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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bestofbest_30844
    작성자 : 눈물한스푼
    추천 : 202
    조회수 : 17352
    IP : 123.228.***.215
    댓글 : 43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09/09/14 23:59:39
    원글작성시간 : 2009/09/14 17:05:47
    http://todayhumor.com/?bestofbest_30844 모바일
    나 몰래 지갑에 3만원을 넣어 둔 아내




    퇴근하는 길에 집앞에서 운동하고 돌아오는 아내를 만났습니다.
    가쁜 숨을 몰라 쉬면 아내는 갈증이 난다며 맥주 한 캔을 사달라고 합니다.
    "나 돈 하나도 없는데"
    아내는 저를 불쌍한 듯 쳐다보더니 운동복 깊숙이 숨겨둔 만원 짜리 한 장을
    꺼내며 편의점으로 향합니다.
    파라솔에 앉아서 아내와 오붓하게 맥주 한 캔씩을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다음날 바쁜 회사 일을 하면서도 두어 번 아내와 일상적인 안부 전화를 했습니다.
    그리고 퇴근을 하는데 아내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한 10분 전쯤에 퇴근한다고 전화를 했는데 아내에게 또 전화가 온 것입니다.
    "어디야?"
    "방금 전화했잖냐...지금 막 출발했는데"
    "자기는 어째 그러냐?"
    갑작스러운 짜증 섞인 말투에 당황하고 있는데 전화가 끊기고 말았습니다.
    일부러 끊은 거 같지는 않고 전화 연결이 끊어진 거 같았습니다.



    몇 초 후에 전화벨이 울릴 때까지 저는 여러 가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아내가 저런 말투가 나왔다는 것은 뭔가 내가 잘못한 게 있는 거 같은데....
    일단 처가 행사부터 머릿속에 떠올려 봤습니다.
    장모님 생신...장인어른 기일...아닌데...그럼 결혼기념일...그것도 아니고..
    짧은 시간에 조급한 마음으로 생각을 하려니 뒤죽박죽입니다.
    잠시 후 전화벨이 다시 울립니다. 저승사자의 부름 같습니다.



    "어.."
    "전화 왜 끊어?"
    "아냐 전화가 끊긴 거지...."
    "하여간 당신 어째 그러냐? 뭔 말인지도 모르는 거냐 모른 척 하는거냐?"
    환장하겠습니다.
    묵비권을 행사하는 나에게 아내는
    "내가 스스로 이런 말 하는 것도 부끄러운데...참나...어째 자기는 고맙다는 인사치레 하나 없냐?"
    "....."
    "지갑에 없던 돈이 생겼으면 말이라도 고맙다고 하는 게 이치 아니냐? 오늘 전화
    몇 번 하는데 어째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냐?"
    그제야 뭔가 가닥이 잡혀갔습니다.



    퇴근 무렵 지갑을 챙기는데 3만원이 들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시제와 내 지갑을 오가는 현금이 있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어제 돈이 없었다는 사실도 잊어버리고 있었던 거죠
    "형우엄마..진정하고 내가 알았으면 전화로 말을 했겠지..근데 나 진짜 몰랐다."
    한숨을 길게 내쉬는 소리와 함께
    "알았다. 당신이 뭐 그렇지 항상 건성이지....조심해서 들어와"
    힘없이 끊어 버리는 아내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습니다.
    하지만, 나도 어이없는 게 평소 이런 일이 있었다면 주의 깊게 봤겠지만 정말
    결혼 14년 만에 내 지갑에 돈을 몰래 넣어 주는 행동은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한 30만원 정도 넣어 줬다면 제가 알았겠지만...ㅎㅎㅎ



    집에 도착하는 30분 동안 어젯밤, 또는 오늘 아침에 아내의 행동을 생각해 봤습니다.
    맥주 한 캔 사줄 돈도 없는 텅 빈 지갑을 가지고 다니는 남편 몰래 지갑에 돈 3만원을
    넣으면서 기뻐했을 아내....그리고 나에게 고맙다는 전화가 오면 답할 맨트도 생각
    했을텐데...무심한 남편이란 작자가 온종일 한마디도 없었으니 스스로 말하기도
    그렇고 온종일 꽁해 있었을 아내를 생각하니 미안하기도 한데 웃음이 나왔습니다.
    다시 전화 통화를 해서 운동 마치고 돌아오는 아내와 이틀 연속 집앞에서 만났습니다.



    뚱한 표정으로 오늘도 가쁜 숨을 몰아쉬는 아내를 맞으며
    동네에서 웬만하면 하지 않는 어깨동무까지 하며 엎드려 절받기 식의 고맙다는
    인사치레를 했습니다.
    아내가 목소리 톤을 가다듬으며 나지막이 한마디 합니다.
    "어디 가서 자상한 남편인 척 가식 부리면....아주 죽을 줄 알아~~~~" ㅋㅋㅋㅋ
    그래도 기분이 풀어졌는지 가벼운 발걸음으로 세탁소로 향하는 아내를 보며 생각합니다.



    [남편 지갑만 확인하지 말고 당신 지갑도 좀 잘 확인해라~~결혼 14년간 당신 지갑에서
    내가 가끔 몰래 만원, 5천원권 한 장씩 빼간 거만 해도 꽤 될 거다..저번에 급히 빼느라고
    제대로 확인도 안 하고 뺀 게 달러라서 얼마나 당황했는데. 달러는 다음날 다시 넣어 놨다..ㅎㅎ]




    ps

    아내가 내가 전화를 해서 고맙다고 말하면
    "요즘 회사도 힘든데 저녁에 생맥주라도 한잔하고 들어오라고 넣어 놨어..힘네"
    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무심한 남편 전화해서 저녁 반찬이 뭐냐고만 물어보고....
    다음에는 혹시나 다시 한번 넣어줄 생각이 있으면 건성인 남편을 위해 쪽지라도
    하나 써서 넣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ㅎㅎ

    눈물한스푼의 꼬릿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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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9/14 17:11:23  119.205.***.222  하루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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