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순간부터 나는 내가 예쁘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더 일찍.
평범하다고 우기기에도 조금 모자란 내 조건들에
부모님을 원망하는 못된 불효를 저지르기도 했지만
결국은 나를 태어나게 하신 것만으로도 감사함을 알았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예쁘지 않은건 예쁘지 않은 것이었다.
나는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 자체로 감사하고 기뻤지만
예쁜 여자아이들을 볼때마다, 그리고 거울을 볼때마다 부러움에 미칠 것 같았다.
어쩜 그리들
하얗고, 날씬하고, 속눈썹이 길고, 입술은 빨갛고 한건지.
조그마한 얼굴에 가는 팔다리, 연약한 손목을 가진 여자들을 보면서
쓰다만 뭉툭한 지우개같이 생긴 내가 부끄러웠다.
거울을 볼때마다 속이 쓰렸다.
길거리에 쇼윈도에 비친 내 모습만큼 초라한게 없었다.
그래.
나부터 나를 사랑해야, 남들도 나를 사랑하게 된다고 했다.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가지는게 좋다고들 했다.
말은 쉬웠다.
하지만 컴퓨터를 하다가, 모니터에 비치는 내 얼굴을 볼때면 한숨이 나왔다.
점점 외모에 집착하다 어느 순간 정점을 찍었다.
어차피 난 이렇게 태어난거.
어쩌겠어. 그냥 살자. 어쩌겠어. 이리 살다 죽지 뭐.
근데, 근데, 근데.
그런 내게 너는 좋아한다 말했다. 나는 너의 의중을 읽을 수 없었다.
나를 놀리는 것 같기도 했고, 정말 좋아하는 것 같기도 했다.
헛갈렸지만, 이내 나는 곧
나도 날 사랑하지 않는데
너가 날 사랑한다니.
라고 생각하며 너를 의심했다. 사실 넌 내게 진실된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장난스럽고 가벼운 태도였다. 넌 물론 아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내겐 너의 달콤한 말들이 쓰기만 했다.
예쁘지 않은 내게 예쁘다 말하는 너를 보며 오히려 화가 났다.
너는 나를 잘 알지 못했고, 나도 너를 잘 몰랐다.
그렇게 나를 잘 모르는 네가, 나를 잘 아는 마냥
너는 참 귀여워. 너는 참 예쁜 아이야. 너는 정말 착해.....
하고 몇번이나 반복해 말하곤 하는게 우스웠고 어이가 없었다.
너와 내가 말을 나눠본 적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하지만 문자로, 가끔은 전화로 그렇게 끈질기게 넌 날 예쁘다고 좋다고 말했다.
처음엔 그 말들에 조금은 혹했던 게 사실이지만, 나는 점점 날을 세웠다.
니가 뭘 아는데? 내가 나 자신이 이렇게 생겼다는 걸 아는데, 왜 너가 그렇게 말하는데?
그래. 내가 좀 지나칠정도로 방어적인 태도를 가진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너도 그 말들이, 너를 채우기 위한 것인지 너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한 것인지
제대로 말하지 않은 게 사실이니까.
남들이 옆에 두기 부끄러워하는 나를
옆에 두려는 너를 쳐다봤다.
솔직히, 너는 무척이나 외로움이 많은 사람이었다.
한 눈에도 사람이 고파보였다.
너는 순순히 가정의 불화 때문에 사랑을 제대로 받아본적이 없다 말했다.
눈으로는 늘 애정을 갈구했지만 입으로는 괜찮다고 말했다.
사실 넌 꼭 내가 아니어도 괜찮아보였다.
다만 너의 애정을 받고, 그걸 다서 너에게 돌려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했다.
나는 받을 준비도, 돌려줄 수도 없는 사람이었다.
나는 내게 자신감이 없었다. 사랑이 없었다. 내게 없었기에, 너에게 줄 수 없었다.
나는 그래서 네가 다른 사람을 찾길 바랐다.
나 말고도, 아니 나보다 나은 여자들이 세상 천지에 깔려있었다.
네가 예쁘다고 말했을 때, 그걸 진정으로 기쁘게 생각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사람을 보길 바랐다.
예쁘다는 말에 기분 상해하지 않을 사람.
나와 말을 하느니
차라리 벽에게 말을 하는게 나았을 것을.
너는 내가 어떤 반응을 보이든 그저 너 할말만 했다.
나는 네가 좋아, 넌 참 예뻐..
어느날 나는 너에게 전화를 해서 화를 냈다.
넌 자존심도 없니. 나같은 애 뭐 좋다고 그래. 너 나 알기나 아니?
네 눈엔 내가 예쁘니? 눈이 삔거니. 이런 싸가지 없고 제멋대로인 애 뭐 좋다고 그러니.
이렇게 틱틱대고 반응없으면 지치지도 않니. 나도 내가 싫은데 너는 내가 뭐 좋다고 그러니.
그냥 편하게, 딴 사람한테 그런 말 하면 안돼니.
모르면 이제 알아가면 되지. 너 안나쁜데... 그리고 나도 뭐 싸가지 없는데 뭘.
전화해준건 좋은데 이런말 할거면 끊어.
나는 복잡하고 미묘했다. 나는 끝내 하고 싶었던 말을 하지 못했다.
내가 좋은거니. 아니면 그냥.. 좋아할 대상이 필요해서 그러는거니.
뭐 이리 복잡하게 생각하는지. 내 스스로가 웃겼다. 무슨 소설 쓰냐.
그러면서 나는 너를 떠올렸다.
나를 바라볼 때 너는 내가 아닌 무언가를 보는 것 같았다.
내 얼굴을 보고 있으면서도 나를 보지 않는 것 같은 느낌.
네가 상상하는 한 대상을 정해놓고 거기에 나를 끼워맞추는.. 느낌.
나를 그렇게나 좋다 말하는 너의 앞인데도, 나는 그 앞에서 나를 부정받는 느낌이 들곤 했다.
내가 아닌 딴 사람을 그 자리에 두어도 아무런 차이가 없을 것 같은.
그런 미묘함을 주는 눈빛.
..
....
너의 눈빛과 너의 말들은 왜 이리도 멀리 떨어져 있을까.
그래.
나를 부정하고 미워하느라, 공연히 아무죄 없는 너의 감정까지 밀어내며
널 아프게 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넌 아팠을 것이다.
하지만 너도 그걸 알아줬으면.
내게 예쁘다고 말할 때, 너의 목소리는 유독 기계처럼 감정이 없어지곤 했다는걸.
그 말에 나도 사실 아팠다는걸.
너는 나를 통해 결국 네가 필요한 그 무언가를 채우지 못했고
너도 인간이기에, 지쳐갔고, 멀어져갔다. 그렇게 넌 갔다.
시간이 좀 더 지나고 나서
너는 너의 그 말과 감정들이
사랑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래.
나는 그 한마디 대답밖에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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