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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military_31228
    작성자 : 입니다
    추천 : 18
    조회수 : 2288
    IP : 124.177.***.172
    댓글 : 51개
    등록시간 : 2013/09/28 20:47:59
    http://todayhumor.com/?military_31228 모바일
    군생활중 식은땀 甲
    안녕하세요

    본인이 조금 특이한 군생활을 경험했던지라 몇가지 생각나는 썰좀 풀어보려고 왔습니다.
    스크롤 압박.

    여친이 없으므로 음슴체..
    육해공 어느소속인지 입대년도는 언젠지는 밝히지 않겠음. 이유는 나중에...

    본래 하던직종이 조리였고 전문과 , 고등학교 모두 조리계열이었음
    그래서일까.. 자대받고 두달도 안되서 나에게 공문이 내려왔음
    (자격증 다섯개 있었음,그래서 뽑힌듯... 빽이라느니 그런건 전혀....
    나중에 알고보니 부모님 볼링클럽에 중사 한분.. 그게 내 군 인맥 끝임 ㅋㅋ)

    참모총장 공관병 조리병을 뽑는다는 내용의 어마어마한 공문.
    15명 정도 후보로 지정되었으며 본인이 그 안에 포함되어 있으니 본부로 와서 면접을 보라는 것임.

    안그래도 빡센 이등병 생활에 이게 왠 떡이냐 싶어 얼릉 지원하고 본부로 내려가 면접을 보게되었음.
    본부는 으리으리함.
    말로만 듣던 별들이 아무렇지 않게 돌아다니고 대령이 똥걸레질에 투스타가 커피타는 곳을 직접 오게 될 줄이야.
    뭐..
    어찌어찌해서 면접에 붙고..
    이주정도 자대에 머물다 공관에 배치되었음

    총장님은 아주아주아주 인자하고 강직한 분이셨음.
    인자한 눈빛속에 그 카리스마는.. 캬ㅏ...
    이래서 장군이구나 싶었음.

    공관병은 총 5명.

    아무래도 공관이다보니까 좀 편하겠지....라는 생각은 하루만에 날라갔음
    아침부터 1스타 2스타 경호차량 경호병 다들 와서 출근 대기..
    옆집 옆옆집 그 옆집 모두 참모총장 참모차장님들의 공관들..
    육해공 모두 모여있으므로 그 마을 전체가 장군 마을..
    그래서인지 마을 분위기라던지 경관은 뭔지모를 엄숙한 분위기가...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었음.

    평소엔 총장님 사모님 아침차려드리고 현관앞에 대기하다 출근하시면 집안일 시작.
    사모님 점심 차려드리거나 사모님과 같이 주방일..(장담구거나 김치, 제사등의 특별한 일들만 같이함)
    집안일 마무리하다가 (잡초라도 뽑고 사슴 쫒아 내고 이런거..)  저녁준비후 총장님 영접 .
    집안일은 정말 해도해도 끝이없음....... 아는사람만 안다는 ....
    설거지 후 내일 식사 메뉴 선정후 취침.

    파티나 연회라도 있는날은 조리병들 운전병들 총 출동해서 연회준비...
    음식에 노래에 테이블 셋팅에 참석자 명단 및 의장품들... 모두모두 병사들의 손을 거침

    그러다 사건은 한 연회날 터짐.
    어마어마한 귀빈께서 오신다고 몇일전부터 호들갑떨며 연회를 준비했음.
    음식이며 테이블보며 뭐 하나 빠진것없나 체크하던중 연회실에 후식으로 드실 과일을 고르다가 사모님께 노래에 대해 여쭘
    어떤 음악이 좋으시겠냐고..
    본인은 재즈며 클래식, 발라드 가리지 않는 폭넓은 음악취향이어서 그당시 모은 시디만 100장이 넘었음. 물론 모두 군내에 신고된 시디.
    그래서 보통 연회날 사모님과 상의하여 음악시디를 골라서 틀어드리곤 했음.
    그날도 그래서 여쭤본건데 사모님께서 내 시디들을 살피시다가 어느 시디를 가르키시며 물어보심.
    하필 그시디는 엄마차에있던 에스지 워너비 2집? 1집? 아무튼 시간이 꽤나 흐른 노래시디였는데 나는 한번도 들어본적이 없었음.
    그냥 소장만...
    어쨋든 에스지 워너비라는 발라드 가수라고 설명하며 조용한 피아노 재즈는 어떻냐고 빌 에반스를 추천해드림
    사모님은 우리들이 그렇게 어려운 사람들이냐고 구박주신후 에스지 워너비로 하시겠다고 하심.
    ㅋㅋㅋㅋㅋㅋㅋㅋ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몰랐음 . 그렇게 어마어마한 시련이 내게 닥치리라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정말 식은땀흘리며 요리며 서빙이며 최대한 멋지고 화려하게 모시려고 준비에 만전을 다한후 대망의 그날.
    음식을 드시면서 귀빈께선 나를 따로 부르시면서 도서상품권 만원짜리 3장정도와 차에있던 책 몇권을 주시며 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며
    너무 고마워서 주시는거라고 군생활하면서 교양도 좀 쌓고 하라며 칭찬까지 해주셧다. 

    본식이 끝나고 후식을 차리려고 주방에 들어가 과일과 차를 들고 연회장에 들어갔다
    (식탁과 연회장은 따로. 연회장은 주로 문을닫으시고 다과를 즐기시며 말씀나누는 장소,) 
     그곳에 귀빈과 총장님들이 들어오시고 본인은 차와 과일을 차려드리며 그 문제의 시디를 넣고...
    시디플레이어 리모콘을 챙긴후 밖으로 나왔다.
    그리곤 ..문을 닫고 조용히 클릭...볼륨은 미리 9로 적당히 맞춰 놓았으므로 오늘 하루도 이렇게 무사히 끝나겠거니 하며 
    다른 병사들과 주방에서 남은 과일과 차를 한잔 하던 찰나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모님께서 급히 달려와 나를 부르신다 .
    그리곤 오늘 참석하신 2스타 장군님또한 달려나오신다.
    어라 나에게 오시네??
    문제라도 생긴걸까??
    표정이 왜이러시지????
    어...??
    어???

    '야! 노래가 이게 뭐야!'
    어???
    그거 에스지.. 워너비....ㅋㅋㅋㅋ

    문제의 그 노래는.. 사실 ㅋㅋㅋㅋㅋㅋㅋ
    우리 아빠가 평소에 먼길가실때 들으시려고 따로 구워놓은 정희라 성인송 모음집 ㅋㅋ
    심지어 그때 나오던 노래는 고추송 ㅋㅋㅋㅋㅋㅋ
    아빠는 에스지워너비 시디에 그 노래들을 따로 구워놓으신 것이었고 나는 그것도 모르고 차에서 좋다고 집어온것...ㅋㅋㅋㅋㅋ

    남자들의 고추는 ~~ 모두다 달라~~~ 하는 민망한 가사속에 ㅋㅋㅋㅋㅋㅋ총장님과 귀빈분들은 멍찐 표정으로 눈길을 내리고 계셧고...
    나는 조용히 들어가 노래를 끄고 다시 주방으로...
    대기하던 다른 장군님(계급 안밝힘 ㅋㅋ)에게 멱살을 잡히고...
    '죽고싶어?' 라는 딱 4글자에 나는 
    처음으로 죽음의 공포를 느꼈음...

    멘붕의 늪에 빠져 다리에 힘이 풀리고 눈동자는 흔들거리고 ..ㅋㅋㅋㅋ

    지나고 나니 참 웃겼던 추억이라 이렇게 글도 올리지만 
    그당시엔 정말 ㅋㅋㅋㅋ
    참고로 그날 있었던 별의 개수를 재미삼아 선임들과 헤아려보니 무려 24개... ㅋㅋㅋㅋ

    작고 큰것도 다르고~ 길이도 달라~~ 하는 그 민망한 고추송은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음..
    나중에 아버지께 따로 말씀드리니 ㅋㅋㅋㅋㅋㅋㅋ 한참을 웃으시더라는....

    아.
    고추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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