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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가며
미스트라는 영화가 평단과 시장 양쪽에서 어느정도 성공을 거둔 만큼 좋은 리뷰들이 엄청 많이 나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약밀매상의 불법(?)리뷰를 쓰려고 하는 이유는 일반적 해석과는 약간 다른 야매적(?)시선으로 영화를 해석해보고 싶어서 입니다. 불법 리뷰라고 미리 말씀드린 만큼
상당한 정도 비약과 과장이 섞여 있다는 것을 감안하고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 미스트는 인류진화의 역사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미스트의 배경이 되는 공간인 마트 그리고 거기에 갇힌 사람들을 현재 인류가 처한 상황을 은유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리뷰가 많았습니다. 안개가 잔뜩 낀 외부 상황을 인류에 대한 위협 또는 한치 앞도 예측할수 없는 불확실한 미래로 파악하고 안전을 중시하는 온건파, 종교권력자, 총(무력)을 가진자 등이 극한의 상황에 내몰려 패닉에 빠졌을때 발생하는 비극적 이야기 말입니다.
하지만 저의 해석은 약간 다릅니다. 마트 내에서 벌어지는 사람들의 행동을 인류발전의 역사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합니다. 원시인류부터 현생인류까지 진화한 인류의 역사 말이죠. 발전의 역사는 매슬로우의 욕구이론처럼 단계적으로 진행됩니다 .
영화 오프닝에서 주인공 드레이턴이 그림을 그리는 모습입니다. 이것은 인류 진화의 최종 단계로서 문화적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에 충실한 현생인류를 상징합니다. 매슬로우의 욕구이론에 따르면 4단계나 5단계의 고차원적인 욕구를 추구하는 진화된 인류를 말하는 것이죠. 주인공의 직업이 화가인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태풍과 이어 닥친 안개(미스트) 때문에 고차원적인 욕구에 충실하고 자연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던 인류는 당장의 생존을 걱정해야하는 위기상황에 처합니다. 즉, 진화된 인류가 다시 1단계나 2단계의 욕구를 걱정해야만 하는 원시인류로 퇴화하게 됨을 상징하는 장면인거죠.
전기톱, 자동차, 전화기로 상징되는 문명의 이기들이 자연의 거대한 힘에 망가져 버리자 현재 인류는 원시인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생리적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허겁지겁 마트로 달려갈 수 밖에 없는 나약한 존재였던거죠.
정체불명의 생명체들의 습격장면 입니다. 사진을 자세히 보시면 큰 날짐승은 익룡을 닮았고 거대곤충들은 원시시대 실존했던 거대메뚜기나 거대잠자리 같은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이것들을 외계생명체가 아니라 중생대, 신생대에 있었던 익룡이나 거대 곤충들로 보면 위에서 원시시대로 돌아가 자연의 위협에 내몰린 인류라는 해석과도 일맥상통하게 됩니다. 아주 흥미로운 장면이죠.
그러면 마트내에서 사람들의 행동의 진화를 단계별로 살펴봅시다.
원시인류는 위험에 맞서기 위해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돌도끼나 반달돌칼 같은 투박한 것들이죠.
그러다가 불을 발견하고 그것을 다루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불을 이용해 위협적인 존재에 대항하는 법을 알게 된거죠.
인류는 더욱 발전을 거듭하여 문명의 이기인 총을 사용하여 외부의 위협에 대항하고
약으로 몸을 치료합니다.
인류공동체적 발전단계 측면에서 봐도 재밌는 상징들이 많이 나옵니다.
퇴화해버린 인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의식주입니다. 옷과 먹거리들은 마트에서 제공되니 당장 해결해야할 문제는 외부의 위협으로 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집(宙주)을 짓는 것입니다. 개사료 포대로 마트 입구에 쉘터를 만드는 것은 공동체를 지킬 집을 짓는 행위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즉, 먹을 것 입을 것 살 집을 공유하는 원시공산사회라고 해석이 가능하다는 거죠.
쉘터가 완성되면서 당장의 급박한 위험을 모면하게 되자 흑인 변호사가 자신의 파벌을 모으는 장면입니다. 곧 주인공을 중심으로한 안전중시파(온건파)와 흑인변호사 중심의 적극구조요청파(급진파)의 분리가 일어납니다. 다 같이 힘을 모으던 원시 공산사회를 넘어 같은 생각과 문화를 공유하는 소규모 공동체 부족사회로의 진화하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파벌간 대립이나 집단 이기주의 같은 인류사회의 병폐를 상징하는 장면들이 많이 나옵니다.
그런 과정에서 인류는 외부의 위협을 극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신앙을 믿기 시작합니다. 부족사회에서 한단계 더 발전한 것이 신정일치사회 즉, 종교적 권력이 인류를 지배하게 되는 것이죠. 인류는 자연재해와 같은 거대한 위협 앞에 속수무책으로 패닉에 빠지고 달콤한 거짓말과 종교적 유혹에 굴복하고 마는 나약하기 짝이 없는 존재였던 것입니다.
# 결국 현재 인류가 처한 위험을 타개할 방책은 무엇인가
주인공의 아들과 동료들은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위협에 굴복하여 스스로를 죽음으로 몰아넣습니다.
하지만 영화 도입부에서 아들을 찾으러 떠난 여자는 군대로 상징되는 국가에 의해 구조됩니다. 처음 이 장면을 보고 무슨 의미일까를 많이 고민했습니다. 주인공 일행이 모두 구조되는 해피엔딩도 아니고 주인공이 정체모를 생명체에 목숨을 잃는 비극적 엔딩도 아니어서 결론이 상당히 모호했습니다.
잠시 영화 중간으로 돌아가서 짚어보고 넘어가야할 장면이 있습니다. 도대체 안개는 왜 발생하게 되었느냐 하는 부분입니다.
주인공 일행이 의문을 느낀 것은 약국에서 죽어가던 군인의 사죄 때문입니다.
마트에 돌아와서 다른 군인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추궁합니다.
군인의 말에 따르면 군대의 주도하에 이루어진 과학자들의 실험 때문에 다른차원의 문이 열리면서 안개와 정체불명의 생명체들이 이쪽 세계로 건너왔다고 말합니다. 즉, 이 사태는 군대로 상징되는 국가의 비정상적인 실험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대가 등장하면서 주인공이 구조되고 안개가 걷히는 엔딩씬은 현재의 위협을 초래한 책임도 국가에 있지만 결국 외부의 위협에 대항할 수 있는 수단도 국가라는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란 의미같습니다. 인류 진화의 마지막 단계인 국가라는 영속적 결합체로 이행하여 대응하는 것이 자유방임 상태로 방치되어 원시인류와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 보다 최선의 해결책이라는 감독의 의도가 아닌가 조심스레 결론내려 봅니다.
# 영화에서 아쉬웠던 점
이 여자 점원 캐릭터가 초반에 많은 조명을 받으면서 관객들에게 역할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는데 결국 캐릭터를 못살리고 죽어버려서 아쉬웠습니다.
특히 군인과 로맨스씬은 주제의식과도 연계가 부족하고 정리가 안된채로 지나가버려서 몰입을 방해했습니다.
그리고 흑인 변호사에게 정체모를 생명체의 존재를 설명할때 흑인변호사가 충분히 알아듣게 설명하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못믿겠다며 주인공 무리를 배척하는 장면은 개연성이 부족해보였습니다.
마찬가지로 약국에 다녀온 주인공 일행중 한명이 광신도 무리에 끼게 된 것도 극의 흐름상 좀 억지스럽습니다. 극도의 공포를 경험하고 패닉상태에 빠져 종교에 심취하게 되었다는 설정 같은데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좀 뜬금없습니다.
특히 이 영화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바로 마지막 반전 부분입니다. 이 반전이 나오기 전까지는 만류하는 동료들을 뿌리치고 무리해서 마트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은 모두 죽는 모습을 보여줍니다.따라서 관객들은 영화의 주제에 대해 "극한상황에 처한 인간의 독선과 불완전성, 나약함" 같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마지막에 아들을 구하러 갔던 여인이 살아서 구조받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순간적으로 이 영화가 무슨 말을 하고싶은가에 대해알 수 없게 되어버립니다. 반전이 주제의식을 부각시키는 용도로 자연스럽게 사용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주제의식의 혼선을 가져온다는 것이 문제라는 거죠. 차라리 이 여인이 살아서 구조되는 장면이 없는 것이 극의 통일적 흐름에 더 좋은 선택인것 같습니다.
# 맺음말
리뷰를 쓰려고 영화를 한번 더 봤는데 처음봤을때 줬던 평점을 확인해보니 별 3.5개를 줬었네요. 다시 보면서 새로운 점도 많이 발견했지만 부족한 점도 많이 보여서 별점을 3점으로 깎았습니다. 하지만 리뷰에서 다루었던 것 처럼 인류발전의 역사라는 신선한 구성이나 극 전체를 장악하는 으스스한 분위기는 수작으로 평가해도 부족함이 없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리뷰 읽으시고 제시된 포인트에 맞춰서 미스트 다시 한번 감상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긴 글 읽으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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