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山綠水는「푸른 산 푸른 물」이란 뜻입니다. 청산유수靑山流水와 한 글자만 빼고 같습니다. 청산유수는 그 쓰임새가 거의 고정되어 있습니다. 이와 달리 청산녹수는 그때그때 상징하는 것이 그 글 안에서 다릅니다. (국어과에서 청산유수가 문제로 출제되면 단골로 함정으로 삼기도 하고요.) 기본적으로 청산녹수는 『푸른 산 맑은 물 건강한 우리 생활(어느 기업의 슬로건)』처럼 말 그대로「푸른 산 맑은 물」을 뜻합니다. 이런 깨끗한 환경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죠. 그러니까, 산과 물이 있는 멋있는 경치에 쓸 수 있습니다. 또한, 지금에야 하루아침에 산이 깎이고 물이 오염되기도 하지만 옛날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변함없는 자연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말 자체로는 큰 뜻이 없으므로 청산靑山과 녹수綠水로 하나씩 떼어 쓰기도 합니다. 녹수청산綠水靑山이라고 쓰기도 하고요.
청산녹수靑山綠水의 출처를 알아보니 의외로 오등회원五燈會元이라는 중국 불교 역사서가 나왔습니다. 법안종에 대한 내용 중 이런 말이 있습니다. 『묻는다(문問).「우두 스님이 도신道信(선종禪宗의 4조祖) 스님을 만나지 못했을 때는 어떠한가(우두미현사조시여하牛頭未見四祖時如何)?」 스님(사師; 이 공안公案에 대답하는 지금의 스승)이 말하길(사왈師曰) 「청산녹수青山綠水다.」 말하길(왈曰) 「만난 후에는 어떠한가(현후여하見後如何)?」 스님이 말하길(사왈師曰) 「녹수청산綠水青山이다.」』 이 우두 스님에 대한 공안은 불교의 대단히 큰 질문이였던 것 같습니다. 오등회원의 다른 곳에서도 계속 질문하고 있고 또한 계속 다른 대답을 하고 있고요. (청산과 녹수에 대한 표현도 그 이전에도 나오고 그 이후로도 있습니다.) 다만, 청산녹수와 녹수청산을 붙여서 같이 말한 부분은 이와 같습니다. 어리석은 저로서는 이 말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성철 스님)』과 어느 부분이 같고 또 어느 부분이 다른지 잘 모르겠습니다.
불교 이야기를 했더니 갑자기 소림사小林寺가 떠오르네요. 혹시, 무협지武俠志나 무협영화 좋아하시나요? 전에 이와 비슷한 표현을 본 적 있습니다. (불행히도 원전을 찾지 못해 한문표현은 없습니다.) 청산이 변치 않고 녹수가 마르지 않는 한 땔 나무와 마실 물은 걱정하지 않는다. 기억에 따라 쓰는 것이라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강 이러한 표현이었습니다. 어느 때 쓴 말이었을까요? 대답은 다음 내용을 보고 생각해보세요. 「청산녹수靑山綠水 강호재견江湖再見」이란 인사말은 좋은 때도 쓰고 나쁜 때도 씁니다. 청산과 녹수가 계속 있는 것 처럼 강호(무협세계)에서 다시 만나자란 뜻입니다. 「푸른 산이 바뀌지 않고(청산불개靑山不改) 맑은 물이 늘 흐르듯(녹수장류綠水長流) 나중에 만나게 될 기회가 있을 것(후회유기後會有期) 입니다」라고 한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뒤통수 조심하란 얘기입니다. 그럼, 앞에 땔 나무와 마실 물도 짐작할 수 있겠죠? 원수가 앞에 있지만 도망가자는 말 입니다. (나는 이런 문학적 표현이 좋더라, 후후.)
이렇듯 청산靑山과 녹수綠水는 변함없는 자연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그 본래 뜻은 좋은 경치입니다. 널리 알려진 다음 시조를 보세요. 이 시조에서는 녹수 대신 벽계수碧溪水란 표현을 썼습니다. 벽계수는 계곡을 흐르는 맑은(푸른)물이란 뜻 입니다. 또한 벽계수는 벽계수碧溪守와 한국어로 소리가 같습니다. 유럽에 공작, 후작, 백작, 자작, 남작이 있는 것 처럼 조선에서도 귀족들에게 작위를 내렸습니다. 벽계수는 벽계라는 지역(굳이 실제로 있을 필요는 없음)에 봉한 수守라는 작위입니다. 비유하자면 벽계의 백작 정도 되지 않을까 싶네요. 이 벽계백작과 같이 놀자고 작업하는 여자(황진이)의 시조입니다.
청산리靑山裏라는 것은 청산 속에 있는 이란 뜻 입니다. 푸른 산 속에 있는 맑은 계곡물이 한번 넓은 바다에 다다르면(일도창해一到滄海) 돌아오기 어렵다, 즉 벽계백작님 여기 지나가면 나 다시 보기 어려울걸요란 뜻으로도 풀어볼 수 있습니다. 명월明月은 황진이의 다른 이름입니다. 밝은 달(명월明月)이 비어있는 산을 가득 채웠으니(만공산滿空山), 즉 달빛도 좋은데 명월이랑 놀다가요 정도 되겠네요. 벽계백작님이 황진이의 자존심을 건드린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황진이가 예뻐 봐야 얼마나 예쁘겠어, 나한테는 어림도 없을걸(나는 황진이에게 홀리지 않으리)? 황진이가 이 시조를 읊으니 백작님이 말에서 떨어졌다는 이야기도 전합니다. 사실은 알 수 없으나 조금 고소한 내용이죠. 이 시조는 같은 소리로 다른 뜻을 드러내는 기법을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이 시의 매력 중 하나고요.
이런 말장난을 잘 하던 사람에 김병연이 있습니다. 숫자시나 욕설모서당같은 시는 겉으로 하는 말과 속으로 하는 말이 다릅니다. 저도 어제 김삿갓(김병연)을 본받아 한번 시도해봤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것을 부탁하니 시마詩魔님이 골이 났는지 오늘은 으슬으슬하네요. 역시 사람은 좋은 생각, 좋은 말을 해야 하나 봅니다. 그러나 이때가 아니면 언제 하리, 기회는 찬스다라고 생각했어요. 재미있고 리듬감 있는 말을 외워서 자체정화해야겠습니다. 김병연의 「내가 푸른 산으로 가는데(아향청산거我向靑山去) 너 맑은 물이 어찌 오느냐(녹수이하래綠水爾何來)?」도 재미있지만, 송시열이 지었다고도 하고 김인후가 만들었다고도 하는 말도 입에 착 붙네요. 다만, 늙는 것은 곤란한데... 그것 만은 봐줘요, 시마님. 늙는 것은 끊어내고 싶네요. 절로絶老절로絶老절로絶老. 절대로 늙는다는 것이 아니라.
청산靑山도 절로절로 녹수綠水도 절로절로 산山 절로 수水 절로 산수간山水間에 나도 절로 이 중中에 절로 자란 몸이 늙기도 절로 할(이라).
규칙1. 제출한 표현은 읽는 법과 의미를 설명한다. 예) 가화만사성 - 家和萬事成(집안이 화목하고 모든 일이 이루어진다)
규칙2. 제시된 소리가 모두 들어간 표현을 만든다. 예) 가화만사성 - 加禍謾詐盛(재앙을 더해 속임수가 왕성하다)
규칙3.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바로 그 표현은 제출할 수 없다. 예) 家和萬事成(X) 加禍謾詐盛(O)
규칙4. 제시된 소리의 순서는 바꿀 수 있다. 예) 성사만화가 - 成事滿華家(화려함을 채우는 일에 성공한 집 또는 成事滿華于家로부터 집에 화려함을 채우는 일에 성공하였다) 예) 성사만화가 - 性事漫畫家... 다들 아실 것이라 믿고 설명은 생략합니다.
규칙5. 한자로 쓸 수 있어야 한다. 예) 性事漫畫家(O) 性事畫家만(X)
규칙6. 고유명사는 다른 곳에서 인용할 수 있는 것을 쓴다. 단,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일도 허용한다. 예) 사성만가화 - 師誠謾可化(사성이 가화를 속였다)에서 師誠은 조선 말기 승려(1836년생1910년몰)의 법명이고 可化는 1870년에 진사가 된 원숙교(1828년생)의 다른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