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5년차 택시기사입니다.
먼저 "요즘 애새끼"라는 표현을 쓴 택시기사의 말은 대단히 잘못되었다고 말씀드립니다. 첨보는 사람앞에서 쌍욕을 쓴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있어서는 안되는 무례한 행동이죠. 특히 손님이 승차한 상황에서는요.
그러나, 글쓰신 분의 대응도 솔직히 잘하신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머랄까...택시업계들어와보니 이분들 거의 90퍼센트는 힘들게 사시는 분들이에요...최종학력이 국졸이신분들도 정말 많습니다. 요즘 세상에 누가 국졸?이겠냐고 생각하시겠지만, 은퇴 후에 소일거리로 용돈벌이로 개인택시사서 노니시는 분들은 제외하고 최하류계층 취급당하면서 자식키우느라 술취한 진상들한테 욕먹고 맞아가면서 묵묵히 일하시는 분들이 훨씬 많습니다...혹은 사업망하고 어떻게는 가족 먹여살려보겠다고 하루에 커피 10잔씩 마셔가면서 돈 10만원 벌려고 죽어라 하시는분들도 많고요.
그 택시기사가 30대 중반으로 보였다구요? 아마도 30대 택시기사는 100명에 한명 볼까 말까합니다. 천명에 한두명이라고 보시면 될거에요. 한달에 200도 못버는 직업이고 그나마 그 돈벌려면 한달에 복잡한 시내를 5000키로미터 운행해야 벌수있는 직업인데, 차라리 건설업 일용직을 하지 몸버리고 스트레스 최고인 이 직업을 젊은 분들은 거의 안할려고 하니까요...
30대중반에 택시를 하면서 박근혜지지하는 사람들을 깐다. 참 희귀한 택시기사를 만나신듯한데...욕망폭발님의 나이가 어찌되는지 추측은 못하겠지만. 택시기사들이 가장 피하려고 하는 경우가 새벽3시까지 술마신 사람들하고 정치이야기하는 거죠. 나이 많은 승객은 술취해서 정치이야기를 자기가 합니다. 그럼 현명한 택시기사는 "아 예예, 손님말씀이 맞네요.."하고 맞장구치면서 액셀 죽어라 밟습니다. 빨리 내려주고 싶어서. 술취한 손님하고는 기본적으로 말을 섞지를 않으려고 합니다. 님같은 저질스러운 질문을 해대는 경우가 참으로 많거든요.
욕망폭발님이 물어본 질문 제가 대신 대답해볼까요?
"아저씨 대학나왔어?"
=네, 저는 SKY중에 한군데 나왔습니다. 아카라카. 학위는 두개 가지고 있습니다.
"한달에 300벌어?"
=네, 그 정도 법니다. 택시하기 전에는 님이 계시는 백화점의 웬만한 분보다는 더 벌었을겁니다.
"영어 읽을줄 알어?"
=네, 쓸줄도 알고 회화는 많이 떨어졌지만 일상생활 대화는 가능합니다. 영어로 논문 작성경험 다수 있습니다. 독일어 일본어 읽기쓰기 가능하고요.
"외국뉴스 볼줄 알아?"
=네, 저는 인터넷으로 유일하게 보는 것이 오늘의 유머 베오베 게시판이고 CNN은 열심히 보는 편입니다. 특히 요새 미국대선이 너무 흥미진진해서요.
그런데 말입니다, 제가 님의 글을 읽고 제일 화가 나는 부분이 어딘줄 아십니까?
"그럼 조용히하고 운전해"
이 부분이에요. 님 백화점에서 일하신다고 했죠?
그럼 제가 이번에는 욕망폭발님께 질문좀할께요. 님이 백화점에서 일하신다니까 내가 백화점 손님이라고 합시다.
[어느 대학나오셨어요? 아 당연히 대학은 나오셨겠고 석박사 과정은 한국에서 아님 외국에서?]
[한달에 최소 300이상 버시나본데, 집은 장만하셨죠?]
[백화점에서 일하시니까 영어는 물론이고 요즘 중국인들 많이 오는데 당연히 백화점 직원이심 북경어와 광동어 둘다 잘하시죠?]
[외국뉴스 많이 보시나본데, 이번 미국대선에서 티파티의 영향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참나, 그럼 조용히 하고 가서 빨리 창고로 뛰어가서 옷이나 내가 원하는 취향으로 다시 꺼내와."
기분이 어떠십니까?
예, 서두에 말씀드렸다시피 "애새끼들"이라는 표현을 쓴 택시기사의 잘못은 대단히 명확합니다.
그러나 님의 대응이 "이보세요 기사님, 저는 그런 상스러운 표현은 좋아하지 않고요. 제가 새벽 세시까지 술을 마셔서 좀 피곤하네요." 라고 하셨으면 백에 구십구명은 "아이고 죄송합니다."라고 말하고 잘 모셔다 드렸을거에요.
택시 사이다글은 항상 재밌게봅니다. 읽으면서 어이고 저런 내 차타셨으면 얼마나 기분좋게 가셨을까..하고 생각도 많이하고요, 난폭운전이나 신호위반하는 글을 보면 나도 혹시나 그러지 않았나 반성도 합니다.
저도 사이다글 올려보고 싶었어요. 택시기사한테 반말하는 젊은이들, 술마시고 패악질하는 사람들. 법대로 하자고 경찰부르면 제 앞에 무릎꿇고 빌거면서 저한테 주먹질하고 뒷자리에 앉아서 침도 뱉는 사람들. 말도 없이 담배피면서 차안에 재떠는 사람들. 밤중에 경찰도 없는데 신호 꼬박꼬박지킨다고 욕하는 사람들.
3천원이 아쉬워서 참는게 아닙니다. 제 직업은 승객을 목적지까지 편안하고 안전하게 최대한 신속히 모시는게 직업이지, 승객들 비위맞춰주고 꼬장받아줘야한다는 건 교통관련,택시관련법규에 없는 내용이거든요. 단지 내가 같이 시비트면 내가 귀찮으니까하고 피하는것 뿐이에요. 위에 열거한 사람들 예외없이 다 경찰에 신고해서 경찰차태워보냈고, 합의해준적도 한번도 없습니다.
택시기사가 님께 한 말의 의도는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위에 썼듯이 술취한 승객에게 일부러 시비를 거는 바보같은 기사가 몇이나 있겠냐만...
그러나, 님이 택시기사한테 한 말의 의도는 확실히 알겠어요. 기사 개인을 인격적으로 모독하고 싶었던거죠. 단지 님이 대학나오고 영어할줄 알기때문에.
앞으로 그럼 저같은 경우는 저보다 학력이 낮거나 더 아래의 대학을 나온 모든 손님에게 님이 한 것처럼 대해도 되는건가요?
"손님, 손님은 차도 없어요? 왜 택시타고 다녀요? 대리운전도 못불러요? 대리운전 따따블 주면 편하게 손님차타고 집에 갈텐데 머하러 택시탔어요?"
"이 시간까지 술먹고 남자끼리 타고가네? 아니 둘다 여친도 없어요? 왜 이시간에 남자둘이 집에 가지? 보통 커플들이 타는 시간에??"
"둘이 같이 산다고??????? 아~~죄송해요. 하긴 요새는 성정체성이 다양한 시대니까 머, ASKY 아 ASKY는 아니구나 ㅎㅎㅎㅎㅎㅎㅎㅎ"
기분이 어떠세요?
아 일하러 나가기 전에 잠시 글쓴다는게 키보드를 접한게 하도 오랜만이라 무려 두 시간을 쓰네요...
잘 생각해보세요. 님이 과연 택시기사를 사이다한건지, 아님 님이 님의 마음과 인격을 스스로 해친건지. 젊고 똑똑한 분이시니 잘 아시겠죠. 반성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