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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312358
    작성자 : 벵벵
    추천 : 71
    조회수 : 9267
    IP : 112.144.***.102
    댓글 : 8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0/11/18 13:01:32
    원글작성시간 : 2010/11/18 12:27:40
    http://todayhumor.com/?humorbest_312358 모바일
    고속버스안에서 똥 참은 얘긔.

    혀를 깨물고 죽고싶은 심정...
    목숨을 걸어야 했다고 표현해야 할까?

    동서울 터미널에서 동대구터미널까지의 장장 300km 가 훌쩍 넘는 대장정의 길.

    저녁으로 먹은 
    생선회, 해산물, 매운탕, 쌀밥, 쏘주, 사이다의 믹싱버라이어티 쇼의 개막.

    상태는 점점 크라이막스를 향해 가는 듯 하고있고,
    몸의 상태는 이미 참담해져만 갔다.

    늦여름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식은땀이 흘러 척추골을 지나 엉덩이골까지 흐르는 듯 했다.
    나도 모르게 손은 앞좌석 뒷손잡이를 부여잡고 있었고,
    숨은 들이마시지도, 내쉬지도 않는 미세하게 애매한 상태로만 호흡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무엇보다 절망적인 것은 승차한지 30분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만했다.
    그 말은 이제 3시간여를 이 끔직한 공간에서 버텨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신이 혼미해져가고, 영화에서 보던 약이라도 맞은 사람처럼
    입은 반쯤 벌린채 눈은 촛점도 없이 버스천장의 옅게 켜놓은 실내등을 주시하고 있었다.  

    주기라는 것이 생겼다.

    한 차례 위력적인 폭풍이 지나가면 아주 잠시동안 안구에 촛점이 잡혔다.
    그 때 나는 어디쯤인지 고개를 반쯤 꺾어 위치를 확인하였다.
    의미 없는 행동이었다. 

    그러다 이내 다시 시야가 흐려지면서 손잡이를 잡은 손에 초인적인 힘이 들어가곤 했다.

    어머니가 떠올랐다.

    어린 시절, 마당에서 신문지를 펼쳐놓고 나에게 응가를 시키시던 어머니의 온화한 미소가 떠올랐다.
    사투리로 "우리 아들~ 자알~ 싼다! 자알~ 싸! 푹푹 싸라 푹푹 싸~" 라고 하시곤 했다.

    생각해보면 그 때의 배변훈련으로 정말 잘 싸게 되었던 것 같기도 하다.

    주기가 반복되면서 나는 참담했다. 
    도망갈 곳도, 도망갈 수도 없었다. 
    혀를 깨물고 죽어버려도 죽는 순간 뒷구멍에 힘이 풀리면서 아주 더러운꼴로 죽게 될것이었다.

    휴게소는 단 한차례!
    고속도로에서 휴게소 진입로로 빠지는 고속버스의 부드러운 코너링을 떠올리며, 희망을 품었다.

    이미 녹초가 다되었다. 
    하지만 잘 싸우고 있었다.

    연신 잽과 스트레이트를 허용하지만, 
    비틀거릴지언정 KO는 없었던 것이다.

    혼미해져가는 정신속에 한줄기 아득함이 밀려온다.
    졸음이었다. 
    이상황에 졸음을 느끼다니 미친놈처럼 느껴졌다. 
    이 고통에 적응해버린것인지, 훗날 이 고통을 찾아 몸부림치는,
    쾌락에 미친 변태성욕자가 되는것은 아닌지 오만가지 생각이 빠르게 지나갔다.

    그래!, 고통스럽지만 잠을 자자
    휴게소까지는 1시간 가까이 남았다. 
    그 사이 10분이라도 잠을 잘 수만 있다면 
    그 10분은 나에게 누구보다 아름다운 라운드걸이 될 수 있을것이었다.

    온 신경을 집중해서 입으로 "자자, 자자..자자..." 라고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잠시 후, 진짜 잠이 들었다. 그러나 자면서도 고통은 느껴졌다. 
    하지만 맨정신에 버티는 것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수월했다.
    그러고는 이내 깊은 잠으로 빠져버렸다....

    ....

    얼마나 잠들었을까. 대단한 고통의 폭풍이 휘몰아쳐 소스라치듯 떨며 잠에서 깨었다.

    으으읔..........

    다시 시작된 고통이지만, 곧 휴게소에 들러 나는 회심의 카운터펀치를 날릴 수 있을 것이다.
    그 희망으로 버티고, 버텼다. 
    조금만 더 버티고, 또 버텼다.

    버티고, 또 버티고...

    버틸 수 밖에 없었다.

    휴게소를 지났다는 사실을 알아버렸으니까....

    .....

    .....


    나는 다시 잠들 수 있을까? 

    다시 잠만 든다면 평생 성인군자, 박애주의자로 이 한평생 살아가리라 다짐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입에 거품이 생기는 것 같기도 하고....
    어린 시절 다녔던 교회에서 불렀을 것으로 여겨지는 이상한 찬송가같은게 흘러나오기도 했다.

    하늘도 그 절박함을 알아 주었던 것인지...
    나는 얼마동안 고통에 몸부림치다 다시 잠을 들 수 있었고,

    결국 동대구터미널에 무사히 안착하여, 집으로 갈 수 있었다.

    화장실을 안가고 왜 집으로 갔냐고?

    나도 이게아직 미스테리인데...
    도착하고 나서 거짓말처럼 배가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배룰 꾹꾹 눌러보아도 그 속에서 용해되어 끓어오르던 그 마그마같은 기운은 온데간데 없었던 것이다.

    그날 집에가서 결국 그냥 잠.

    결론 : 많은 사람들이 설사는 못참는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음.

    난 승리한 병신.

    점심맛있게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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