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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menbung_31190
    작성자 : 세나트라
    추천 : 5
    조회수 : 1628
    IP : 121.178.***.57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16/04/21 00:57:27
    http://todayhumor.com/?menbung_31190 모바일
    [2ch] 재난 발생시 마음가짐에 대해 이야기했을 뿐인데 이혼할 것 같다

    413
    아내가 집을 나가고 한 달 이상 지났다. 이대로 이혼할 것 같아.
    집을 나간 계기는, 3월 11에 대한 뉴스를 본 아내가 우리 집 재난대비에 대해 물어온 것이었어.
    나는 그 때 지진을 겪고 피난경험이 있어서, 재난대비물품에 대해서는 내가 책임지고 관리하고 있었지.
    아내에겐 집에 비치하고 있는 물품에 대해서는 가르쳐줬지만 집 밖에 비치한 물품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주지 않았으니까, (겸사겸사) 경험이 담긴 재난발생 시의 마음가짐도 같이 전해줬어.
    그랬더니 아내의 기분이 급강하. 이상하다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소리를 질렀다.

    그 때(311 대지진), 평소부터 차에 물품을 비치하고 있던 나와 친구들은 그것들을 가지고 대피소로 갔어.
    도착과 동시에 정리꾼(まとめ役)이라 불리는 아저씨들이 몰려들어 물품을 모두 넘기라고 했지.
    물, 식료를 전부 회수해서 노인이나 아이를 데리고 있는 사람에게 약자 우선으로 분배한다고 하더라고. 젊은 남자는 당연히 맨 마지막.
    가지고 간 1인용 텐트는 갓난아기를 데리고 있는 애엄마에게 사용케 하겠대. 침낭 및 담요는 노인에게, 태양열 충전기나 간이 화장실 등도 공유를 위해 넘기라더군.
    당연히 거절하고, 친구들과 모여 각각 텐트를 설치, 도난방지를 위해 잠깐이라도 텐트에서 떨어질 때는 말을 걸어서 전원이 텐트에서 멀어지는 일만은 없게끔 합의했어.

    우리 외에도 물품을 가져온 사람도 있었고, 가족 동반자에겐 일단 말을 걸지만 한번 거절하면 그 이상 말하지 않는 것 같았어.
    다만 우리 같은 홀몸들에겐 몇 번이나 몇번이나 끈질기게 내놓으라 요구해서, 대피소를 나가는 사람도 있었고 결심이 꺾여 물품을 모두 빼앗기는 사람도 있었지.
    또 개인적으로 와선 애한테 먹이고 싶다면서 물품을 나눠달라는 녀석들도 많았어.
    거절하면 이쪽은 천하의 몹쓸 놈이 된단 말이야. 저쪽에선 너희들은 어찌 되도 좋으니 자기들한테 식료를 넘기라고 하는데, 거절하면 사람이 아니라든가, 상부상조가 어떻다든가 하면서 비난하지.
    최후에는 물품을 내놓거나 대피소에서 나가거나 양자택일을 강요당해서, 대피소를 나가기로 했어.

    그 때의 경험을 근거삼아, 물품은 최소한 물물교환. give-and-take를 할 수 없는 녀석은 상대하지 않기. 자식의 친구든 뭐든, 단호하게 거절하라고 한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아.
    애를 버리다니, 그렇게 냉정한 사람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며 비난하곤,
    더 이상 함께 있고 싶지 않다며 애를 데리고 친정으로 돌아갔어.
    그 상태로 오늘까지 전화도 문자도 무시. 만나러 가도 나오지 않더라. 얼마 전에 장인장모에게서 이혼을 제안 받았어.

    이게, 애한테서 물품을 강탈한 거라면 확실히 내가 나쁘지. 이혼당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
    하지만 실제로는 내 자신의 물품을 사수했을 뿐이잖아. 이걸로 이혼이라는 건 납득가지 않는다.


    417
    >>413
    대피소에 안 갔으면 됐을 일 아냐?


    418
    >>413
    >>417
    동의
    그렇게까지 재난대비물품을 가지고 있었다면 불쾌한 소리 들으면서까지 대피소에 머무를 필요 없었잖아


    420
    >>417
    >>418
    위 댓글이 413의 상담(?) 내용과 맞물리지 않아서 놀란 건 나뿐인가?


    421
    >>420
    괜찮아, 나도 똑같이 생각했어


    425
    >>421
    아아, 다행이다...

    >>413
    저는 재난를 겪어본 적이 없으니까 어떤 말도 할 자격은 없지만, (311 대지진) 당시 재난지에서는 누구나 살기 위해 필사적이었을 테고, 당신도 그랬겠죠.
    아내분이 과거의 당신이 내린 판단과 행동에 의심을 품어버렸고, 한 달 이상 지나서 “이혼하고 싶다”고 판단했던 거니까, 이제 무리가 아닐까요?
    당신의 판단과 행동을 이해하는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는, 아내분에겐 상관없는 일이고.


    422
    그게, 그러니까 아내분도 같은 생각을 한 게 아닐까?
    대피소라는 공공의 장소를 빌리고 있는 한, 물품은 배분해야 하고, 납득할 수 없으면 재깍 나가야 한다고.
    최종적으로는 대피소에서 나왔다고 해도, 장소를 빌리고 있는 한 (다른 사람들을) 걸식하는 사람처럼 말하는 건 이상하다고 생각해,
    라고 아내분도 생각했기에 인격을 의심받아 이혼운운이 된 거 아니야?


    423
    노인은 어떻든 상관없지만, 애들한테는 나눠줘도 괜찮지 않았을까.
    나이에 따라 다르지만 애들은 자제가 안 되니까.


    424 
    대피소는 중년·노인·아이 딸린 사람이 젊은 사람들을 당연한 것처럼 뜯어먹고 머슴 부려먹듯 하니까, 확실하게 NO라고 할 수 없으면 자칫 목숨이 위험해져.
    그런 것에 신변의 위험을 느껴 대피소를 나오는 사람들도 있어.


    428 
    >>413
    정리꾼 완전 웃기네ㅋ 생떼잖아ㅋ
    아내분은 내 아이에 대입해서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애가 있다고 해서 꼭 우대받는다고는 할 수 없고, 413이라면 가족을 지켜줄거라 생각될 뿐이지만 말이지.
    뭐, 가치관이 다르다고밖엔 할 수 없네.


    431 
    >>428
    그 생떼가 그곳에서는 영웅이 되는 거니깐.
    선택할 수 있었던 게 어디야, 강제적으로 빼앗아가는 영웅도 있었어.
    식료를 강탈한 뒤, 쫓겨나고 싶지 않으면 따라오라고, 자기만 식료를 가지고 있던 괘씸한 사람을 노예처럼 혹사시키는 곳도 있었다고.


    432
    원래부터 집단에 서투르고, 애완동물도 두 마리 키우고 있어서 대피소에 못 갈 각오는 하고 있지만
    재난에 대비하고 있던 사람에게서 강탈해서까지 분배해서 영웅심리에 취하는 소릴 들으니 안 갈 각오를 굳혔어.
    이웃끼리 평소부터 사이좋게 지내고 있어서 서로 빌려주고 빌리는 건 괜찮지만
    대피소에 가면 자기가 준비해 간 것을 문답무용으로 뺏긴다던가 있을 수 없는 일이지.
    전후 시대 암시장의 특별고등경찰도 아니고.


    433 
    이혼을 선택한 413의 아내분 심경을 이해할 수 없어-. 정작 피난 가는 상황이 되도 기꺼이 물품을 내밀 수 있을까?
    극단적인 예지만, 자원봉사에 지나치게 빠져 가사도 육아도 포기, 저금에도 손을 대서 가정을 붕괴시킨 아내 이야기를 떠올렸다고.
    그리고선 이혼 뒤에 재결합하자고 매달리는 메일 보내올 것 같아.


    434
    >>413
    한신 대지진 때 자원봉사를 간 친구 이야기를 들었을 때, 여러 부분에서 인간의 더러운 모습을 많이 봤다고 했던 걸 떠올렸어.
    재난을 겪은 적 없는 인간이 이러쿵저러쿵 하는 건 이상에 지나지 않고,
    재난을 겪은 적 있는 사람은 여러 각도에서 리얼한 현실을 경험하고 있던 거니까
    애초에 그런 경험을 해본 적 없는 인간이 이러쿵저러쿵 의견·이상을 말하는 것조차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라고 생각해.
    어느 쪽이나 필사적이니까 이런 건 좋다 나쁘다 할 순 없다고 생각하고,
    아내분이 그런 사고를 한다면 이젠 정말 가치관 차이로밖에 말할 방법이 없어.
    납득은 못 하겠지만.


    435
    근데 장인장모는 뭐라고 하면서 이혼을 제안했을까.
    자네와 딸은 가치관이 너무 다르다거나?


    436
    >>413
    유사시에 몹시 의지되는 남편으로밖에 생각되지 않아.
    위기관리를 하고 있는 사람을 탓하다니, 영문을 모르겠네. 최저한의 준비만 했다고 사람으로 구분될 리도 없는데 말이야.


    437 
    >>413
    아내 친정 일가는 강탈하는 쪽, 지진 재난 시에 너를 공격해온 무리랑 동류의 사고회로를 갖고 있는 거지.
    이혼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하는데.


    438
    >>431
    그런 건가...
    노상강도가 있는 대피소 따위엔 갈 메리트가 없네.


    439 
    재난 시에는 본성이 나온다던데 사실이구나.


    447
    >>413
    당신 생각은 올바르다고 생각하지만, 아내분 마음도 조금 이해는 가.
    나도 남편이 “예를 들어 친구에게라도 절대로 나눠주면 안 돼”라고 한다면 반발할 것 같은데.
    말투도 중요해서,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나눠주지 않는 게 정답이고, 나눠주는 건 정에 여린 거다” 같은 말을 들어버리면
    그건 (사람으로서) 어떨까? 하고 생각할 거고(당신이 그렇다곤 안 했어).
    아내분은 지진 재난을 겪은 적도 없어서 긴박감도 모를 거라 생각해.
    재결합 하고 싶으면, 나는 잘못한 게 아니다! 라고 주장만 하지 말고, 아내분의 다정한 마음에도 다가가주지 않으면 안 돼.
    당신이 전면적으로 올바르고 대피소 사람들이 전면적으로 잘못된 건 아니고,
    방식은 둘째치고서라도 실제로 분담해서 서로 도우며 생활하고 있던 사람들도 있었으니까.


    457 
    쓰나미는 없었지만 동일본 때 진도 6강을 경험했어
    이재민 중에서는 비교적 풍족한 상황이었지만,
    주위 사람들이 데미지를 받으면 본인도 꽤 힘들어진다는 게 개인적인 감상이야.

    만화에나 나올 법한 표현이지만, “죽음의 냄새”라고 할까
    시간이 지나면 눈에 보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부(負)의 오로라가 강해져.
    집에 있어도 “어디어디에서 어떤 피해가 발생했다”, “병을 앓고 있던 ○○씨의 상태가 좋지 않다” 같은 소리가 들려오고, 대피소에 가면 더 리얼해지지.
    그런 상황에서 “우리 집은 식료를 비축하고 있었지, 만세-!” 해서는 안 돼.
    부상자도 없고 집도 무사해서, 물은 배급으로 받고 식료도 비교적 있는 편이었지만 정신적으로 약해지더군.
    나는 건강한 젊은이고, 다소(어디까지나 다소지만) 인내하고 서로 돕는 편이 정신 위생상 좋구나 싶었어.
    실제 그 때 강탈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고, 근처 사람과 서로 돕는 경험도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일지도 모르지만.

    “○○씨가 상태가 악화되어 실려 갔다” 라고 들으면
    아무리 식료가 있어도 “다음번엔 우리 집 가족 누군가일지도”하고 생각해버리지.
    반대로 비축하고 있던 식료를 서로 나누며 어딘지 모를 허기를 느끼더라도
    눈에 닿는 범위에 식료가 널려 있으면 “우리는 괜찮다”고 생각되거나 해.

    상대를 위해서 나눠준다기보다는, 내가 안심하고 싶어서 한 행동이었다.
    러시안 룰렛처럼 갑자기 닥쳐오는 죽음이 눈앞에 있는 게 싫었어.


    459 
    >>457
    당신이 쓴 글에서는 리얼리티와 사람냄새가 느껴져.
    마음의 흔들림이라고 해야 할지, 상황 변화에서 비롯된 갈등 같은 게 있네.


    462
    >>457
    자발적으로 아는 사람과 서로 나누는 것과,
    “모두 이리 내놔. 너한테는 사용할 권리가 없어” 라고 무조건 명령되는 건 다르다고.
    그 때도 “분유를 나누라고 하지만, 언제 손에 들어올 지 모르겠고”
    같은 어린 아이가 있는 애엄마의 이야기는 자주 들렸고 말이야...
    우선순위를 붙여서 제대로 대비를 하고 있는 사람을 탓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약자를 대의명분 삼아 주위에서 빼앗는 사람은 적을 늘릴 뿐인데.
    나중에 자기한테 손해가 돌아와. 그런 건 보기 흉하다고.


    464
    재난과 관련된 일은 사실 그 때가 되지 않으면 모르지.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지진으로 인한 걸식이 몰려드는 걸 막기 위해 나눠주지 않는 게 정답일지도 몰라.
    하지만 나도 엄마니까, 친구의 애가 울고 있으면 역시 내 몫이나 남편 몫을 주었겠지.
    지금 상상해보면, 남편이 그런 때에 “절대로 내 몫은 안 줄 거다”라고 완고하게 버티면 실망할지도.
    하지만 혹시 나야말로, 평소라면 상상도 못 할 만큼 인간성 없는 행동으로 떼어버리거나 거짓말 하거나 할 지도 몰라.
    내가 어떤 행동을 할지조차 그 때가 되지 않으면 모르는 거야.
    >>413의 아내분은, 그 중에서 가장 상냥한 자신을 상상했겠지.
    그건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아니라고 생각해.
    당신의 생각을 완전히 부정한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혹시 당신도 같을 지도 모르겠고.


    465 
    긴급피난이란 말도 있고, 비행기에서의 안전 확인조차 자기가 먼저 마스크를 쓰고 나서 아이나 동료의 마스크를 챙기라고 설명해.
    일단은 자신의 안전 확보가 제일이야.
    그리고 나서 여유가 된다면 주위를 둘러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눠준다고 해도, 저 사람한테는 주고 이 사람한테는 안 주면 싸움의 원인이 되고.
    나눠주지 않는 선택을 했던 것도, 그 시점에서는 그 사람에게 있어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해.
    아내분이 이해해주지 않는 건 슬프지만, 결코 잘못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해.


    469
    >>413 대단하다. 나도 다시 대비하려고.
    아내분한테 여러 말을 들은 것 같지만,
    만약 물품을 나눠주고 나서 413의 상태가 나빠졌을 경우엔 가족을 지킬 수 없게 되는데 그걸로 괜찮겠어?
    예를 들면 다음 배급이 정해져 있어서, 그 전에 먼저 조금 나눠주었다 해서 별 문제없다는 걸 알고 있으면 나눠줄 수도 있지만 말이야...
    듣도 보도 못한 타인이면 무리지.


    470 
    뭘 위한 대비인 건데
    낯선 타인에게 나눠주기 위한 게 아니라, 자신과 가족을 위한 대비지.

     

    실제로 재난이 일어날 경우를 생각하니 멘붕이 와서 멘붕게에 올립니다.
    출처 스레를 세우기에는 부족한 불평·고민 상담 part 33
    http://kohada.open2ch.net/test/read.cgi/kankon/146062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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