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회의 개막을 앞둔 10일 새벽.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근에 세워지고 있는 2m 높이의 안전 경호벽을 바라보며 인터뷰를 하던 30대의 한 서울 시민이 말끝을 흐렸다.
“열심히 G20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에 대해 한 마디 해달라”는 내 질문에 이 분은 몇 마디 내뱉다가 조금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저기 인터뷰 안하면 안될까요?” “네, 왜요?”
“사실 저는 G20 준비하는 모습 별로 좋게 보지 않거든요. (장벽 세우는 것) 필요한 일이긴 한데 썩 그렇게 좋게 보이지 않아요. 정부가 너무 ‘오버’하고 있는 것 같아요. 외국 정상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국민들을 동원하는 모습도 그렇고요.”
지난 주 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치러졌다. 나는 주로 ‘G20 회의’ 현장의 주변 풍경을 취재하러 다녔다. 코엑스도 가보고 길거리 곳곳을 다니며 시민들의 반응을 글과 영상으로 담았다.
그런데 시민들의 속내는 여러 모로 복잡해 보였다.
인터뷰를 부탁하기 위해 붙잡는 시민들 중 열의 다섯은 손사래를 치고 도망가거나, 겨우 겨우 설득해 인터뷰에 응하던 시민들도 그리 썩 좋은 얘기만 털어놓지 않았다.
국가적 행사인 G20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우리 정부와 방송 3사가 총력을 기울였지만 시민들의 속내가 복잡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시민들이 G20 유치를 뿌듯해 하면서도 마냥 즐거워하지만은 않은 데에는 G20을 준비하는 정부의 태도가 한 몫 하지 않았나 싶다. 서대문구청은 각국 정상들이 지나가는 길목에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나면 안된다고 요리행위를 자제시켰다. unicef(유니세프)라고 써있는 옷을 입고 코엑스 인근에 책을 사러 갔던 시민은 검문을 당했고, ‘쥐20’ 풍자 그림을 그렸던 대학 강사는 구속될 뻔 했다. 코엑스 인근 주민들은 창문을 열었을 때 경찰로부터 “창문을 닫으라”는 전화를 받았다. 급기야 5일 아침 초등학생 한 무리가 정상들 의전 차량이 지나가는 코엑스 주변 인도로 꽃을 든 채 끌려나와야 했다.
시민들은 이런 모습을 낯설어 했던 것 같다. 인터뷰를 하면서 들었던 가장 많은 말은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였다.
이 말은 무엇을 뜻할까. 이미 시민들의 의식은 민주화 된 지 오래인데 G20을 준비하는 우리 정부의 모습은 새마을 운동을 하던 그 시대 딱 그대로 시계가 멈춰있다는 뜻이었다. ‘중요한 국가 행사인데 이 정도 일상을 통제 당하는 건 당연한 거 아냐.’ 우리 정부는 이렇게 생각했을 지 모르지만 시민들의 생각은 달랐던 것 같다.
물론, 정부와 시민들 사이의 인식의 괴리는 얼마든 지 있을 수 있고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변화하고 있는 민심을 읽어낼 줄 모르는 우리 정부의 소통 시스템이다.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키고 있는 정부의 G20 준비과정을 따끔하게 지적하고 시정해줄 보좌관이 청와대엔 없는 모양이다. 청와대의 심장은 심근경색이라도 걸린 걸까. 민심의 혈관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은 듯 하다. 시민들의 불만을 며칠 동안 기사로 써보았지만 변화하는 건 없었다.
12일 G20 회의가 끝나자 방송사 카메라는 일제히 광저우 아시안 게임으로 향했다. 아름다운 광저우시의 야경이 화면을 가득 메웠다.
한 아나운서가 “이번 행사를 위해 광저우시가 주민들에게 불 켜놓고 집을 비우라고 했다”고 전하고 있었다. ‘전체주의 국가다운 발상’이란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저런 게 통하다니. 하지만 그 웃음은 이내 쓴 웃음으로 변했다.
‘이젠 남의 나라 걱정할 때가 아니구나.’
G20 회의를 열심히 준비한 우리 정부를 칭찬하고 싶다. 얼마나 잘 하고 싶었으면 저렇게 경직되어 있을까 측은하기도 하다. 하지만 한 켠에선 앞으로 이런 국가 행사를 준비할 때 좀 더 유연해졌으면 좋겠다는 지적도 함께 하고 싶어진다.
‘쥐20’ 풍자그림을 그렸다가 구속될 뻔 한 박 아무개씨는 내게 이렇게 말 했다.
“계엄 시대로 돌아가는 게 국격 상승입니까?”
시민들의 체감 온도다.
난 그래도 대통령도 사람이니까 잘하는 일도 있고 못하는 일도 있다고 생각되는데
시민들을 억압하고 통제하려는 모습을 보니까 시발 욕이 나온다. 국민의 주인인 국가에서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국민을 억압하고 통제하려 하다니.
"국민이 보고 있습니다" 아.. 전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이 생각난다. 노무현 대통령때
청와대 홈페이지에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가 있었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고 나서 이 란이
싹 사라졌다.
국민과 소통을 끊겠다. 로 들린다
왜 이렇게 나오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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