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 김구 선생은 [나의 소원]에서 우리가 나아갈 바를 이렇게 말씀하신바 있다. 조금 길지만 이렇게 우리 나라에 대한 포부와 사랑을 밝힌 글도 드물기에 옮겨본다.
"나는 우리 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오직 한없이 싸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었기 때문이다지금 인류에게 부족한 것은 무력도 아니요, 경제력도 아니다.자연 과학의 힘은 아무리 많아도 좋으나 인류전체로 보면 현재의 자연 과학만 가지고도 편안히 살아가기에 넉넉하다. 인류가 현재에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仁義)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한 때문이다. 이 마음만 발달이 되면 현재의 물질력으로 20억이 다 편안히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이 정신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이다.
나는 우리 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 나라에서, 우리 나라로 말미암아서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구구절절 좋은 말씀이다. 그런데 여기에 한가지 더 생각해 볼 것이 있다. 이 이야기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꼽히던 40년대의 대한민국에서 나온 것이라는 사실이다. 항상 굶주리고 살던 그 시절이지만, 선각자 분은 먼 미래를 보시고 대한민국이 나아갈 바를 말씀하셨다. (선각자와 현실이 어쩌구 하며 잘난척하는 섣부른 지식인과는 스케일이 다르다는 본보기가 된다.)
반면 이완용은 소위 엘리트로서 일본과 접할 기회가 많았다. 때문에 그는 일본과 조선의 힘의 차이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결국 우리가 되도록 빨리 일본 아래 들어가는 것이 피해를 줄이고 발전을 꾀하는(!) 길이라고 생각하여 을사조약에 서명한다. 당시 우리나라 지식인들이라는 인간들 중에 유독 친일파가 눈에 많이 띄는 이유는, 그들이 일본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었던 이유도 크다. (당시 일본은 미국과 맞짱뜰 정도였으니…) 그들은 일본의 힘에 압도 당해서 그 현실을 받아들이고 거기에 맞게 움직인 결과, 결국은 조선을 계속 말아먹게 된다. 조선은 빨리 일본과 동화해야 한다는 둥의 헛소리들을 내뱉으며…
현실을 중시한다는 설익은 지식인들을 경계하라.
"현실은 이래…" 하며 시작하는 현실론은 얼핏 보기에는 현명해 보여도, 미래를 전혀 생각하지 않고 오직 주어진 데만 대응하는데 급급하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라크 전투병 파병에 동의하는 자들은 말한다. "울나라가 결국 미국의 도움 받는 거의 식민지 아니겠냐? 갸들 비위 거스를 게 아니라 말 듣고 이득 챙겨서 우리도 함 커보자."
식민지가 식민지답게 행동해서 비굴하게 요구 다 들어주고 강대국 비위 맞춰주면 식민지가 강대국이 되나? 그렇지 않다. 단지 '모범적인 식민지'가 될 뿐이다. 인도가 1차 대전때 영국을 위해 엄청난 병력을 파견해서 도왔지만, (그리고 스스로 자랑스러워 했다) 전쟁이 끝나자 영국애들은 1차 대전때 입은 손해를 인도에서 짜냈다. 우리 나라가 김구 선생 말씀대로 부강하지는 않더라도 세계에서 문화적으로 존경받는 나라가 되려면, 식민지로서의 현실 운운하며 명분도 없는 전쟁에 뛰어 들어가는 짓거리를 해서는 절대 안된다.
이번 이라크 전투병 파병에 대해 한미 동맹 어쩌고 하며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야기를 한다. 거기다가 우리나라 특유의 온정주의까지 더해져서, 한국전쟁때 우리가 도움을 받았으니 그걸 갚아야 한다는 신파조의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건 왠 병자호란 시대 이야긴지 모르겠다. 명나라 은혜 갚는다고 설치던…) 그렇게 미국의 요구를 "Yes Sir!" 하고 다 들어줄때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은? 언제 안정화될지도 모르는 이라크에 우리 젊은이들이 죽어가면서 전후 복구 찌꺼기 얻어먹는 것. (먹을게 있기나 할까? ? 우린 미국, 영국, 호주 등등 다음의 3순위 청약자 정도 된다. 3순위 청약 당첨되는거 봤냐?) 미국이 한국은 역시 주한미군 어쩌구 말만 꺼내면 약해져서 다루기 쉽다는 교훈을 배운다는 것.
앞으로 우리는 미국이 주한! 자만 꺼내면 간이고 뭐고 죄다 내놓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남의 침략 전쟁에 2번씩이나 찍소리 못하고 따라 파병하면서(베트남 포함) 우리는 강팀이라는둥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라는 둥 헛소리 한다는 국제 사회의 인식. 그러고도 만약 재수없게 북한과 맞짱을 뜨면 세계에서 다들 도와줄거란 생각하지 마라. 미국만은 도와줄테니까 된다고? 과연 그럴까?
미국의 도움을 받으려면 대들어야 한다.
미국이 이번에 우리가 말 들으면 나중에 갚아줄것이라 믿는 사람들은 미국, 그리고 서양과의 외교 전략에 대해 전혀 기본이 없는 인간들이다. 이제까지 역사상으로 미국과 서양애들에게 굴종해서 뭐 얻어낸 경우가 전혀 없다. 아까 영국과 인도 애들 이야기도 했다. 인디언들도 미국애들에게 굴종하다 당한 케이스다. 인디언들이 백인들을 처음에 잘 접대하고 평화 협정도 맺는등 성질 죽이면서 같이 살려구 갖은 노력을 했으나 결국 대부분 학살당하고 인디언 수감지역으로 쫓겨가고 말았다. 오직 끝까지 싸운 몇몇 부족들만이 약간이나마 유리한 조건을 얻어낼 수 있었다.
2차대전 때도 보자. 미국 편을 든 유럽의 많은 약소국들은 전쟁 끝나고 국물이 좀 나올줄 알았다. 그러나 갸들을 그냥 쌩깐 미국은 정작 자기에게 가장 위협적으로 대들었던 독일과 일본에 엄청난 지원을 한다. 특히 당시 일본애들의 끝까지 바락바락 대드는 태도는 (Nuclear 맞기 전까지) 미국이 지금까지도 아시아에서 일본을 높게 쳐주는 이유가 되었다. 이처럼 미국애들에게 뭘 얻어내려면 강하게 나가서 두려움을 끌어내야지, 살살거리고 비위 맞추면 멸시만 사고 이용만 당할 뿐이다.
중앙일보의 작태를 보라. 중앙일보는 울나라가 파병할 것처럼 보도를 때리면서, 한국 안보 현실이 어쩌구 하는 말을 익명의 정부 당국자 입을 빌려 하고 있다. 중앙은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우리로서는 큰일이라는 둥 여론을 조성하는데, 그게 도대체 현실을 중시한다는 인간들이 할 짓이냔 말이다. 우리의 약점과 걱정거리를 까발려 여론화 시키는 짓거리를 해서 이번에 있을 미국과의 협상을 아주 불리하게 만들어 버린다. 이건 마치 프로야구 선수가 구단 상대로 '나는 무릎이 아파서 큰일이오' 하고 광고하면서 연봉협상 하는것과 같다.
중앙일보가 그따위 기사나 내고 다니면, 미국은 주한 미군 말만 꺼내서 우리와의 어떤 협상도 양보를 얻어낼 수 있다. 미국과 협상할 생각은 안하고 상감마마 비위 거스릴까 무서워서 미리 걱정부터 하는 불알없는 내시 근성 되겠다. 왜 일부 인사들은 본능적으로 우리가 항상 약하다는 생각을 하고 협상에 들어가는가? 그런 생각이 우리를 더욱 약하게 만들고 있다는걸 생각해본 적 있는가?
이제 대한민국의 이름을 높일 때다
폴란드가 2천명 파병하면서 야심찬(?) 포부를 밝혔는데, 미국과 이 기회에 친해 둬서 프랑스, 독일을 견제할 세력으로 유럽에 자리매김하겠다고 한다. 프랑스, 독일의 멍멍이들이 웃을 노릇이다. 미국 멍멍이들도 웃을 거다. 미국이 왠 폴란드를 유럽의 중심으로 키워? 그럴 여력 있으면 이라크에 석유 지키러 병력 더 보낼 거다. 미국애들 폴란드에 고마워 하지도 않고 있다. 멍청이 하나 덕분에 다행히 병사 좀 덜 보내도 되겠다 하는 분위기다.
나는 비록 지금 미국에 공부하러 와 있지만, 우리 나라가 보다 이곳에서 존경받는 나라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우리가 미국에게 존경받고 가장 많은 것을 얻어내는 방법은 미국과 당당히 협상하고 대의(大義)를 중시하는 나라가 되는 것이다. 세계 12위 경제 대국이랍시고, 축구 잘한다고 자랑하다가, 미국의 요청 한번에 꼬리를 내리는 모습으로는 우리가 그들의 식민지라는 것만 재삼 확인시켜 줄 뿐이다.
미국이 모처럼 저자세로 나올때 확실히 해두지 않으면 우리는 영영 머슴 취급만 받게 될 것이다. 미군에 의존하는 안보 현실이 어쩌구 하는 식민지 근성을 벗어나라. 현실은 우리가 바꾸는 것이다. 씨바 우리가 축구하면 5:0으로 꺾는 네팔 같은 나라도 파병 요청 거부 하는데, 우리가 이 무슨 꼴이냐. 정부는 당당하게 반대해서 대한민국의 이름을 높이라!
딴지일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