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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31169
    작성자 : 네모
    추천 : 2
    조회수 : 869
    IP : 219.253.***.146
    댓글 : 14개
    등록시간 : 2012/06/17 15:48:34
    http://todayhumor.com/?panic_31169 모바일
    성공게가 사라지니, 공게가 난리가 나는구나.
    일베애들이 난입해서 난장판 피우는것 구경하는것도 쏠쏠하구나
    정작 성공게 위인들은 공게엔 보이지도 않고
    어그로끄는 일베애들과 거기에 낚여 파닥거리는 씹선비들..

    일베애들 얼마나 재밌을까 ㅋㅋ 
    거기에 오유 씹선비들은 지금 포풍키보드질하면서 자기 의견이 옳다고 파워 글 싸고있겠지

    다~ 시간 지나면 잊혀질 일 갖고 왜이렇게 싸움질이고, 난리질인지 원
    어그로끄는 일베애들은 먹이만 안주면 지들끼리 놀다가 지쳐서 나갈껀데
    파닥파닥 거리는 씹선비들을 보면 음~ 그.. 불쌍함

    자기들이 지금 동물원속의 동물이 된지 모르고 지금 사람들 앞에서 장기자랑중임
    아우 부끄러워라 ㅋㅋㅋ

    =======================================================================
    <호러단편> 

    붉은 장미 





    둥둥둥..둥둥... 
    음산한 북소리가 나의 귓전을 때리면 이윽고 기다렸다는듯 물속에서 무언가가 나타난다.
    한 사내가 타고 있는 나룻배는 보기에도 상당히 위태로와 보인다.
    그는 흔들리는 배전에서 간신히 중심을 잡으며 줄을 잡아 당기고 있다. 깃발을 올리고 있는 중이다.
    흰색 깃발을.
    그는 지금 물속에서 무언가가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분명 물속에선 무언가가 올라오고 있다. 
    그것은 이내 완전히 물위로 모습을 드러내며 흔들리는 배위로 기어올라 온다. 

    "히익!" 

    나는 숨이 멎는줄만 알았다. 
    배위로 기어올라온 그것은 좀전에 사내의 단도(短刀)에 찔려 물속으로 나가 떨어졌었던 물귀신이었다. 
    아직 죽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사내는 분명 죽은줄로만 알고 한치의 의심도 없이 하얀색 깃발을 올리고 있었다. 
    온몸이 붉으스름한 피덩이처럼 역겨운 비늘로 뒤덥히고 등과 옆구리엔 지느러미까지 달린 물귀신은 
    사내가 아직 자신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일격의 기회를 노리며 살금살금 
    사내의 뒤로 다가선다. 물귀신이 뻗은 손끝엔 독수리의 그것같은 검은 손톱이 날카롭게 달려있다. 
    여전히 눈치를 못채고서 깃발 올리기에 여념이 없는 사내. 
    그러는 사이 물귀신은 사내의 등뒤로 바짝 다가서 있다. 

    '안돼. 어서 뒤를 돌아보란 말야!' 

    나는 속으로 외쳤다. 그리고는 숨을 죽이고 지켜본다.
    물귀신이 마침내 사내의 뒷목을 노리며 날카로운 손톱을 치켜올리는 순간, 
    붉은 비늘 하나가 앞으로 튀어나가고 그것을 바라본 사내는 위기 일발의 순간에 몸을 숙이며 
    옆으로 피한다. 
    물귀신의 손톱은 허공을 가르며 중심을 잃는다. 
    그러자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사내의 단도가 잽싸게 물귀신의 옆구리로 파고든다. 

    "꾸어어어어~" 

    끔찍한 비명을 토하며 몸부림치는 물귀신. 
    그러나 사내의 단도는 연이어서 물귀신의 가슴을 찌른다.
    시뻘건 피가 사방으로 뿌려진다. 
    사내는 다시한번 더 단도를 휘두른다. 그리고 그것은 마지막으로 물귀신의 목줄기에 박힌다. 

    "꿔어어억~" 

    이윽고 단말마의 비명을 내지르며 물귀신은 쓰러진다. 
    그러는 사이 뿜어져 나온 대량의 피는 사방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사내의 얼굴과 옷을 붉게 물들였고 심지어는 하얀색 깃발마저도 붉게 물들어 있었다.
    분명 하얀 깃발이었는데 이제는 붉은 깃발이나 다름이 없었다. 
    사내는 쓰러진 물귀신을 걷어차 다시 물속으로 떨어뜨리고 의기양양하게 노를 저어 뭍으로 향했다.
    자신이 올린 깃발이 붉게 물들어 있다는 것도 모른채... 
    뭍에서 사내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그의 정혼녀는 이윽고 멀리서 다가오는 배를 발견하고 
    깃발을 보게된다. 

    '내가 물귀신을 죽이면 흰색 깃발을 올릴것이고,만에하나 물귀신이 나를죽이면 놈이 붉은 깃발을 올릴것이오. 그렇게 되면 깨끗이 나를 잊어 주시오.' 

    사내가 물귀신과의 결전을 앞두고 여인에게 했던 말이었다. 
    그런데 지금 다가오고 있는 배. 
    거기엔 시뻘건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기겁을 하는 여인. 
    아무리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아도 붉은 색이다. 
    여인은 그만 비탄에 빠져 미처 배가 닿기도 전에 자리를 떠 버린다. 
    그리고는 그대로 물속으로 풍덩..
    아무것도 모르는 사내는 자기손으로 그 몹쓸놈의 물귀신을 요절내어 버렸다는 뿌듯함과 
    이제 곧 정혼녀와 만나 혼례를 치르게 되리라는 설레임에 즐겁게 노를 젓고있다. 

    "자 오늘이 경기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최근에 멕시코가 상승세를 타고 있기는 하지만 역시 축구 하면 
    아직까진 브라질을 무시할수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갑자기 화면이 확 바뀌면서 웬 축구경기가 나타난다. 



    아버지가 채널을 돌리신 것이다. 

    "다 끝났으니 이제 축구보자." 

    나는 황급히 리모컨을 뺏으려하며, 

    "아빠, 아직 안 끝났어요~" 

    하지만 리모컨은 아버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쉽지만 내가 깨끗이 포기해야할 상황이었다. 전설의 고향은 사실 거의 끝난것이나 다름없었고, 
    아버지는 엄청난 축구광이셨기 때문이다. 
    나는 투덜거리며 자리를 떴다. 

    "칫, 우리나라하고 하는 것도 아닌데 뭐가 재밌다고 봐요?" 

    "야, 넌 우리나라 영화도 아닌데 얼마전에 슈렉은 왜 보러 갔고,우리나라 배우도 아닌데 디카프리온가 뭔가 하는 걔는 왜그리 좋아하냐?" 

    "말도 안돼, 그것하고 이게 같아요?" 

    "다를게 뭐냐? 사실 우리나라 축구는 재미없어서 못봐. 진짜 축구를 보려면 잘하는 나라걸 봐야지." 

    "어유, 실컷 보세요." 

    내방으로 돌아온 나는 잠시 멍하니 앉아 있었다. 
    좀전에 보았던 TV 속의 내용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여인. 

    그리고 그녀와의 혼인을 앞두고 마을 사람들을 수십명이나 잡아먹은 물귀신과 사생결단을 내러 가는 
    사내. 

    그는 직접 만든 단도를 옆에차고는 여인에게 이렇게 말한다. 

    하얀 깃발이 올라가면 내가 돌아오는 것이고, 
    붉은 깃발이 올라가면 놈이 돌아오는 것이오... 

    사내는 떠나고, 
    이윽고 바다 한가운데서 조우한 물귀신을 상대로 고군분투하다가 결국 놈을 쓰러뜨린다.
    그러나 올려진 하얀 깃발은 이미 붉게 물들어 있었는데... 
    정말 섬뜩하고도 애절한 사연이 숨쉬는 내용이었다. 
    무섭고 가슴 저린 얘기였다. 
    나는 그 잊혀지지않는 이미지의 잔상들을 붙들고 한참동안 뭔가를 골똘히 생각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좋은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난 벌떡 일어나 창문을 열어 보았다. 
    창밖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좀전에 뉴스에선 분명 오늘밤에만 최하 50미리 이상의 비가 더 내린다고 했었다.
    나는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어딘가로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준우니? 나야." 

    "어, 은주구나? 왠일이야?" 

    "지금 좀 만날래?" 

    "지금? 왜? 무슨일인데?" 

    "그냥. 할말이 좀 있어서..." 

    "그래 곧 나갈께... 참 어디서 만나지?" 

    "여기 놀이터로 와. 빨리." 

    "알았어." 

    나는 전화를 끊고 다시한번 미소를 지었다.
    준우는 나와 같은 학교 학생인데, 초등학생때 부터 줄곧 나를 쫓아 다녔었다. 
    물론 그 아인 내 타입이 아니었다. 
    키도 작았고 몸도 통통하고 얼굴도 평범 했으며 멍청할만큼 순진하고 말주변까지 없었다. 
    그 아이의 순진함은 중2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도가 지나 쳤다. 그래서 종종 짜증이 나곤 했다. 
    딱 준우의 반대인 애가 내 타입이다. 
    그리고 그런애가 최근에 나타나 나한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자 난 정말 준우가 귀찮아 졌다.
    어떡해서든지 준우와 깨끗이 헤어지고 싶은데 마땅한 구실이 없던 중이었다. 





    "은주야. 많이 기다렸니? 헉헉..." 

    준우는 계속 뛰어왔는지 더운 숨을 몰아쉬며 조금 지친 몰골로 나타났다.
    우산을 받쳐들고 있었지만 옷은 거의 다 젖어 있었다. 
    계절에 어울리지 않게 검은 긴소매 남방을 입고 있었다. 옷차림 부터가 맘에 안들었다. 

    "아냐, 나도 금방 나왔어. 너 말야...' 

    "응?" 

    "너 나 좋아하냐?" 

    그러자 준우의 얼굴빛이 단번에 변했다. 
    그리고는 뭐라 말해야 할지를 몰라 짜증날 정도로 우물쭈물 거리고 있었다. 

    "나 싫어하니?" 

    "아, 아냐... 좋아..." 

    "그래? 그럼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줄래?" 

    "부탁? 뭔데? 뭐든 말해봐." 

    "니가 날 정말 좋아한다면 말야. 저기 산꼭대기 이리봉에 있는 백장미 하나를 꺾은 다음에 거기다가 이리의 피를 묻혀서 우리집 우편함에다가 넣어줘.만약 내가 내일 아침에 우편함을 열었을때 장미꽃이 없으면 날 싫어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겠어." 

    "이... 이리의 피를 묻히라니? 무슨소리야 은주야..." 

    "말한 그대로야. 이리피를 묻혀서 흰장미를 붉게 만들어 달라구. 왜? 싫어?" 

    이리봉은 예전부터 밤이면 굶주린 이리들이 나타난다고 해서 그렇게 이름 붙여진 봉우리였다. 
    그곳은 대낮에도 으시시한 곳이었다. 
    겁많은 준우의 얼굴빛이 하얗게 질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난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준우는 바짝 긴장한 채, 떨리는 음성으로 간신히 입을 연다. 

    "으... 은주야..." 

    "왜? 가기 싫다는 거니? 겁나는 구나? 그럼 얘긴 끝났네. 앞으로 다시는..." 

    "알았어." 

    난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준우도 자신이 한말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말해놓곤 되려 놀래고 있었다. 
    그러다가 더욱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지... 지금 가야되는 거야?" 

    "그래. 지금." 

    "...." 

    "싫으면 안가도 상관없다니까. 대신 다시는 내주위에 얼씬대지만 마. 나도 너 보고 아는 척 안할테니까." 

    난 그렇게 말하곤 차갑게 뒤돌아 섰다. 
    그러다가 문득 다시 뒤를 돌아다 보았다. 
    그러자 침울한 표정으로 서 있던 준우가 제발 그러지 말라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 
    순간 마음이 동했으나 내색은 않고 준우의 앞에 인형 하나를 던졌다. 
    어릴적에 가지고 놀다가 머리가 떨어져나간 석고로 만든 각시 인형이었다. 

    "그걸 이리봉 꼭대기에 있는 커다란 느릅나무 밑에다가 파 묻고 와야돼. 그래야 니가 거기까지 가서 꽃을 꺾어 왔다는 것을 내가 믿을 수 있지." 

    그리고는 뒤도 안돌아보고 집으로 향했다. 
    뒤에서 준우가 죽을상이 되어 머리없는 인형과 나의 뒷모습을 번갈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고 있을 모습이 눈에 선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창문을 열고 놀이터를 내다 봤다. 준우가 허탈한 모습으로 우두커니 서 있었다. 
    우산까지 내팽게 치고 쫄딱 비를 맞고 있었다. 그는 땅바닥에 쳐박혀 있는 목없는 각시인형만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 고민하는 모양이었다. 갈까... 말까... 
    난 속으로 덜컥 겁이 났다. 정말로 가면 어쩌나 하고. 
    하지만 그래도 상관 없었다. 
    정말로 가더라도 이리봉엔 느릅나무도 없거니와 장미나무 또한 없었다. 
    모두 내가 지어낸 이야기였다. 가더라도 비속을 우왕좌왕 헤매다가 멀리서 이리 울음소리라도 한번 들리면 질겁을 하고는 그냥 내려 올게 뻔 했다. 

    그런데 잠시 인형을 쳐다보며 서 있던 준우는 포기해 버리려는지 인형을 둔채로 그냥 자리를 떠는 것이었다. 비틀비틀 힘없는 걸음으로... 
    나는 예상대로 되어 다행스러웠으나 조금은 기가찼다. 

    "쳇, 뭐야? 산에는 안가더라도 내가 준 인형은 가져가야 할거 아냐? 재수없다 이건가? 쳇. 그래. 나도 너 정말 재수없었어. 잘가셔." 

    나는 쾅, 창문을 닫아 버렸다. 
    비는 밤새 내렸었다. 간간이 번개까지 치면서... 



    다음날 아침. 
    밤새 내리던 비는 그쳤다. 

    "은주야, 신문하고 우유좀 갖다줄래?" 

    "어, 알았어 엄마." 

    이미 교복으로 갈아입은 나는 엄마가 아침을 차리는 동안 거실에서 잡지책을 뒤적이고 있다가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비닐에 쌓였지만 축축히 물기가 묻은 조간신문과 우유를 집어들고 돌아서려는데 문득 내 시선은 우편함으로 향했다. 
    우편함! 

    그러나 난 이내 머리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 겁쟁이가 그 일을 해냈을 리가 만무했다. 
    아니 어제밤 준우는 분명 인형도 줍지 않고 그냥 갔지 않았는가. 
    나는 확인조차 해 보지 않고서 코웃음을 치며 안으로 들어갔다. 



    "다녀올게요." 

    막 대문을 열고 집을 나서려는데 다시한번 우편함쪽으로 눈이 갔다. 
    이상스레 신경이 쓰였다. 굳게 닫힌 우편함. 

    나는 결국 확인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우편함으로 다가갔다. 그리곤 나무로 된 우편함의 조그마한 문을 위로 활짝 열어버렸다. 

    "헉!" 

    나는 우편함 안을 보고는 그만 숨이 넘어갈 만큼의 전율을 느꼈다. 
    거짓말처럼 내 시선을 사로잡는 새빨간 장미 한송이! 

    우편함안에는 붉은 장미 한송이가 가만히 들어앉아 있었다. 

    순간 참을 수 없을만큼 무서운 공포와 냉기가 나를 감쌌다. 

    그 빨간 잎사귀들 하나하나가 마치 나를 노려보고 있는 듯 했다. 
    나는 그대로 비틀비틀 뒷걸음질을 쳤다. 
    우편함도 채 닫지 못한채 얼어붙으려는 다리를 억지로 이끌며 그곳을 벗어났다. 

    학교에 가서도 나는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킬수가 없었다. 

    '준우가... 준우가 정말 그곳을 다녀 왔단 말인가?'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았다. 이리봉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곳인데, 그 겁쟁이 준우가... 

    그러나 아이들이 하나 둘 씩 등교를 하고 주위가 시끌벅적 해지자 나는 차츰 이성을 되찾아 갔다. 그리고 다시한번 곰곰이 이 일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보았다. 그리고는 결국 이렇게 결론을 내었다. 

    '그래. 준우가 그런 일을 정말로 해낼 애가 절대 아냐. 분명히 나를 속인거야. 빨간 장미쯤이야 어디서든 구할수 있는 거 아냐? 그리고 이리봉에 장미가 있다느니 느릅나무가 있다느니 하는 것도 다 내가 지어낸 이야긴데... 더군다나 그 애는 어제밤에 분명 인형도 줍지 않고 그냥 갔었잖아.' 

    이렇게 결론을 내리자 순식간에 준우가 미워졌다. 감히 나를 속이려들어? 그따위 주변머리로? 

    '쳇, 어디 오기만 해봐라.' 

    나는 단단히 벼른채 준우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준우는 바로 옆반이었다. 
    나는 수시로 벌떡 벌떡 일어나 옆반으로 가서 창문을 통해 준우가 왔는지를 살펴댔다. 
    그러나 준우는 좀처럼 등교를 하지 않았다. 

    그러자 서서히 분통이 터졌다. 그애 앞에서 큰소리라도 좀 쳐야 이 분이 풀릴 것 같았다. 
    아침에 우편함을 열어보고 놀란 것을 생각하면 정말 목이라도 졸라주고 싶을 정도였다. 
    어쨋던 그 날 준우는 지각을 했던 모양이었다. 
    그반 남학생들의 이상한 시선을 참으며 계속 들락거려 봤으나 결국 준우보다 담임선생님이 먼저 왔으니... 

    '두고봐. 1교시 마치고 당장 달려갈테니...' 

    나는 이를 갈며 딱딱한 물리시간을 버티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준우에 대한 미움이 커져갔다. 

    이윽고 1교시가 끝나자 나는 단숨에 준우의 반으로 뛰어갔지만 준우는 이미 자리에 없었다. 
    의도적으로 나를 피하고 있는게 분명 했다. 창문으로 준우의 자리를 보니 책가방과 책들이 있는 것으로 봐선 일단 등교는 한게 분명 했다. 
    그렇게 그의 반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결국 준우는 나타나지 않고 2교시 종이 울렸다. 
    할수 없이 2교시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2교시가 끝나기가 무섭게 나는 다시 후다닥 뛰어나갔다. 
    애들이 이상하게 날 쳐다 보았지만 신경쓸 여유가 없었다. 
    내가 교실을 빠져나오자 막 자기반을 뛰쳐나가고 있는 준우의 뒷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는 정말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야! 이준우!" 

    그러나 준우는 나의 부름에도 아랑곳않고 순식간에 복도를 벗어나 버렸다. 
    내 목소리가 너무 컸는지 옆반 남학생들이 창문으로 머리들을 내밀곤 이상스럽다는 눈초리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얼굴이 화끈 거렸다. 그리고 이런 수모를 당하게 한 준우가 더욱 미워졌다.
    나는 이를 갈며 돌아섰다. 

    결국 하교때까지 나는 학교에서 준우를 만나지 못했다. 

    그런데 혼자 분을 삭히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목에서 누군가가 조용히 내뒤를 따라오고 있음을 눈치챘다. 

    '준우구나...' 

    드디어 나타나셨군. 
    하지만 나는 모른채 계속 앞을 보고 걷다가 어느순간 무서운 눈빛으로 갑자기 뒤를 홱 돌아다 봤다. 
    예상대로 내 뒤를 아까부터 쭈뼛쭈뼛 따라오고 있던 애는 준우였다. 내가 그렇게 갑자기 홱, 뒤돌아 봤는데도 불구하고 준우는 별로 놀래는 기색이 없었다. 나는 기가 다 막혔다. 그새 간이 많이 커졌구나... 

    "야, 이준우. 넌 애가 왜 그렇냐?" 

    나는 성큼성큼 준우의 곁으로 다가가 고개를 약간 삐딱하게 기울이곤 한심하고 짜증난다는 듯 
    준우를 쏘아봤다. 
    그러나 준우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멀뚱히 나를 바라보더니 이윽고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무슨 말이니? 내가 뭘 잘못했어?" 

    순간 난 어이가 없어 웃음이 다 나왔다. 그리고는 다음 순간 준우를 정말 매섭게 노려봤다. 

    "야, 뭐? 뭘 잘못했냐구? 너 그럼 나한테 잘못한것도 없으면서 오늘 하루종일 왜 날 피했어? 어?" 

    그러나 준우는 더욱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피한적 없어." 

    "뭐야? 너... 근데 쉬는 시간마다 왜 자리에 없었어? 어? 왜 종만 땡 치면 어디로 뛰쳐나갔었냐구?" 

    "그건 그냥 뒷동산에 꽃구경 하러 간거였어." 

    "뭐야?" 

    정말 어이없고 울화통 터지는 대답이었다. 이 애랑 이런식으로 한심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내 자신이 다 원망스러울 정도였다. 나는 각설하고 장미꽃에 대해서 물었다. 

    "그래. 그럼 너 그 장미는 어떻게 된거야? 정말 이리봉까지 가서 꺾어 온거야?" 

    그러자 준우는 주저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 얘좀봐. 어쩜 이렇게 뻔뻔스러울 수가 있어? 너 언제 그런 잔머리까지 생겼니? 니가 가긴 어딜 갔다구 그래? 그냥 꽃집에서 하나 산 거잖아? 아님 누구집 담너머로 슬쩍 했던지..." 

    그러나 준우는 나의 이같은 흥분에 전혀 동요되지 않고 차가울 정도로 침착한 표정이 되어 입을 열었다. 

    "은주야, 무슨말을 하는 거니? 난 니말대로 어제밤 비를 맞으며 이리봉까지 갔었고 정말 그곳에서 장미를 꺾어 온거야. 그런데 고맙단 말 한마디도 없이 뻔뻔스럽다니? 잔머리라니? 그렇게 말하는 너야말로 너무 뻔뻔스러운거 아니니?" 

    순간 나는 말문이 탁 막혔다. 
    이건 내가 아는 준우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저렇게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또박또박 자신이 하고자 하는 얘기를 모조리 해내는 모습은 지금껏 본적이 없었다. 
    너무 진지하게 얘기를 하는 바람에 잠시 햇갈렸지만 나는 이내 반격을 해 들어갔다. 

    "너 그럼 정말 이리봉에서 흰장미를 꺾어서 거기다가 이리의 피를 묻힌거야?" 

    준우는 다시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니가 이리를 정말 죽였단 말야?" 

    "죽이라고 한적은 없잖아. 피를 묻혀 오라고만 했지. 거기에 이리의 피를 분명 묻혀왔어." 

    "뭐?..." 

    너무 진지했다. 그런 준우의 표정으로 봐선 거짓이 아니었다. 그러자 정말 더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한가지 생각이 내 머리를 스쳤다. 

    "야, 너 그 인형... 내가 준 인형은 어쨌어? 그것도 정말 느릅나무 밑에다가 파 묻은거야? 

    그러나 역시 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내 목소리가 높아졌다. 

    "거짓말 마! 니가 인형을 안줍고 그냥 가는걸 내가 어제밤 똑똑히 봤는데 거짓말 할거야?" 

    "첨엔 그냥 갔었지. 너무 무리한 부탁같아서... 
    하지만 이내 생각을 바꾸고 다시 돌아와 인형을 주워갔어." 

    "뭐야?" 

    "못믿겠음 나랑 같이 지금 이리봉으로 가 볼래?" 

    나는 그 순간 이상한 광채를 띠며 나를 정면으로 쳐다보는 준우의 작은 눈에서 알 수 없는 위협을 느꼈다. 

    "아냐, 됐어." 

    나는 슬슬 꽁무니를 뺐다. 
    더 이상 준우와 같이 있기가 버거웠다. 
    종종걸음으로 준우에게서 멀어지는 나를 준우는 그저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고만 있었다. 
    나는 집으로 들어가기 전에 놀이터로 가 보았다. 과연 머리없는 각시인형은 보이지 않았다. 난 몸서리를 치며 집으로 뛰어갔다. 



    그날밤 나는 머리가 복잡해 미칠지경으로 방안을 서성댔다. 
    만일 준우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제 준우는 대놓고 내주위를 어슬렁댈게 분명 했다. 게다가 오늘 준우가 내게 보인 태도는 뭔가? 그애는 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변한 모습은 내게 있어서 예전의 그보다 훨씬 더 거부감을 느끼게했다.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만 했다. 
    나는 다시 머리를 싸메고 고민을 해 보았다. 

    '그래... 어쩜 준우가 여기까지 다 계산을 하고 미리 선수를 친 것일지도 몰라. 어디가서 빨간 장미 하나사다 놓고 인형만 안보이는 곳에 같다 버리면 그만인 거잖아. 내가 인형을 확인하러 그 애와 함께 이리봉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는 걸 미리 계산에 두고 완벽하게 둘러 댄거야.' 

    이런 생각이 들자 나는 다시 슬그머니 화가 났다. 그 멍청한 아이에게 내가 당한꼴인가... 

    '그래. 아무리 생각을 다시 해봐도 준우가 그 밤중에 이리봉으로 가서 정말 흰장미를 꺾고 정말로 거기다가 이리의 피를 묻혀왔을 리가 없어. 말도 안돼. 어떤 간큰 남자애도 그런 일은 못할거야. 세상에 말이돼?' 

    '게다가 느릅나무와, 흰장미나무도 그래... 그런게 정말 있었단 말야? 아냐. 거짓말이야. 내가 완전히 지어낸 얘기였는데 정말 그런게 있다니... 그리고 쉬는 시간마다 뒷동산을 갔어?' 

    나는 결국 다시 준우에게 전화를 했다. 

    "준우니? 잠깐 나와줄래? 할말이 있어." 




    놀이터 그네에 앉아 기다리고 있으려니 잠시후 준우가 나타났다. 
    나는 준우를 보자마자 인형 하나를 던졌다. 역시 석고로 만든 신랑 인형이었는데 이것은 금방 내가 의도적으로 목을 분질러 버렸었다. 

    "그 장미꽃, 한번만 더 꺾어다 줄래? 이번에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이리봉정상에서 이리의 피를 묻혀서 가져와야돼. 이 인형은 그 느릅나무 아래에 파 묻고." 

    그러자 준우가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나를 바라본다. 
    그의 눈빛이 나를 원망하는 듯 했다. 

    "왜 그래야 되는데? 이번에도 내가 거절하면 다시는 너 주위에 얼씬 거릴수 없는 거니? 또 그런 조건이 붙는거니?" 

    "아니, 그게 아냐. 단지 난 니가 어제 꺾어다 준 그 장미꽃을 도저히 믿을수가 없어서 그래. 하지만 이번에 한번 더 갔다 온다면 정말로 믿어줄게. 어제것까지 모두 말야. 어떼?" 

    준우는 잠시 고개를 떨어뜨리곤 침묵했다. 
    한참후에야 고개를 드는 그의 표정은 상당히 침울했다. 

    "좋아 다녀올게. 근데...' 

    "...?" 

    "근데 내가 너한테 그렇게 믿음이 안가는 존재였니?" 

    "뭐?... 야... 사실, 그렇잖아... 니가..." 

    내가 당황하며 말을 더듬거리자 준우는 어느새 돌아서고 있었다. 



    잠시 후, 난 시소옆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그곳에 준비해둔 모자를 쓰고 잠바를 하나 더 껴 입었다. 
    그리고 잠바 주머니에서 전기충격기를 꺼내 보았다. 아버지의 책상서랍속에 있던 걸 몰래 가져 나온 것이었다. 

    나는 잠시 뜸을 두고는 준우의 뒤를 밟기 시작했다. 
    확실하게 내 눈으로 확인을 하고 덜미를 잡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 이준우. 어디 두고보자. 니가 정말 이리봉으로 가는지... 아니 정말 그 정상에 느릅나무가 있고, 장미꽃이 있는지...' 

    준우는 놀랍게도 정말로 이리봉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나는 소리없이 준우의 뒤를 놓치지 않고 따라갔다. 
    준우는 내가 따라오리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 했는지 단 한번도 뒤돌아보지 않고 산속으로만 향했다. 
    산새가 가파르고 어두운지라 나는 쉴새없이 미끄러지고 넘어졌지만 다행히 들키지 않고 잘 미행해 나갔다. 


    드디어 이리봉 정상이 가까워 오고 있었다. 
    준우는 숨도 차지 않는지 쉬지않고 잘도 올라가고 있었다. 
    점점 지쳐가는 나는 준우와의 거리가 벌어지고 있음을 느꼈다. 좋지않은 현상이었다. 
    시계를 보니 밤 12시가 넘어서고 있었다. 그만 다시 내려갈까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솔직히 내려가는 일도 암담했고 준우의 행동을 끝까지 지켜봐야 했기에 마음을 굳게 먹고 걸음을 재촉했다. 


    그러나 나는 결국 준우를 놓치고 말았다. 
    무리하게 그의 뒤를 쫓다가 나무 덩굴에 걸려 넘어지고 그러다가 돌부리에 무릎이 찍히고 말았다.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어보니 이미 준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주위는 정말 칠흑같이 어두웠다. 준우의 뒷모습까지 사라지자 더 어두워진 것 같았다. 
    나는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무릎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손을 대어보니 끈끈한 피가 묻어 나왔다. 순간, 멀리서 어둠의 정적을 깨부수는 음산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우우~~~~~~ 우워.... 

    난 순간 소름이 쫙 돋았다. 
    그것은 분명 이리의 울음소리였다. 무릎에선 계속 피가 베어나는 모양이었다. 나는 절뚝거리며 캄캄한 사방을 둘러보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비로소 숨막히는 공포가 나를 짓눌러왔다. 
    나는 눈대중으로 길을 찾아 보았다. 그러나 자꾸만 엉뚱한 방향을 헤매이고 있었다. 잔가지에 얼굴을 베이고 무언가에 걸려 넘어지면 바닥에는 가시같은 뾰족한 것들이 손바닥을 사정없이 찔러댔다. 

    "아악!" 

    마침내 나는 비명을 내질렀다. 
    완전한 어둠속에 홀로 고립된 느낌이었다. 그리고 형언할수 없는 거대한 공포가 사방에서 나를 옥죄어 왔다. 

    우우~~~~~~ 우워워... 

    이리소리는 더욱 가까이서 들려왔다. 
    나는 숨을 죽이고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눈물이 핑 돌았다. 도대체 내가 왜 이런 무모한 짓을 했는지... 내자신이 너무 원망스럽고 경솔하기 짝이 없는 행동에 후회가 됐다. 

    나는 준우생각이 났다. 

    '그래, 준우를 빨리 찾아야해. 어쩌면 준우는 길을 잘 알지도 몰라. 준우를 찾아보자.' 

    나는 살며시 몸을 일으켜 다시 길을 찾아 보았다. 
    준우의 말이 거짓이고 사실이고를 떠나서 그와 함께 있고 싶었다. 혼자서는 도저히 무서워서 견딜수가 없었다. 
    나는 어둠속을 뚫고서 달려갔다. 물론 이리저리 부디치고 넘어졌지만 그때마다 다시 일어났다. 

    "준우야." 

    마침내 나는 나지막한 소리로 준우를 부르기 시작했다. 

    "준우야. 어디있니?" 

    그러나 준우의 대답은 없었다. 어쩌면 난 지금 준우와 정 반대의 길을 가고 있는 지도 몰랐다. 


    우우~~~~~~ 워어어... 


    다시한번 이리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한참을 헤매이던 나는 드디어 좀 훤한 길을 발견 했다. 그 곳은 좀 탁트인 언덕이었는데 아마도 이리봉의 정상으로 향하는 길목인 듯 싶었다. 나는 주저없이 그곳으로 향했다. 

    그러자 정말로 이리봉의 정상이 나왔다. 
    분명 그곳은 이리봉의 꼭대기였다. 

    "아!" 

    그러나 그곳에 도착한 나는 그만 무서운 탄성을 내질렀다. 
    이리봉 정상, 그곳엔 정말로 거대한 느릅나무가 산지기인 마냥 떡하니 버티고 서 있었던 것이었다. 

    "정말 느릅나무가 있었다니..." 

    눈으로 보고 있었지만 믿어지지가 않았다. 
    나는 혹시나 싶어 느릅나무 주위를 파헤쳐 보았다. 그러자 얼마 않되어 뭔가 딱딱한 것들이 내손을 자극했다. 볼 것도 없이 목없는 석고 인형 두 개 였다. 

    '정말이었구나. 준우가 정말로 여기까지 왔었구나!'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준우는 보이지 않았다. 

    "준우야! 어디있니? 준우야!" 

    나는 목청을 높여 준우를 불렀다. 그러나 여전히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벌써 내려갔나? 어디로 내려갔지? 
    나는 서둘러 주변을 살펴보았다. 준우의 발자취를 찾아보았다. 그러나 도무지 어디가 어딘지 알수가 없었다. 
    그렇게 얼마간을 헤매다가 나는 또다시 심장이 덜컥 내려앉듯이 놀랐다. 
    장미나무... 

    하얀 장미꽃이 만발한 장미나무가 있었던 것이다. 



    '그래, 이길로 내려간 모양이야.' 

    나는 장미나무가 있는 그 길로 쭉 걸어가 보았다. 정말 내려가는 길이 있었다. 그 쪽으로 내려가자 큰 나무가 없고 길이 탁 틔여 비교적 훤 했다. 
    조금 여유를 찾은 나는 부지런히 걸음을 재촉했다. 
    그런데 그 순간 어디선가 부스럭 소리가 났다. 

    부스륵... 

    상당히 가까이서 나는 소리였다.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낮추고 근처의 무덤뒤로 숨었다. 

    저벅... 저벅... 

    나지막한 발자국 소리. 
    심상치 않은 느낌. 
    그런데 그 순간 문득 나의 시선이 옆으로 돌아갔다. 그곳엔 커다란 무덤이 하나 있었는데 그 무덤 뒤에 누군가가 있었다! 
    나처럼 누군가가 몸을 숨기고 있는 것이었다. 

    '준우구나!' 

    그런 생각이 번쩍 들자 나는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 쪽으로 뛰어갔다. 

    "준우야!" 

    단숨에 달려간 나는 무덤뒤에 엎드려 있는 준우의 어깨를 툭 쳤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힘없이 옆으로 픽 쓰러져 버리는 준우의 모습은 준우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것은 실로 비참하고 끔찍하기 이를데 없는 시체였다. 

    "꺄아아아악~" 

    갈기갈기 찢어진 옷 사이로 너덜거리는 살점들. 그 살점들 사이로 드러난 하얀 뼈. 누군지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죄다 물어뜯긴 얼굴엔 해골과 피에 엉긴 머리카락과, 조금 남은 두피 뿐이었다. 다리도 듬성듬성 살점이 날라가고 없었고 한쪽은 아예 무릎 아래가 잔인하게 뜯겨져 나가고 없었다. 

    그것은 분명 이리의 짓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살점이 모두 뜯긴 시체에 걸쳐진 긴소매의 검은 남방! 그것은 그 시체가 준우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오늘의 준우가 아닌 어제의 준우! 



    나는 그만 정신이 몽롱해 졌다. 그리고 그 몽롱한 머릿속에 빛바랜 필름처럼 영상하나가 스며든다. 바로 어제밤, 이곳에서의 준우 모습이었다. 

    그렇다. 
    준우는 어제밤 비를 맞고 여기까지 와서 하얀 장미를 꺾었던 것이다. 그리고 정말로 이곳에서 이리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그러다가 갑자기 나타난 이리에게 오히려 공격을 당하고 끔찍하게 온몸을 물어 뜯긴다. 살점이 떨어져 나갈 때 마다 분수처럼 치솟는 준우의 피가 하얀 장미를 붉게, 붉게 물들였던 것이다. 

    하얀 깃발이 피로 붉게 물들어 가듯이... 






    "으르르르릉..." 

    정신을 잃으려는 찰나에 어디선가 사나운 짐승의 포효가 들려왔다. 나는 기계적으로 몸을 일으키며 주머니에서 전기 충격기를 꺼냈다. 몽롱했던 정신이 순식간에 번쩍 들어왔다. 
    눈앞에는 허연 이리 한마리가 공격태세를 갖추고선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저놈이다.' 

    이리의 가슴부위에 상처가 있다. 내 눈이 휘둥그레 졌다. 
    아! 저 상처가... 

    순간 느닷없이 이리가 내게로 뛰쳐 들었다. 나는 옆으로 튕겨나듯 쓰러지면서 손을 쭉 뻗었다. 

    커엉! 

    처절한 이리의 울음소리가 밤공기를 갈랐다. 
    나의 전기 충격기가 이리의 옆구리를 파고 든 것이다. 이리는 난생 처음 당해보는 충격에 어리둥절 했는지 공포에 질린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슬슬 뒷걸음질을 한다. 순간 용기가 생긴 나는 전기 충격기를 작동시키면서 서서히 이리에게 다가갔다. 

    치지직... 치직... 

    마침내 이리는 꼬리를 내리곤 숲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그 다음에 내가 어떻게 그 산을 내려왔는지 모르겠다. 
    제대로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난 녹초가 된 채 어느새 우리집으로 향하는 골목길로 접어들고 있었고, 하늘엔 여명이 밝아 오고 있었다. 

    '그렇구나, 준우는 그날 죽었던 거야. 그럼 그 장미. 그것은 어떻게 우리집 우편함에 넣어진 것일까?' 

    나는 집으로 다가갈수록 알 수 없는 의문과 그에 대한 두려움으로 전신이 떨려왔다. 

    어제 이리봉에서 본 처참하게 살점이 뜯긴 준우의 시신. 
    그리고 아침에 우편함에서 보았던 붉은 장미. 
    나에게 두 번째 부탁을 받고 다시 산으로 향하던 준우의 모습. 
    그리고 느릅나무 아래에서 발견한 두 개의 목없는 석고 인형. 

    도무지 연결이 안되었다. 

    그러던 사이에 나의 발걸음은 어느새 집앞까지 와 있었다. 

    우편함이 보인다. 
    우편함. 
    떨리는 손으로 나는 우편한을 열어본다. 그 안엔, 
    붉은 장미! 
    어제와 똑같은 붉은장미가... 

    나는 그만 그 자리에 푹 주저앉고 만다. 

    '준우가 다녀갔구나.' 

    나는 피처럼 유난히 짙은 빛이 감도는 그 장미를 도저히 계속 보고 있을 자신이 없었다. 
    그만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저 멀리 새벽안개 사이로 누군가가 우두커니 서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게 보였다.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의 눈빛이 너무도 슬퍼 보인다. 마치 이제는 다시 볼수 없는 사람을 마지막으로 바라보고 있는 듯한 그런 애절한 눈빛. 
    준우의 눈빛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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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붉은 무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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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두두♪표 꼬릿말







    (주)Wildcat♪표 꼬릿말







    (주)포심패스트볼표 꼬릿말.




    만남과 이별



    각자 살아가며,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한다.

    무뎌지는 것일까 , 아니면 그저 무감각할뿐일까.

    수없이 많은 만남 속에 끈끈하게 얽혀진 인연.

    그럴리 없다면서도 어느샌가 풀린 인연.

    인연이 얽힌다면 풀리는걸 준비해야 하는 자세.

    현대인에게 필요한 "낭만"

    Episode1 - Wind Ca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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