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고모네 집에 가면 항상 게임/만화 덕후인 사촌언니 덕분에 집에는 게임과 만화들이 그득했고 그게 나의 프린세스 메이커, 롤러코스터 타이쿤, 각종 만화 등등의 입문 계기가 됬었었다.
사건의 발단은 아마도 사촌언니가 프메를 친구한테 빌려줘버려서 실망감에 그나마 있는게임 아무거나(아마도 롤코타2)를 집어서 했었던 그날.
그다지 넉넉하지않았던 살림이 이삼년에 한번꼴로만 필자가 당시 세상에서 가장 좋아했던 어린이놀이동산에 온가족이 함께 갈수 있게 허락했었던 때에, 직접 놀이동산을 지을수 있다는 것은 나에게 꿈만같은 일이었다.
나는 롤코타를 처음 하자말자 게임의 특징인 커스터마이징에 미친듯이 빠져버렸고, 그 게임을 한 이후로는 자기전에 놀이기구의 색조합을 생각하다가 잠이들고 심지어는 꿈에서까지 놀이동산을 운영하는 꿈을 꾸기 일수였다.
이후 거의 일이주 간격으로 부모님이 고모네집에 얘기를 하러 갈때마다 따라가서 나만의 완벽한 놀이동산을 만들겠다는 집념으로 롤코타만을 하게되었고,
기어코 놀이동산을 내가 좋아하는 색과 타고싶은 놀이기구들로 하나둘 (당시에는 꽤나 비좁았던) 사유지를 채워가버릴때쯤,
그날도 나는 말그대로 꿈에서도 그리던 롤코타를 드디어 하게 됬었었다,
한시간정도 정신없이 게임을 하던 도중, 나는 새로운 놀이기구에 눈을 뜨게 되었고, 그건 직접 짓는 롤로코스터 같은거였는데, 시도할때마다 잘 지어지지도 않고 운영도 잘 안되서 포기하다가 할거 다하고 걍 한번 안해본거 해보자! 라는 식으로 커스텀 롤러코스터중에 그나마 쉬워보였던 그네롤러코스터? 를 지어보게 되었다.
대충 짓고 테스트를 하니 의외로 잘 작동되길래 신난 마음에 바로 가동을 시켰고, 즐거워하는 승객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기구를 타는 승객들의 마음을 빼꼼히 엿보던 도중, 망할 승객중 한명이
"음, 스릴이 좀 부족한걸" 같이 비슷한 막말을 하였고
무례한 손님에게 대항해 오기가 생긴 나는 한순간에 기구의 속도를 바의 한계치까지 올려버렸다.
한 손놈이 생각하기로 스릴이 부족한 기구치고는 인기가 꽤나 많았기에 당시 거의 만원이었던것으로 기억한다.
할거 다한 만원의 놀이동산에 새로운 기구를 설치할 자리는 놀이동산의 사유지가 끝나는 경계선주변의 구석탱이 뿐이였고,
당시 11세쯤이었던 나는 그야말로 입을 턱 벌린채로 만원의 놀이기구가 레일끝을 벗어나 사유지역경계를 마치 새처럼 날아넘어 엄마가 고구마를 드신날 뀌는 방귀소리만큼 충격적인 소리를 내며 들푸른 나무들사이에서 폭발하는걸 지켜보았다.
당시 인생사 가장 충격적인 장면 top3에 들어갈정도의 트라우마.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본인의 알량한 자존심에의해 촛불마냥 날려버였다는 죄책감에 그날 나는 마치 부모를 잃은 아이마냥 풀이죽음과 같이 울상이었고(당시 다른사람들도 이 게임을 하고, 심지어는 내가 한 짓을 아주 많이, 그것도 일부러도 한다는 사실은 상상도 못했었다),
그 표정을 본 엄마는 내가 게임을 너무 오래하여 그렇다고, 다음부터는 게임은 삼십분만 하라는 말에 조용히 울음을 터뜨렸던걸로 기억한다.
...필자는 스릴을 즐기시던 그분이 저승길 선물을 크게 만족하셨을리라 굳게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