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살때의 설레임... 내 후임으로 들어온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겼었다...
그 두근거림은 강렬하면서도 나를 목마르게 만들었다... 3개월의 머뭇거림 하고도 2개월...
후임에게는 남친이 생겼고... 나는 자포자기 하는 심정으로 회사를 그만두었다.
울면서 내게 비겁하다고 전화하는 후임에게 좋아했지만 역시 난 안되었다는 말도 안되는 신파극을 찍으며 마음을 접었다.
그 후 무작정 공무원(정확히는 공무원에 준하는 직업) 준비를 했다.
도망치듯이 빠져 나왔고... 난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했다... 머리속은 복잡했지만 어찌할 수 없었다...
천천히 시험을 준비했고... 자격증을 따나갔으며... 이런저런 정보를 접하기 위해 네이버 까페나 다음 까페를 기웃기웃 거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회사다니면서 벌어 두었던 돈은 떨어졌고... 시골에 계신... 생활이 빠듯한 부모님께 돈을 달라고 하기는 싫었다...
막노동과 공부의 병행... 배터리 공장에서 스티커를 붙이기도 했고 택배 상하차를 하기도 했다...
방값을 제외한 나머지 돈... 일주일 동안 5천원을 가지고 벼텨야 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내 자존감은 바닥을 쳤다...
그렇게 4개월 후 퇴사했던 회사의 선후배들이 간만에 얼굴이나 보고 술 한잔 마시자 했지만... 버스비 조차 간당간당 했던 내겐 그럴 사치와
자존감... 그리고 그 후임을 볼 용기는 없었다.
결국 난 그자리에 가지 않았고... 친했던 형님(선임)을 통해 내가 좋아했던 후임이 아쉬워 했다는 이야기와 내가 퇴사 후 정확히 2개월 후
후임은 남친과 헤어졌기에 선배들이 자리를 일부러 마련해 본거라고 했다...
하지만... 난 끝까지도 비겁하고 용기가 없었다...
그리고 그 일이 있은 후 반년 뒤 난 운이 정말 좋게... 시험에 합격했고... 합격증과 함께 정식발령을 기다리게 되었다...
그와 함께 난 그녀에 대한 마음을 접을 수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전에 공부했던 네이버 까페에 잠깐 들어가게 되었고... 흔히 말하는 합격 후기를 끄적여 보았다...
왜 그런지는 몰르지만... 걍 발령 나기전 까지 시간이나 떼울 겸... 끄적였던거 같았다...
합격수기를 적고 나서 정확히 10분... 핸드폰으로 리플이 달렸다는 알림에 까페를 들어가니... 첫 댓글에 합격수기를 잘 읽었다...
자기도 시험을 준비하는데 방법을 조금 더 자세히 알려달라고... 카톡 아이디를 알려달라던 리플이 있었다...
그것에 난 뭐... 별 일있겠어...? 라는 심정으로 카톡 아이디를 알려 주었다...
5분뒤... 카톡이 왔다...
그... 혹은 그녀의 질문에 나는 최대한 성실히 대답을 해 주었다... 흐릿한 기억으로는 근 2시간동안 카톡을 주고받았던걸로 기억한다...
시간이 흐른 후 나는 술을 마시러 가니...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을 전하고는 카톡을 끊었다.
그러자 그 혹은 그녀는 고맙다며 커피 쿠폰을 보내줬다... 그것에 난 의례적으로 잘 먹겠다는 말과 함께 알콜을 적셨다...
그 다음 날 아침 6시... 알람이 미친듯이 오기 시작했다.
숙취를 느끼며 깨보니 어제 그 녀석(?)이었다... 공부 중인데 물어볼게 있단다... 그것에 난 잘 모르겠으니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라 했지만
그 녀석은 끈질기게 달라 붙었다... 난 아침 댓바람 부터 일어나 ㅅㅂㅅㅂ 거리며 답장을 날려줬고... 이제 연락하지 말라는 당부아닌 당부와 함께
연락을 끊으려 했다... 숙취에 속이 뒤집어 질거 같았기에 빨리 끝내는게 급했다...
그 녀석이 애원을 했다... 절대로... 제발 귀찮게 하지 않을테니 연락을 끊지 말라고... 공부하는걸 도와 달라고...
그것에 난 오만가지 욕을 마음으로 쏟아내며 알았다고 답했다...
그런데 하루 이틀이 가도 카톡은 줄어 들 기미가 안보였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내 최대이자 최악의 실수... 연락 일주일 후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내가 왜 그랬는지 무엇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냥 휘말렸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지도 못하는 그 녀석에게 난 ....어어???? 하면서 전번을 알려주게 되었다...
이거... 스톡홀롬 증후군인가라는 생각을 하긴 했으나 이미 늦었다...
전화 왔다...
여자였다... 그것도 똥꼬발랄한 여자였다... 뭐 그리 말이 많은지... 첫 통화가 한시간이 넘었다...
그것에 난 공부를 알려준다고 했지... 이런 사적인 대화를 하려고 했던게 아니라는 말을 했다...
하지만 그녀는 귓등도 듣지 않고... 자긴 25살이고 이름은 아무개라고... 앞으로 잘 부탁한다고 했다
.....꽃뱀인가...? 혹은 장기자랑하는 그런 장기 털이범인가...?라는 생각을 했다.... 여튼 난 여차저차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 부터 지옥이 펼쳐졌다...
그녀는 잠이 없는지 아침 6시에서 7시면 항상 전화... 또는 카톡을 했다... 아침잠이 많은 나는 당연히 ㅆㅃ.... 이라면서
그녀의 전화를 쌩깠고... 잘못걸려도 단단히 잘못 걸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내가 전화를 받건 안받건 무조건 3~4번의 전화... 대여섯 통의 카톡을 오전 오후로 뻔질나게 보냈다...
그것도... 일주일동안... 뭐 그리 할 말이 많은지 끊임없이 오는 카톡에 난...질려 버렸다...
엄청난 마이 페이스... 그것에 난 결국 폭발해 버렸고... 걸려온 전화에 지금 뭐하냐고... 난 공부만 도와준다고 했지.... 당시의 사적인 생활
또는 미친듯이 오는 연락에 관심없으니 연락하지 말라고 했다...
욕은 안했지만... 내가 보더라도 심할 정도의 짜증이었다...
그것에 그녀는 약간의 정적을 흘려 보낸 후 말했다... 자기도 알고 있다고... 근데 공부를 하다보니 궁금한게 생기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물어보는...
그리고 최대한 성실하게 설명해주는 내가 고맙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계속 연락을 하게 되더란다...
그러면서 말 끝을 흐렸다...
실례가 아니라면 여자친구 있냐고...
그 물음에 난... 그 어떠한 말도 하지 못했다... 왜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당시 지웠다고 생각했던 내 후임이 잠시 머리속을 스쳐지나갔다.
결국 난... 더 이상 연락하지 말라는 말을 한 후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어 버렸다.
그 다음날... 그리고 그 그 다음날... 연락오는 그녀의 카톡과 전화를 모조리 씹어 버렸다...
후임때의 그 상처라고 해야 할까... 아직 치유되지 않았기에... 여자에 대한 막연한 도망 같은 수준이었던거 같았다...
거기다가 아직은 회복되지 않은 내 자존감까지... 이 두개의 요인이 섞여 큰 벽을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끈질겼다... 내가 연락을 받건 안받건... 일주일간은 혼자 떠들어 대듯이 카톡을 날리고... 아침 7시에 전화...
틈틈히 전화... 전화... 카톡을 보냈다... 스토커....? 내가 느낀 기분은 그것이었다...
그렇게... 결국 내 쪽에서 백기를 흔들었다... 하지만.. 내가 말한 조건... 그냥 오빠 동생 사이... 그리고 사적인 부분은 터치하지 말자...
그 정도의 수준을 유지하자... 어차피 우리가 만나거나 한건 아니니... 당신이 시험에 합격 할 때 까지 내가 도와 줄 수 있는 부분은 도와주겠다...
우리의 관계는 거기까지다... 그리고 연락은 자주 하지 말아라... 피곤하다... 라고 말했다... 그녀는 흔쾌히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삼일도 채 안되어 상황은 묘하게 꼬이기 일쑤였다...
그녀에게 휘말린다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내게 물질적으로 요구하지도 않은... 오히려 간간히 커피... 또는 아이스크림 교환권을 카톡으로 보내주며
내가 호구인가...? 아닌가??? 라는 생각을 애매모호하게 만들기 일쑤였다...
하지만... 난 억지로 그 관계를 부정하며... 그녀에게 화를 내며 연락하지 말라고 소리쳤고....
그렇게 우리 관계는 그녀가 처음으로 연락한지 근... 4개월 만에 끊기게 되었다...
나로 인한 일방적인 통보였다... 그리고 일방적인 연락 거절이었다...
우리 관계는 거기가 끝이었다....
그리고...내가 한살을 먹고 난 뒤... 여름... 느닷없이 그녀에게 연락이 왔다... 잘 지내냐고...
그 문자를 시작으로 그녀의 일방통행은 다시 시작되었다...
당혹스러웠다... 이 정체 불명의 녀석은 뭐지??? 그 생각에 난 일주일도 안되어 다시 연락을 끊어 버렸다...
그리고 4개월 뒤... 또 다시 걸려오기 시작한 전화와 문자...
또다시 반복된 연락 거절....
3개월 뒤 또 다시 걸려온 전화와 문자...
또 다시 반복된 연락 거절...
32살이 된 나... 그리고 똑같은 순환...
하지만 확실한건 하나 있었다... 연락이 다시 오는 그 텀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거였다...
그렇게... 또 다시 소비 된 1년... 여전히 그녀는 대차게 연락을 했고... 난 대차게 연락을 까버렸다...
33살이 된 나... 그리고 2월 말 또 다시 연락 온 ... 그녀의 전화에 술김에 모진 말을 해 버렸다... 간간히 욕설까지 섞으면서...
장난하냐고... 연락하지 말라고 했는데 왜 하냐고... 하긴... 나도 연락을 받아주는... 나 자신도 ㅄ이라고...
정말 격하게 화를 냈었다... 근 10여분 동안...
그러자...
그녀가 울었다... 정말로 대성통곡 했다...
왜 그렇게 모질게 대하냐고... 본인은 계속 보고 싶고 연락하고 싶어서 그러는 건데 왜 이다지도 냉정하냐고
한번이라도 만나서 커피 한잔 마시고 이야기라도 해보고 내치면 괜찮은데 뭐가 그리 걸려서 3년동안 그러냐고...
자기도 왜 이렇게 연락하는지 모르겠지만 보고 싶다는 말에 나는... 결국 백기를 들었다...
미안하니 울지 말라고... 이번에 너 말대로... 커피 한잔 마시자고... 그렇게 어루고 달래어 울음을 그치게 만들었고....
그 주 토요일 5시간의 운전 끝에... 그녀를 3년만에 처음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내년 2월... 혹은 3월을 목표로... 결혼계획을 세우게 되었네요....
4월 말... 처음 만난 그곳... 차 안에서 정말 커피 한잔 하면서... 당당하게 사귀자는 그녀의 말에 결국 전 넘어가 버렸고...
이제 연애 근 60일 째... 양가 부모님께 인사 모두 드렸습니다... 지금 둘의 계획은 내년 초 결혼을 목표로 하고 있네요...
제 집에서 여친 집까지 편도 5시간인데... 한달에 세번에서 네번 정도 내려 갈 정도로... 잘 만나고 있습니다...
주변에서는 진도가 엄청... 정말로 엄청 빠르다고 하는데... 정작 저희 둘은 막힘없이 술술 진도가 풀리고 있습니다...
참... 사람의 인연은 어찌될 줄 모른다고 하지만... 이러한 형태... 이러한 모습으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요....
여튼... 출근 전 잠이 하도 안와;;; 주저리 주저리 적어 보았습니다...
아무쪼록 늦은 밤 좋은 꿈 꾸시고... 행복한 연애... 좋은 인연 쭉 이어지기실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