안되겠다 싶으면 바로 포기한다. 20분 칼서렌.
실리보다는 명분을, 승리보다는 합리화를.
내가 게임을 하는 이유는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더라도 내 잘못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함이다.
상대를 이기기 위한 게임이 아닌, 아군을 이기기 위한 게임으로 변질된다.
그렇다. 나는 초심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