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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살이 내 첫사랑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다.
그러다 찾아온 내 첫사랑은 27살이었고 정말 내 모든걸 줘도 더 주고싶은 사람과 1년반의 연애를 했다.
그분은 완벽하지 않았고 분명히 눈에 보이는 문제가 있었음에도 아침에 눈 떴을때부터 밤에 눈감기 직전까지
아니 꿈에서까지 난 그분을 꿈꿨고 단점조차 아름다워 보이는 특별한 사람이었다.
내 인생에 이렇게 아름답고 특별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것에 매일 감사했고 그만큼 행복하고 마음 아팠다.
그분과의 약속을 잡으면 만나기 전까지 내가 줄 수 있는게 뭐가 있을지 항상 고민했고
아주 작은 선물이라도 그분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준비하고 그런 내 모습이 너무 행복했다.
일주일에 6일 술을 마시던 그분은 새벽에 전화를 해서 보고싶다고 얘기했고 나는 전화를 끊지도 않고 그사람을 찾아갔다
그렇게 집에 도착해보면 그분은 어김없이 잠들어 있었도 나는 잠시 그분 옆에서 눈을 감았다 일어나서 출근을 했다.
그래도 나는 취한 그분이 날 찾아줬다는것이 너무 행복했다.
11시에 잠들고, 새벽에 전화를 하고 5시에 일어나서 출근을 하고, 어쩌다 만나면 밤새워 술을 마셨다.
내 생활 패턴은 완전히 엉망이 되었음에도 난 그분과 함께 할 수 있는 그 생활이 더 행복했다.
여느 연인이 그렇듯 우리는 이별을 하게 되었고, 또 힘든이들이 그러하듯 나도 술에 기대어 몇달을 살아왔던 것 같다.
헤어짐의 원인은 모두 나에게 있는것 같았고 그 사랑을 지키지 못한 내가 너무 못나보였다.
누구도 만나고싶지 않아 술도 혼자 마시고 취해 잠들면서도 스스로가 너무 미웠다.
어느날도 그 전날과 같이 술을 마신 새벽, 집을 향하던 길 담배를 피우고 싶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내 주머니에는 라이터가 없었고 나는 잠시 길에 서서 혹시나 지나갈 행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뒷편에는 어느 가게에서 세워둔 동상과 그 옆에 몇개의 의자가 있었다.
잠시 의자에 앉아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중, 누구에게도 못 할 얘기를 동상에게 시작했다.
난 그를 형이라 불렀고 그는 말없이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사랑하던 그 시절 나는 내 사람들에게 나는 항상 얘기했다. 나는 너무 행복하다고.
하지만 나는 그렇지만은 않았나보다.
나는 많이 힘들었고 지쳐있었고 누군가 그걸 알아주었으면 했나보다.
그는 묵묵히 내 이야기를 계속 들어주었고 나는 그날 알게되었다.
그분은 그분이라서 특별한건 아니었다는걸.
특별한건 그분을 생각하는 나였고, 너무나 깊은 사랑을 했던 나였다는걸.
세상에서 가장 특별하다고 생각했던 그 사람이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걸 깨닳게 되는 순간이었다.
정말 너무나도 슬퍼서 눈물이 흘렀다, 아니 정말 펑펑 울었다.
그리고 다음날 내 마음의 무게는, 내 아픔의 크기는 거짓말같이 줄어 들었고 나는 또 다시 나를 사랑하게 되었다.
이별때문에 힘드신 분들 모두 본인을 더 사랑하시길 바라면서 예전 기억을 떠올려 봤습니다.
역시 힘든사람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주는건 묵묵히 들어주는거 같아요. 동상 형에게 많이 배웠습니다.
출처 | 몇년전 뒷골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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