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꾸 깜빡깜빡하는게 정신이 없으므로 음슴체
벌써 몇년 전 이야기임. 경우에 따라 탄산이 약하거나 조금 길고 지루할 수 있음.
30살이 넘어도 쏠로인 녀징어인 딸냄을 시집보내고자 하는 꿈을 가지신 어머니의 통키 등짝스매싱에 채찍질당해 고삐 잡힌 일소마냥 눈만 끔뻑거리며 선을 보러 나갔던 나징어는 그 자리에서 한 남자를 만났었음.
주선비를 우리 눈앞에서 하나두이석삼너구리.. 하고 손가락으로 팔락팔락 세보고 주머니에 집어넣는 주선자 할머니의 다섯 손가락 중 네손가락에 반지가 끼워져 있는걸 보면서 음.. 돈 참 좋아하시게 생기셨네.. 생각하면서 멍 때리고 있었는데. 상대 남자가 내가 맘에 든다 하였음.
그때는 에라이 이대로 독거노인으로 늙으니 그냥 적당히 만나서 결혼하자 하는 마음가짐이었으므로 나 좋다는데 안 만날 이유는 없었음.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홀어머니랑 여동생이 있다고 했음. 뭐.. 그런가보다 했음
그렇게 몇번 만나고 가까워 지면서 슬슬 결혼 이야기가 오갈때쯤 우리 부모님한테 뻔질나게 선물들고 인사 오면서 자기 어머님은 안 보여주려고 함.
나도 슬슬 오빠네 어머님 뵈어야 하지 않겠냐고 몇번이나 얘기했는데도 영 안내켜하는거 같음. 그땐 그렇게 신경 안썼는데 그건 큰 오산이었음.
어느날 밤늦게 술먹고 전화가 옴. "씨X 울엄마 새파랗게 살아있는걸 두눈 크게뜨고 확인시켜주면 될거아니야" 라고 혀꼬여서 당당히 소리지르길래 오빠 지금 술 많이 취했으니 끊고 내일 얘기하자고 함. 이때부터 좀 쎄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음.
결국 약속 잡아서 예비시어머니 만남. 셋이서 얘기할땐 그리 이상한 점은 없었음. 유난히 아들 자랑이 좀 심하다 싶긴 했지만 아들바보인가보다 하고 넘어갔음. 어머니가 나에 대해 질문도 없고 별 감흥도 없다는 인상 받음.
그리하여 딸자식 빨리 보내고 싶어 엉덩이가 들썩이시는 우리 부모님의 성화로 인해 상견례 날이 잡혔음. 이날이 대망의 날이었음.
처음 만난 자리에서 인사하고 앉아서 우리 부모님부터 웃으면서 부모님 성함을 말씀드리며 소개드림. 근데 상대편 어머님 말이 없음. 그래서 울 아빠가 어머님 성함이 어찌되는지 물어보자 하시는 말씀.
"기집년 이름이 뭐가 중요하겠소. 애들 얘기나 합시다"
토씨 하나 안틀리고 진짜 저리말하고 도도하게 앉아서 음식 드심. 울 부모님 급 뻥찌심. 나 등에 땀이 줄줄 남. 상대남자 표정 ???? 이렇게 됨
음식 나오고 자리에서 내내 뚱한 얼굴 찌푸리고 젓가락 깨작거리면서 아무말도 안하심.
울 부모님이 웃는 얼굴로 아들 칭찬 한번 하니 이제 말문이 겨우 트이긴 했는데, 심각한 얼굴로 전부 아들 자랑밖에 안하심. 어릴때 기특한거. 지금 돈잘버는거. 전문직 여자들한테 선자리 많이 들어오는거ㅋ...학교선생님. 간호사. 스튜어디스 여자들이 자기아들 좋다고 줄섰던거.
사실 나 사짜 들어가는 전문직은 아님. 중소기업에서 나름 내 기술 가지고 8년동안 열심히 일해서 돈도 많이 모았음.
그런데 남자는 탱자탱자 놀다가 친척이 꽂아준 일자리에 2년전 낙하산으로 들어가서 모은 돈 하나도 없는거 다 앎. 그래도 돈없다고 고민하는거 앞으로 둘이서 모으면서 살자고 토닥거리고 만났었음.
그러다가 상대남자 여동생 얘기가 나오자 급 화색이 돌면서 말이 빨라짐.
공부도 잘하고 연봉도 억대고 얼굴도 예쁘고 앞날도 창창한 보물단지라 함.
그리고 마지막에 내 얼굴 한번 보면서 "아가씨는 직업이 뭐라고? 그래 너도 하는일 공부 열심히 하고." 라고 덧붙이심.
원래 자기네 집은 동네에서 알아주는 부잣집이었다 함. 그런데 남편이 죽고 가세가 휘청이지만 않았어도 아들 벌써 장가 갔을거라고 함.
가세가 기울긴 했지만 그래도 아파트 한채는 있다며 자랑자랑을 함. 울 부모님은 끝도없는 똥같은 얘기들 웃으면서 들어주기만 하고 계심ㅠㅠ
그분 얘기로는 어느새 난 그집 가세가 기운 기회를 틈타 아파트 한채 재산을 노리고 잘난 아들을 꼬드겨 결혼못해 안달난 못난년이 되어있었음...ㅋㅋㅋㅋ
사실 남자가 자기 엄마 얘기를 하긴 했었음. 평생 돈 쓸줄만 알고 한푼 벌어본적 없다고 함. 심지어 집안일도 안했다 함. 지금도 월 200짜리 요양원에서 탱자탱자 놀기만 한다함. 그 요양원 비는 여동생이 낸다함. 그런데 아들한테 이런 험담을 들으실 정도면 그리 자랑스럽진 않으신것 같음.
우리 부모님은 지금도 각자 직업 가지고 일하심. 두분다 커리어도 있고 각자 내 월급보다 훨씬 많이버심..ㅠㅠ 울 엄마아빠는 내 자랑임.
그날 일어날때 아직 둘이 결혼할 시기는 아닌거 같으니 좀더 만나보게 합시다. 라고 혼자 결론내리심.
울 부모님은 그래요 아직 이르죠^^ 오늘 어머님 만나뵙길 참 잘한것 같네요. 하고 안녕히 가시라고 머리숙여 인사하심.
.............그리고 우리끼리 남았을때 길고 긴 침묵이 흐르다가...
문득 울아빠가 바다 보러 가자고 하심............
너무 죄송했음... 그때 먹었던 고구마 생각하면 아직도 목이 막히는 느낌이 들고 내가 못난 딸이라 이런일 겪게 한것같아 얼굴을 못 들것같았음
세 식구가 바닷가로 드라이브 가서 말없이 파도만 한시간 바라보다가 맛있는거 먹고 집에 왔음.
이제부터 사이다 시작임
집에와서 꺼둔 핸드폰 보니 난리가 났음.
자기 엄마가 그럴줄은 몰랐다.
내가 이 상황 바로잡겠다.
너랑 결혼 못하면 난 죽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 시련을 극복해 나갈수 있다.
지금 집안 어르신들 총 출동해서 소집한다.
친척들이 우리엄마 혼내고있다.
우리엄마가 너희 부모님한테 사과하신단다.
내일 바로 엄마 데리고 너희집에 가겠다.
전화 안받으니 이런 메세지가 하루종일 폭탄으로 날아와 있었음.
우리 식구들한테는 상견례 자리에서 일어난 그 순간부터 이 결혼은 파토라고 이미 결정되어 있었음.
내 마음도 그냥 이 남자 나쁘지 않다 정도였기 때문에 이렇게 되니 그간 쌓였던 정이고 뭐고 그냥 끝내고 싶었음.
조곤조곤 어머님 사과하러 안오셔도 된다고 전화해서 말했더니 '얏호! 그럼 용서해주는고얌?!' 하는거임. 그래서 다시 조곤조곤하게
"오늘 상견례는 우리 부모님이 오빠 어머니가 어떤 사람인지 보러 가셨던 거다. 그리고 우리는 오빠 어머니가 어떤 사람인지 보았다. 그리고 이제 어떤 분인지 알았을 뿐 용서할 일 자체가 없다. 안오셔도 된다" 라고 했음
그랬더니 난리가 났음.
내가 출근한 사이에 남자가 자기 어머니랑 외할머니를 같이(?!) 끌고 막무가내로 우리집에 사과하러 온거임. 마침 대문도 열려있어서 그냥 막 몸 비집고 들어와서 거실에 눌러앉아서는 용서해 줄때까지 안간다고 땡깡 부렸다 함.
갑자기 들이닥친 날벼락에 울 부모님은 알았으니 애들끼리 해결하라고 하겠다. 돌아가시라고 달래서 돌려보냈다 함.
'정말? 그럼 용서해 주는거얌? 얏호!' 하면서 감. 가면서
'용서 안해주면 여기서 자려고 이불도 가져왔다' 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함.
난 그말 듣고 너무 어이가 없었음. 이정도로 몰상식한 사람들일줄은 정말 몰랐음. 이 일을 초래하고 이런식으로 대처하는 남자한테도 오만 정이 떨어짐.
그나마 있던 콩깍지가 벗겨지고 나서 그간 행적들을 객관적으로 곱씹어보니 이놈은 순 마초에 여성불신주의자에 가부장적인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놈이었음.
전화해서 싸우다가 한숨 푹 쉬고 그럼 만나서 얘기하자고 제의함. 얼굴보고 좋게 얘기해서 끝내려고 했음. 그랬더니 남자가 거부함. 만나면 헤어지자고 할것 같아서 싫다고 함.
그래서 전화로 헤어지자고 해줬음. 굳.
이제는 남자 어머니한테서도 전화가 자꾸 옴.
우리 아들이 너를 이렇게까지 좋아하는지 몰랐다.
내가 이번에 실수를 한것 같다.
너를 꼭 며느리로 들이고 싶다.
이번 일 때문에 아들이 내 얼굴도 안본다.
이대로 끝내버리면 나랑 내 아들 관계도 끝이다 도와달라.
찾아가겠다 만나달라. 그런데 너희 집은 어딘지 모르겠다. 니가 와 달라
나는 니 이름도 생각 안나지만 너때문에 아들이랑 의절하기 싫다. 결혼해라.
사과하고 싶으니 날 데리러 와 달라.
내 아들이랑 결혼해라. 이 아가씨야.
이런 내용의 전화가 30분 간격으로 하루종일 오니 즐겁긴 했지만 핸드폰 배터리가 아까웠음.
그래서 수신거부 등록을 했음. 굳.
이제는 남자한테서 카톡으로 자꾸 메세지가 옴. 이제 나는 우리 엄마랑 끝이다, 겨우 이정도 시련을 헤쳐 나가지 못하는 나는 나쁜년이라는 내용이었음. 현영이 웨딩드레스 입은 뉴스에 분노하는 나 자신이 밉다는 중2스런 카톡까지 읽고 차단을 했음. 굳.
그 후로 부모님은 나보고 선보란 얘기 다시는 안하겠다고 말씀하심. 오예.
우울해 하시길래 어깨를 토닥여드리며
"그래도 찾아와서 용서해 달라고 난리 치는거 보니까 기분은 좋았지?" 라고 위로해 드림. 부모님 그 말 듣고 급빵긋 하심.
지금 생각해보니 뭐에 씌여서 똥차랑 결혼할뻔 했던걸 조상님이 도우셨던 것 같음.
그리고 내 결혼관도 바뀜. 나이 때문에 의무감 때문에 선봐서 쫓기듯 하느니 느긋하게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기로 함.
그리하여 지금은 내가 방구낄때가 제일 이쁘다고 말해주는 서방님을만남.
며느리라면 껌뻑죽는 자상한 시부모님한테 이쁨도 듬뿍 받으면서 앙증맞은 아기 낳고 잘 살고 있음.
끝을 어떻게 맺나...
결혼한 커플이니 돌은 던지지 마세용.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