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데는 모르겠고
오유에는 제가 처음 올렸나부네요.
사실 후지이 미나 팬이라 기쁜 마음에 올린건데 예상 밖의 반응에 당황했습니다.
그래도 뭐 게시물을 올린 사람으로서 몇 가지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우선 맥심 9월호 표지에서 김병옥님의 사진을 봤을때 드는 생각은 두 가지더군요.
1. 와 무섭다.
2. 김병옥같이 찍었네.
평소 영화를 즐겨 보다보니 김병옥님 나오는 영화도 많이 봤고...
자연스럽게 "와 김병옥같이 찍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솔직히 후지이 미나에 정신팔려 큰 감흥은 없었습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제 기준입니다.
그런데 올리고 나니 후지이 미나는 묻히고 김병옥님만 시끌시끌하더군요.
일단 제가 봤을때 논란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인 듯 합니다.
1. 범죄를 미화시켜 조장한다.
2. 실제 피해자들이 보면 기겁할 사진이다.
그럼 첫번째부터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범죄를 미화시켜 조장한다"는 내용의 주요 예시로 해외에서 논란이 된 돌체앤가바나 광고를 언급하시더군요.
바로 이 사진이죠.
실제로 집단 성폭행을 직접적으로 표현했다기 보다는 연상만 시킨 수준입니다. ..뭐 느낌만 살린거죠.
반면
이 사진의 경우는 상당히 직접적입니다. 누가봐도 범죄현장이죠.
아주 대놓고 묘사합니다.
일단 그런 차이가 있고요.
그리고 위 두 사진의 아주 결정적인 차이가 있죠.
바로
돌체앤가바나의 모델들은 잘 생기고 쭉쭉빵빵합니다. ...남자나 여자나 말이죠.
반면 맥심표지는 그냥 무섭습니다. ...제가 봐도 무서워요.
물론 김병옥님이 미남이 아닌 탓도 크죠.
그렇습니다.
일단 '미화'(美化)를 하려면 인물들이 잘 생기고 멋있어야죠.
그래야 거부감없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는 법입니다.
예를 들어 영화 '대부'가 마피아를 미화했다는 논란이 생길때도 영화 속 마피아들의 비정한 모습이 멋있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영화를 크게 보면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들이었죠.
그리고 직접적인 표현과 연상작용의 차이도 중요합니다.
직접적인 표현은 거부감을 줄 수 있지만 연상작용은 거부감없이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죠.
야동의 경우도 삽입부위만 클로즈업해서 찍는 것과 전체적인 분위기를 찍는 것의 차이는 큽니다(물론 취향따라 다를 수도 있지만).
특히 광고라면 더욱 심각하죠.
소비자에게 무의식 중에 제품의 이미지를 심어야 하는 입장에서 자칫 '집단 성폭행'의 이미지도 거부감없이 심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광고이미지 속 미화돼 연상시키는 범죄이미지와 맥심 표지 속 아주 대놓고 드러낸 범죄이미지는 다르다는거죠.
물론 저 맥심표지를 보고도 "멋있다"라고 하시는 분들은... 아마도 배우로서 김병옥님의 연기를 두고 하신 말씀같지만....저도 좀 놀랬네요.
두번째가 피해자들에게 줄 수 있는 영향인데...
이건 저도 좀 예민해집니다.
피해자가 아닌 입장에서 자칫 그 분들에게 상처가 될 말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 게시판 아래에 어느 피해자 분이 쓰신 글도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소 매정하게 들리겠지만 할 말은 하고자 합니다.
모든 사회가 나서서 피해자들을 보호해야 하는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표현의 자유가 훼손돼서도 안 될 것입니다.
뭐 표현의 자유라는게 진중한 의미를 담아야만 자유는 아니죠.
표현하고 싶은 것을 온전히 표현해내는 것이 자유입니다.
만약 정말 모든 창작물들이 피해자들의 트라우마를 감안해야 한다면 창작의 영역은 절반 이하로 줄어들겠죠.
창작의 영역이 제한되는 건 또 다른 피해자들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사실 피해자들에게 정말 필요한 건 트라우마를 이겨낼 수 있는 사회적 장치와 가해자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입니다.
성범죄 피해여성들에 대해 "괜찮다, 니 잘못이 아니다"라는 따뜻한 시선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야지만 불편한 창작물 앞에서도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질거라 예상해봅니다.
....음...이 부분은 제 의견입니다만 비난을 좀 받을 수 있겠군요.
여기에 대한 정당한 태클은 달게 받겠습니다.
그리고 사진과 별개로 논란이 된 문구인데요.
'리얼배드가이'에 대한 이야기인데...
사실 개그라는 것이 '조롱'을 기반으로 만들어지긴 합니다.
하지만 이게 논란이 되는 것이 현대 개그가 너무 만만한 상대만 조롱하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개콘에서 뚱뚱하고 못생긴 여자들을 놀리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이건 제가 봐도 몹시 불편한 개그죠.
조롱이라는게 약자를 상대로 할 때 보는 사람들은 다소 불편함을 느낍니다.
자, 그럼 이제 맥심 표지가 조롱하고 있는 '나쁜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가 약자인지 아닌지 따져봐야겠군요.
제 결론은 "약자가 아니다"입니다.
남자가 바라보는 여자들은 매우 복잡합니다.
왜 화가 났는지도 모르겠고, 뭘 원하는지도 모르겠고, 라면 먹고 갈거냐 물어보는데 진짜 라면만 먹이고 보내고 등등
'나쁜 남자'의 개념도 마찬가지죠.
어떤 여자들은 "나쁜 남자가 좋아"라고 말은 하는데 당최 나쁜 남자가 뭔지... 대부분의 남자들은 몰라요.
감히 예상해보건대 아마도 여자들이 생각하는 나쁜 남자란
뭐 이런 분들이 아닌가 싶네요.
그런데
남자들이 생각하는 나쁜 남자는 말이죠.
이런 분들이 훨씬 가깝죠.
맥심이란 잡지의 주 독자층은 남자들입니다.
이 잡지는 남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게 목적이죠.
그래서 여자들이 생각하는 '나쁜 남자'의 개념을 잡지 못하는 많은 남자들에게 "남자들이 생각하는 나쁜 남자란게 이런 거 아니냐"라며 김병옥님을 뙇 보여준거라고 봅니다.
그러니깐 '나쁜 남자'의 개념을 몰라 당황했던 남자들에게 일종의 '사이다' 역할을 하겠다는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웃겼다면 그건 무리수 개그긴 하겠습니다만...
일단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요.
우선 본문에도 언급했지만 성범죄 피해자들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 추가하자면....
저는 성범죄가 '성별'에 따른 범죄는 아니라고 봅니다.
성범죄는 '힘'에 따른 범죄죠. 그것이 물리적 힘이건 계급적 힘이건 성범죄란 힘에 의해 벌어지는 일입니다.
여성이 물리적 힘에서도 밀리고 계급면에서도 밀리기에 여성을 위주로 벌어지는 일이긴 하지만 남성 성범죄 피해자도 꽤 있죠.
그러니 성범죄 피해에 대해 여성에 특정해서 언급할 건 아니라고 봅니다.
즉, 표지가 불편하다고 '여시'로 몰고 그럴 일이 아니라는거죠.
그저 그 분들의 이야기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새로운 창작물을 위해 몇날 며칠 밤 새워 마감일에 맞춰 회의하고 촬영했을 에디터들의 고민도 폄하되는 일이 없었으면 하네요.
가뜩이나 이 나라가 영등위 꼰대들 때문에 창작하기 어려운 나라잖아요.
이런게 말이 되는 상황도 아니고...
제가 무리한 바램을 갖는 건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창작자들이 온전한 창작물을 내놓을 수 있고, 성범죄 피해자들이 트라우마에 시달리지 않고 온전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불가능할지 몰라도... 그랬으면 좋겠네요.
추신)
미나상 미안해요 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