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 반달이.
맨날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뭘 하면 기분을 전환할 수 있을까 에서 출발한 나의 생각.
여름이라 영화도 맨날 블록버스터 아니면 공포영화에.
마땅히 볼 영화도 없어보이고…
아…연극. 그 생각을 잊고 있었다. 한동안은 한달에 두번을 보았던 것 같은데…
그래서 이번에 연극을 보기로 맘을 정하였다. 어차피 공연은 혼자 보기 좋아해서 내가 보고 싶은 것 맘대로 고른다. 혼자 보는 것이 가지는 프리미엄 이라고나 할까..ㅋㅋ
난 신한카드가 있어서 올댓컬쳐 사이트에서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일단 무엇을 볼지 결정하기 전에 올댓컬쳐 사이트에 들어갔다.
오오..명성황후..하네 하지만 넘흐 비싸 패스.
뮤지컬 보다는 연극이 좋아 연극탭으로 들어가 보고 싶은 연극을 선택했다.
바로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 2001년 초연 이래 지금까지 장기공연 되고 있는 연극.
왠지 감성을 자극하는 연극이 보고 싶어서 덥석 예매했다. 25% 할인된 24,750원. @.@
제목만으로 내용을 어림잡고 연극을 보러 갔다.
연극을 보기 전에 자세한 줄거리는 보지 않았다. 제목만으로 그 줄거리를 알 수 있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연극은 항상 그 이상이다.)
일요일 오후 3시 명동 한복판 명동아트센터.
명동의 크리스피 크림 맞은편 유네스코건물 3층이다.
건물 1층의 연극을 알리는 입간판
2층 올라가는 곳에 있는 매표소.
매표소에서 예매된 표를 건내 받고 반층 올라가 자리에 앉았다.
크지 않은 공연장이 1~2.3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깨끗하고 시원한 공연장. 엄마들과 같이 온 아이들이 특히 많았다. 공연이 시작되기전 시끌시끌한 아이들. 갑자기 엄습하는 불안감. “쟤네들 떠들면 어쩌지.. -_-;;”
하지마 연극이 시작되기 전 조연출 작가님의 상세한 설명이 이어졌다.
“어린이 여러분~ 연극을 보면서 궁금한게 생기면 바로 물어 봐야 할까요 아님 공연이 끝난 후에 물어 봐야 할까요?”
“(아이들)공연이 끝난 후에요~~”
“네 맞습니다!”
이런 식의 교육을 통해 아이들에게 올바른 공연을 관람하는 자세에 관해서 알려주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참 좋았다. (아이들과 함께 보는 공연이 이렇게 조용할 줄이야 ^0^)
막이 올랐다.
이 연극은 연극 속의 연극이 있는 형식의 형태로 이야기는 아주 오래 전 있었던 백설공주를 사랑한 ‘반달이’에 관한 이야기를 현재의 난장이들이 이야기 해 주는 내용이다.
내용은 모두가 알고 있듯이 일곱 난장이들이 살고 있는 안개숲 속에 새엄마를 피해서 도망 온 백설공주가 찾아와 같이 살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 난장이 중 막내인 반달이. 반달이는 말을 하지 못하는 벙어리 이다. 그래서 반달이는 몸으로, 춤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한다.
새엄마의 계략으로 죽을 고비를 두 차례 넘긴 백설공주. 그때마다 공주의 생명을 살리는 반달이는 사랑이라기보다는 차라리 희생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작고 연약한 모습으로 세상에 나아가 백설공주를 살리고자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는 반달이. 하지만 반달이는 백설공주에겐 그저 고맙고, 감사한 생명의 은인일 뿐.
반달이의 백설공주에 대한 마음은 날로 커져가기만 하는데…
결국 독사과 먹고 쓰러져 버린 백설공주. 이웃나라 왕자의 키스 없이는 살아날 수 없다는 말에 반달이 또 길을 나선다.
사람들이 사는 세상으로 나간 반달이. 여기서 치이고, 저기서 치이는 반달이. 말을 할 수 없어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끝없이, 지쳐 쓰러질 때 까지 춤만 추는데, 사람들은 그의 말을 알아 듣지 못한다.
그렇게 포기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 때쯤 드디어 나타난 왕자.
왕자는 반달이의 춤을 보고 반달이와 함께 안개숲으로 오게 된다.
그렇게 극적으로 살아나게 된 백설공주. 공주에게 반한 왕자.
반달이는 살아난 공주에게 자신이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몸으로 표현하기 위해 춤을 추려 하지만, 그 찰나에 왕자는 공주에게 청혼을 하고 반달이의 마음은 산산히 찢어진다.
“ 왜 왕자님이 공주님을 살렸는데… 왜 내 기분이 이런 거지?”
이 말이 반달이의 맘을 반증하는 단 한마디의 대사였다.
결국 반달이는 죽게 된다. 안개숲 가운데 자신을 묻어 달라 말하며 숨을 거두는 반달이.
상사병이었을까..아님 깊은 시름으로 말도 못하는 반달이의 마음 속의 병이었겠지.
아무것도 모르고 행복한 결혼생활 하던 백설공주는 어느날 비밀의 거울에게 물었다.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거울을 말해주었다. 저기 안개숲 속에 잠자고 있는 반달이 였노라고…
그렇게 마지막 장면이 환상적으로 바뀌며 안개숲에서 반달이는 공주에게 자신의 맘을 담은춤을 춘다.
마지막 장면은 상상하지 못했던 장면이었다. 어떻게 저렇게 꾸몄을까 하는 정도의 장면 전환. 이 마지막 장면을 보기 위해 난 한시간 반동안 연극을 본 느낌이었다.
작은 무대에서 펼쳐지는 이야기. 동화적이고 순수하게 표현하는 동작 하나 하나, 노래 한곡 한곡이 이 연극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그렇게 공연을 끝나고 극장을 나섰다.
그리고 집에 와서 이기찬의 ‘또 한번 사랑을 가고’ 뮤직비디오를 봤다.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를 처음 접한 그 뮤직비디오.
아주 오래된 뮤직비디오 이지만, 연극을 보고 나서인지 참 다르게 느껴졌다.
반달이의 가슴 아픈 사랑과 ‘또 한번 사랑은 가고’ 라는 제목이 그렇게 아련할 수 없었다.
누구나 에게 있는 짝사랑의 기억.
그 소중한 기억을 다시 한번 추억할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연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