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로 받은지는 화요일쯤? 됐습니다. 오자마자 왼쪽 쉬프트와 오른쪽 숫자 0과 오른쪽 엔터의 클릭감이 많이 없어서 받자마자 수요일에 레오폴드로 직접 방문접수하고 에이에스 후 오늘 받았네요.
처음엔 클릭감이 거의 없어서 불량인줄 알고 새것으로 교체가 되나 싶어 물어보니 이정도는 불량은 아니고 그냥 키만 교체하면 된다고 하셔서 그럼 그렇게 해달라고 했습니다.
원래 키보드는 앱코사의 k600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집에서 쓰기엔 무리가 있더군요... 몰컴도 불가능하고 좀만 타자를 빨리친다싶으면 부모님이 타자 너무 쌔게치는거 아니냐고 그러시고... 그래서 갈축이나 흑축을 고민하던 차에 갈축으로 정하게 되었고 마제와 레오폴드중에 어느것으로 할까 고민하였으나 지갑의 사정도 있고 해서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레오폴드로 정하게 됐습니다. 키캡은 이제까지 abs밖에 안써봤는데 한번 pbt를 써보는게 어떨까 싶어 2만원정도를 더 투자하여 pbt키캡으로 구매하였습니다만 솔직히 차이는 잘 모르겠네요.. 뭐 표면이 약간 거칠거칠? 하다는것정도만 알겠습니다.
뭐 결과는 대만족입니다. 소리도 조용하고 청축보단 아니지만 클릭감도 살아있구요. 이제껏 led가 달린 키보드를 썼는데 뭔가 없는걸 쓰니 더 정갈한 느낌도 있고 중후한 멋도 있네요. 이미 k600은 덮개를 씌워 가방에 넣어서 책장 위에 올려놨습니다. 이 키보드가 또 고장나 as를 보내지 않는이상 다신 쓸일이 없을거 같아요.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20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情緖)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14야전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스들과 스펀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펀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절정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 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 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1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1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작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작으냐
정말 얼마큼 작으냐……
그날 / 이성복
그날 아버지는 일곱 시 기차를 타고
금촌으로 떠났고
여동생은 아홉 시에 학교로 갔다
그날 어머니의 낡은 다리는 퉁퉁 부어올랐고
나는 신문사로 가서 하루종일
노닥거렸다
전방은 무사했고 세상은 완벽했다
없는 것이 없었다
그날 역전에는 대낮부터 창녀들이 서성거렸고
몇 년 후에 창녀가 될 애들은 집일을 도우거나
어린 동생을 돌보았다
그날 아버지는 미수금 회수 관계로
사장과 다투었고
여동생은 애인과 함께 음악회에 갔다
그날 퇴근길에 나는
부츠 신은 멋진 여자를 보았고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면 죽일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날 태연한 나무들 위로 날아오르는 것은
다 새가 아니었다
나는 보았다
잔디밭 잡초 뽑는 여인들이
자기 삶까지 솎아내는 것을,
집 허무는 사내들이 자기 하늘까지
무너뜨리는 것을
나는 보았다
새점 치는 노인과 변통의 다정함을
그날 몇 건의 교통사고로
몇 사람이 죽었고
그날 시내 술집과 여관은 여전히 붐볐지만
아무도 그날의 신음 소리를 듣지 못했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