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올린 정희라 고추송 에피소드가 반응이 좋았던지 베오베에 갔더라고요
그래서 생각난김에 한번더 올려봅니다.
없으므로 음슴체.
저번화에서 말했다 시피.. 본인은 참모총장 공관병 제대.
입대날자와 소속군을 밝히지 않는점은...
장군마을(마을의 정확한 이름 또한 밝히지 않습니다..)이 워낙 좁다보니.. 육해공 각군 총장 차장 공관병들끼린 서로 얼굴트고 지내는 사이.
가끔 총장님 사모님 두분다 안계시면 모여서 정원에서 미니 축구도 하곤 했더라는...
알아보시는 분들이 계실까봐서 ㅎㅎ
아무튼..
공관에는 전화가 십수대가 넘는데..
인터폰처럼 각방마다 번호가 다르게 부여되어있어, 총장님과 사모님의 호출을 쉽게 받을수 있도록 하기 위함...
( ㅇㅇ 군아 오늘 저녁은 좀 늦게 먹자~ 라든가....)
뭐 어쨋든 본인은 조리병이라 전화받을 일이 별로 없었음
당번병이 따로 전화대기와 공관대문관리를 하였기 때문에 본인은 맡은바 주방일만 열심히 하면 되는거였음.
어쩌다 본인이 전화를 받게될때는 당번병이 샤워등의 용무로 화장실에 있거나 휴가를 나갔거나...
근데... 솔직히 당번병 정말 힘들다 ㅋㅋㅋ
언제 올지도 모르는 전화때문에 쉽게 움직이지도 못하고..
나중엔 벨소리가 꿈에도 나오고 노이로제에도 걸려 .. 힘들어 했던 선임을 보았음.
각설은 이쯤 하고~~
가끔 군부대 관련 사고가 터지면..(특히 본인이 소속된 군) 어떻게 알아냈는지 아직도 신기하지만
민간인 특히, 나이 지긋하신 남성분들이 일반선으로 전화를 걸어와
총장님을 바꿔 달라는 말도안되는 요구를 하기도 했음.
물론 절대 바꾸진 않고 .... 자리를 비우셨다는 핑계를 대거나... 뭐 아무튼 스리슬쩍 돌려서 전화를 끊곤 하였음.
어쩌다 정말 심하다 싶은 사람들은 전화를 돌려 사무실 관련 간부에게 바톤을 넘겨 해결하곤 했음.
(물론 소속 계급 성함 정확히 밝히는 군관계자는 전화를 바꿔드렸지.)
아무튼 어느날은 폭우관련 민간피해가 군시설이 관련되었다는 기사가 언론매체에 나가게 되었고...
당번병은 정말 힘들게 힘들게 그런 항의성 전화들을 해결하곤 했었음..
옆에서 보기에도 참 불쌍하더라는....
그날도 그런 전화들이 몇통이나 걸려와 곤욕을 치루는 선임을 그냥 두기가 불쌍해서
저녁 설거지 후 본인이 한두시간정도 전화대기 해줄테니 편히 쉬라는 말을 했음..
이것이 사건의 시작...
저녁 설거지 후엔 다음날 식사메뉴를 정하고 샤워하고나면 티비좀 보다 잠드는게 일과였으므로
어차피 할일도 없겠다 티비나 보다 자자 싶어 그렇게 자청한것이었는데....하아.
사건은 한참 뮤직방송을 시청하던중 시작되었다.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보냈다는 안도감과 함께 맛스타한캔 까먹고 있는데 전화가 울렸음.
아래는 대화 내용.
감사합니다 ㅇ군 참모총장 공관 공관병 상병 ㅇㅇㅇ 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 어~ 그래 수고 많아. 총장님좀 바꿔줄래?
죄송합니다. 소속 계급 성명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 어 총장님이 나 알어~ 다름이 아니고 내 할말이 있어서 그런데 총장님좀 바꿔봐~
동문서답으로 응답하는 상대방을 보면서 나는 이번에도 일반인들의 항의전화라고 판단해 정중히 거절했음...
죄송합니다. 소속이 확실하지 않으면 전화연결은 불가합니다.. 확실히 밝혀주십시오.
- 어 그냥 바꿔. 바꿔보면 알아..
장난하나.... ㅋㅋㅋㅋ
뻔한 속셈에 넘어갈소냐..
상병에 공관생활 1년짬이 그런 헛다리 전술에 넘어갈듯 싶었도냐...
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나는 상대방에게 말도 안되는 말을 하고 말았다.
죄송합니다. 전화 통화 불가능합니다. 끊어주십시오.
-어 그래 너 확실히 하는 녀석이구나. 근데 나는 괜찮으니까 그냥 바꿔봐~
전전 총장이야..
.
.
.
전전 ......총장??
그러니까.....
전... 전 참모총장님???
에???
혼또니?????????????????????
설마 ㅋㅋㅋㅋ
말도 안된다 싶어... 성함을 여쭈어 보았다.
죄송합니다만 성함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싶습니다.
- ㅇㅇㅇ 이야~
근데 사실.. ㅋㅋㅋ 나는 전전 총장님의 성함을 모르고 있었다....
재미삼아 역대 총장님 연혁과 사진들을 보곤 했지만... 내가 그이름들을 어찌 다 외우겠는가..
ㅋㅋㅋㅋㅋㅋㅋㅋ
상대방의 이름을 듣고도 긴가민가 하던중에
아직까지 지워지지 않는 민간인의 항의전화라는 의혹심에 나는 이렇게 말해버렸다.
죄송합니다만... 지금 총장님 자리에 안계십니다.
나중에 다시 연락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총장님껜 따로 메모해 올려드리겠습니다.
-어.. 급한데..??? 그래 알겠어 나중에 다시 전화할게.
전화를 끊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책자를 뒤져보았다..
ㅇㅇㅇ.... 그분 성함이 제발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아
있다.
아
노랗다
하늘이....
아..
빙글빙글 ..
도네 세상이...
물론 총장님은 집에 계셧다.
드라마 시청중이시겠지....
이 사태를 어찌 해결할까 고민하던 찰나...
5분정도가 흐른후 갑자기 울리는 전화벨...
1스타였음. 보직은 밝히지 않겠음..
받자마자 외치신다.
-너 미쳤어? 왜 전총장님 전화 끊어? 어? 나한테 전화왔잖아. 너 기다려 나 당장 올라간다.
와 .
어이가 없어서 먹고있던 맛스타 집어 던졌다 ㅋㅋㅋㅋ
물론 다시 황급히 걸레로 닦았다.
10분도 안되 집에 오셨다.
그러곤 온 공관병들 모아서 당번병방에 들어감.
물론 총장님 사모님은 상황 모르시고 ㅋㅋㅋ
갖은 꾸지람과 교육을 받고는 삼십분후 상황 해제.
ㅋㅋㅋㅋ
그뒤론 다시 당번병에게 내리까임...- 그뒤론 운전병에게 까임...
공관특성상 항상 긴장의 연속이라 사실 공관병들끼린 서로 예민함.....
몸은 좀 편해도 정신적으로 너무 피폐했었음.. ㅋㅋ
그리고 십분도 안되서 다시 울리는 전화.
ㅋㅋㅋㅋㅋㅋ 어쩌다 보니 또 내가 받았음..
아 하필 당번병 그때 화장실 ㅠㅠㅠㅠㅠ
또 그분이시다 ㅋㅋㅋㅋ
- 어 이제 나 알지??? 바꿔봐~
ㅋㅋㅋㅋㅋ에라이ㅋㅋㅋㅋ
그렇게 연결해드리는데..
전화벨소리에 놀라 싸던 X도 제대로 안닦은 당번병이 뛰어나와 상황을 묻는다 ㅋㅋ
웃기지만 자세히 설명후 다시 갈굼 ㅠㅠㅠㅋㅋㅋ
왜 니가 받냐고 ㅋㅋㅋㅋ
에이씨 뭐 어째 ...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날이후로 나는 왠만하면 전화는 응대 안하고....
밥만 열심히 했더라는 ㅋㅋㅋㅋ
반응 좋으면 3탄 올림...
생각해보니 3탄이 더 재밌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