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계에는 유명한 말이 있다.
"휴덕은 있지만 탈덕은 없다"
그렇다. 모든 덕질은 휴덕이 있을뿐 탈덕이 없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내가 살아온 방식은 그랬다.
아마도 덕질을 하는 사람이 갖고있는 개인적인 성향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지금까지 길지는 않지만 짧지도 않은 삶을 살아오면서
여러가지 분야의 덕질을 했었다.
컴퓨터/판타지소설/무협지/애니메이션/특촬 등등등
최초의 덕질은 컴퓨터였다.
때는 94년 아버지께서 아주아주 비싼 컴퓨터를 사오셨다.
앞으로는 컴퓨터가 매우 중요해질것이라 생각했던 아버지는
그때당시 거금인 210만원을 주고 컴퓨터를 맞췄었다.
아직도 기억나는 그 컴퓨터의 사양은
486DX2-S 66Mhz CPU에
8Mb 램을 달고 있었고
403Mb의 하드디스크
게다가 당시에 흔치않은 CD롬 드라이브까지 달려있었더랬다.
당시에 나는 매우 어렸었기에 컴퓨터란 단지 게임기에 불과했었고
컴퓨터 사면 깔려오는 많은 게임들을 즐겼다.
적을 격추한 돈으로 무기를 사는 슈팅게임 랩터
왠 녹색 토끼 한마리가 총쏘며 전진하는 재즈잭래빗
로봇들끼리 싸워제끼는 OMF
삼국지4 영걸전 등등등
그러다가 어머니는 졸라서 95년도부터 컴퓨터 학원에 다니게 되었고
그때 당시 컴퓨터 학원에서 배운것은 GW베이직
베이직 프로그램을 실행시키고 그 안에서 명령어를 짜서 그림을 그리거나
수식 계산을 하거나 하는 말 그대로 베이직한 것들을 배우고
MS도스의 명령어등등 여러가지 들을 배우고 하드웨어도 조금이나마 배웠다.
윈도우95가 발매되었지만 아직까지는 큰 반향이 없어 대부분의 유저들이 도스를 계속 사용했던걸로 기억한다.
그때 당시 배운 것들을 기초로 컴퓨터 잡지를 몇개 구매하고
돈이 별로 없는 학생이었던 나는 당연하게도 한번 구매한 잡지를 몇번이고 탐독했던 기억이 난다.
그 중에 아직도 기억에 남는것이 ZIP드라이브 광고였다.
5.25인치 플로피 디스크는 고작 1.2Mb 3.5인치 플로피 디스크는 고작 1.44Mb였는데
100메가가 넘는 이동성 저장장치라니!!!
하드디스크가 고작 500메가 수준이고
CD롬은 읽기 전용인데 100메가급 읽고쓰기가 둘 다 가능한 저장장치라니!!!!
어찌나 갖고싶었는지...
그때는 인터넷도 없었고 집 근처에 전자제품을 판매하는 곳도 거의 없었기에
뭐 어디서 정보를 얻지도 못하고 그저 마냥 갖고싶기만 했던 그것.. 결국엔 가질수 없었더랬다..ㅠㅜ
그러다 주변 친구들 하나 둘 컴퓨터를 장만하게 되었고
그때 유명했던게 바로 세진컴퓨터랜드! 매직스테이션 등등
한달에 3만원씩 36개월간 컴퓨터를 렌탈하면 그 컴퓨터를 주겠다는 등등의 마케팅도 있었던걸로 기억한다.
그러다 집 앞에 무슨 전자제품 매장이 생기고 LCD모니터를 전시했었는데
그 가격이 무려 120만원쯤 했었더랬다. 12인치 쯤 하는 LCD였던거 같은데
지금 생각하면 뭐.. 이거 넘나 비싼것 ㅠ
두번째 컴퓨터는 2000년즈음이었던듯 하다.
486을 6년 가까이 썼으니 오래쓰기도 오래썼지만
이제는 도스가 아닌 윈도우를 쓰는게 당연한 시기된것도 한 몫을 했다.
마지막으로 486을 쓰던 해에는 뭔가 오류가 나서인지 하드디스크로 부팅이 안되서
부팅디스크를 하나 만들어서 A드라이브로 부팅했던 기억도 난다.
어쨌든 당시에 현대컴퓨터에서 펜티엄2 400Mhz에 64Mb램이었던가 잘 기억은 나지 않는다.
하드디스크는 8.4Gb였고, 주변 친구들한테 우리집 하드 크다고 엄청 자랑했었던 기억은 선명하다.
본격적으로 초고속 인터넷망이 보급되기 직전
이야기123, 새롬데이타맨프로 등등으로 통신도 했었더랬다.
당시 학교에서 컴퓨터 교육도 했었는데 '에듀넷'이라는 교육용 통신 서비스가 있어서
집에서도 모뎀으로 자주 접속했었더랬다.
그러다가 코넷이니 뭐니 모뎀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해서
인터넷을 하다가 전화비가 10만원이 넘게 나오는 바람에 부모님이 집 전화를 아예 없앴던 적도 있었다.
2001년 즈음엔 ADSL이 깔려서 전화비 걱정없이 인터넷을 마음껏 할 수 있다는게 참 즐거웠었다.
다운로드 속도가 200Kb/s가 나오는걸 보고 신세계를 느꼈었으니 지금 생각하면 세상의 발전이 이리도 빠른가 싶기도 하다.
CD-RW도 하나 구매했었다.
용돈을 모아서 구매했는데 그때 가격으로 14만원이었다
넘나 비싼거 ㅠㅠ 중학생 용돈으로 저거 모은답시고 얼마나 고생을 했던지..
돈을 모으고 신나는 마음으로 옆동네있는 전자랜드21에 가서 구입을 하고 땀을 뻘뻘 흘리며 들고왔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컴퓨터에 대해 하나 하나 알아간다는게 어찌나 즐겁고 재미졌는지..
고등학생이 된 후에는 컴퓨터에 대한 관심은 점점 줄어들었고 가끔 친구들과 게임얘기나 나누는 정도였는데
집 컴퓨터의 사양이 점점 구린 사양이 되어가니 뭐.. 자연스레 관심이 줄어들었던듯 하다.
그렇게 약 10년 넘게 컴퓨터에 대한 관심이 없다가
취직한 후 노트북을 하나 살까 고민하면서 새로 관심을 갖게 됐는데
이제는 바뀌어가는 하드웨어 환경에 적응을 못하겠다.
그래도 다시 덕질하려고 시동거는걸 보면
휴덕은 있어도 탈덕은 없다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컴덕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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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놓고 보니 뻘글 ㅋㅋㅋㅋ
이상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