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헌병 시게미쓰에 이렇게 당했다"…신동아 10월호 보도
[동아일보 2004-09-17 17:11]
일본군 헌병 오장(伍長) 시게미쓰(重光)에게 고문을 당해 하반신 장애인이 된 항일운동가 고 김주석(金周錫·1927~1993)씨의 증언과 김씨가 직접 그린 '고문삽화집(자서전)'이 유족에 의해 처음 공개됐다고 신동아가 10월호에 보도했다.
100여쪽에 이르는 이 기록은 김씨가 숨지기 10년 전인 1983년에 작성된 것으로 글과 함께 자신이 당했던 고문 광경을 그린 삽화 20여 장이 생생하게 실려 있다.
김씨의 아들 한국(漢國·58)씨는 신동아에 투고한 글에서 “부친을 고문한 시게미쓰 오장은 신기남 열린우리당 전 의장의 부친 신상묵(시게미쓰 구니오·重光國雄)씨가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김주석씨의 기록에 따르면 그는 경성전기학교 토목부에 재학 중 ‘학인동우회’라는 항일단체를 조직, 활동한 혐의(치안유지법 위반)로 1944년 2월 진해헌병대로 압송된 후 시게미쓰 오장이 지휘하는 취조반으로부터 40일 동안 밤낮 없이 고문을 당했다.
그는 “시게미쓰는 관(棺)에 집어넣고 뚜껑에 못을 박은 후 물을 가득 채우는 물고문, 관에 넣은 채 구덩이에 파묻는 생매장, 주리 틀기, 손가락 압박, 거꾸로 매달아 몽둥이로 때리기 등의 고문을 직접 가하거나 지시했다”고 기술했다.
그는 또 “광복 후 한시도 시게미쓰를 잊지 못해 계속 그의 소재를 찾았다”고 밝혔다.
한국씨는 신동아 기고문에서 “광복 후 미술교사가 된 부친은 고문후유증으로 피부병, 심장병 등이 생겼으며 보조기구를 사용해도 수십m를 제대로 걸을 수 없는 장애인이 됐다. 평소 '다리를 절단하고 싶다’고 할 정도로 고통스러워하다 결국 숨을 거뒀다”고 했다.
그는 부친을 고문한 헌병 오장이 신기남 전 의장의 부친 신상묵씨라고 주장하는 근거로 ▲부친이 20여 년 전 삽화집에 기록해둔 헌병 오장의 이름(시게미쓰), 계급(헌병 오장~군조), 출신(전라도, 사범학교 졸업, 교사경력 4~5년)이 최근 공개된 신상묵씨의 인적사항과 일치한다. ▲부친의 주장은 같은 시기(1944년 초 중순), 같은 부대(진해 일본군헌병대)에서 같은 인적사항의 시게미쓰로부터 고문받았다는 다른 항일운동가들(차익환, 김장룡씨)의 증언과도 일치한다. ▲1944년 진해헌병대에서 시게미쓰라는 이름의 오장이상 계급 한국인은 한 사람뿐이며, 생존해 있는 고문피해자들도 신상묵씨의 사진을 보고 동일인임을 확인했다는 사실 등을 들었다.
한국씨는 또 “이 삽화집은 1980년대에 국가기관에도 보내졌기 때문에 사후 조작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국체(國體)변혁’을 목적으로 결사를 조직하는 사람을 처벌하기 위해 일제시대에 제정된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부친이 1944년 부산형무소에 수감됐음을 증명하는 당시 자료를 함께 제시했다.
한편 신기남 전 의장은 ‘부친이 일본군 헌병 오장이었다’는 신동아 9월호 보도 후 부친의 친일경력을 숨겼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열린우리당 의장직을 사임했으나, 최근 열린우리당은 그를 과거사 진상규명 테스크포스팀에 참여시키기로 결정했다.
신동아는 당시 진해헌병대에서 신상묵씨가 항일운동가들을 고문했다는 증언 등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신기남 전 의장측에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열흘이 넘도록 답이 없었다.
<동아닷컴>
(고 김주석씨의 '고문삽화집'은 동아닷컴(www.donga.com)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개새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