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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는 네이버캐스트, 엔하위키 미러와 아무런 관계도 없습니다. 근데 리그베다 위키잖아.
여고생들이 2차대전 전차를 몰며 전투를 벌인다고 하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밀덕이 아니라서 딱히..." "근데 2차대전이면 일본군 미화시킨 극우물 아님?" 이런 생각이 든다면 정상이다. 필자의 대부분의 지인들과 심지어 본인도 보기 전에는 이런 생각을 했으니 말이다. 특히 몇달 전 R 모 사이트에서 불거진 "함대 컬렉션" 논란 이후로는 더욱 편견에 휩쌓이기 쉬울 지도 모른다. 물론 작성자의 경우에는 밀리터리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한번 보긴 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이 애니를 보지 않게 되는 중대한 장벽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걸즈&판처는 동분기 기대작이었던 죠죠와 중2병을 제치고 2012년 4분기 BD판매량 1위에 오르는 크게 성공한 애니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애게에서의 인지도는 거의 공기에 가깝다. 아마 위에 서술한 이유 때문일지도.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애니는 그런 오해를 받을 만한 애니가 아니다.
| 특이하게 도색된 주인공 팀의 전차.
조금 황당할 수도 있겠지만, 작중에서 '전차도'라고 일컬어지는 이것은 매우 인기 높은 스포츠이자 부활동이다. ‘카본 코팅’이라고 불리는 안전장치로 인해 실제 포탄이 전차 승무원을 위협하지 않는 스포츠인 것이지, 전투가 아닌 것이다.
전쟁을 다룬 것이 아니기에 얻을 수 있는 이점은, 오글거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쟁영화를 보다보면 가끔 마초스러운 남자 배우들이 ‘전우애’를 강조하며 상당히 오글거리는 대사들을 외친다. 그저 오글거리는 것 뿐만 아니라 전체주의적인 분위기라고 판단하여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그러나 걸즈&판처에서는 그런 면을 찾을 수 없다. 그저 부활동을 열심히 하는 아이들만 있을 뿐이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매우 밝고 명량하며 미소녀 캐릭터들이 전차전을 한다는 점에서 자칫 전쟁을 가볍게 묘사하거나 미화한다는 비판이 있을 법도 하지만, 이 또한 전차도가 스포츠 것을 상기하기만 한다면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 사진은 한대의 독일 전차에게 20대의 일본전차가 파괴되는 모습이다.
전쟁 자체는 미화하지 않을지라도 구 일본군을 슬쩍 좋게 표현하지 않았을까 의심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걸즈&판처에서는 2차대전 당시의 일본군의 한숨나오는 기갑전력을 잘 고증했다. 주인공 팀의 일본 전차 '89식'은 작중에서 정찰이나 도망 임무만 맡기도 하고, 20대의 일본 전차 '치하'는 1대의 명작 독일전차 ‘티거’에게 박살이 낫다는 언급도 있다. (주인공 팀과 무관한 스포일러이므로 감상에는 별 상관 없습니다) 또한 버프가 불가피한 주인공 팀의 전차는 여러 국가를 섞어 놓았기 때문에 그런 논란에서는 조금 더 해방될 수 있다.
작중에서 남성은 전차도를 하지 않는다는 편견이 있다. 그래서 전차도를 하는 모습을 담는다면 당연히 미소녀 동물원이 될 수 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전차를 몰아도 되는 남성 한명만 학교에 입학시키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래서 IS전차(이오시프스탈린전차)를 몰며 싸우는거지.
| 전차도를 소개하는 학생회 임원들 그 변태들 말고
이 애니는 “폐교될 위기에 처한 학교를 구하기 위해 전차도라는 부활동을 한다”로 시작한다. 왠지 모르게 익숙한 듯 하지 않은가? (물론 이 애니가 먼저 나왔으니 표절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이런 느낌의 애니 많으니까..)
| 실제로 주역들이 전차 위, 또는 내부에서 벌이는 주인공들의 행동실태(..)
부활동을 하면서도 차를 마신다거나 쇼핑을 한다거나 이런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일본 애니 특유의 상황개그도 있는 편. 그런 면에서 이 애니는 밀덕이 아니라도 충분히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애니다. 밴드에 관심이 없었던 시청자도 케이온!을 재미있게 볼 수 있듯이 말이다.
최근 몇년간 일본 서브컬쳐 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미소녀 동물원에 대해서는 많은 비판이 따르고 있다. 그러나 걸즈&판처는 또 그런 비판에서는 자유로울 수 있는 특이한 애니다. 미소녀 동물원이라는 장르가 복잡한 갈등이나 추리, 혹은 연애질 등을 덜 나타냄으로써 점점 복잡해지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시청자들이 목말라하는 ‘힐링’에 적합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에게 비판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그 ‘힐링’이라고 쓰고 캐릭터 장사라고 읽는 것에만 치중하여 타이틀로 내건 주제를 망각하거나 소홀히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걸즈&판처는 그렇지 않다. 단 12화 만에 입부에서 전국대회 결승까지 전부 다 나타내야 하기 때문에 전차도 그 자체에만 대부분의 분량을 할당하고 있고, 그래서 걸즈&판처는 전차도라는 주제를 망각하지 않는다.
이렇기 때문에 걸즈&판처는 기존의 미소녀 동물원이 가진 장점을 십분 활용하여 밀덕이 아닌 시청자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으며, 동시에 전개가 지루하다거나 '내가 이걸 왜 보지'라는 의구심 때문에 평소에는 미소녀 동물원을 뽕빨물이라며 싫어하는 시청자까지 모두 포용시킬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림체를 언급하면 어떨까? 그림체는 취향이잖아. 작성자님 취존하시죠 콜로to the세움
| 주역들의 일상
작중에 나오는 ‘전차도’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아무도 죽지 않으며, 진지하게 다치는 사람도 없다. 하기야 부활동하는 애니에서 사람 죽이는 건 우로부치가 아니고야 상상하기조차 힘든 일이다. 또 전체적인 작품의 분위기가 상당히 밝고 명량하다. 여고생들이 같이 친목질을 한다거나 여타 귀여운 행동들을 하기도 한다. 이런 걸 보고 있노라면 충분히 아빠 미소를 머금을 수 있다.
대개 미소녀+무기 조합이라면 강인한 인상을 주는 ‘모에’한 캐릭터들이 각종 서비스신이나 전투씬에서 많은 섹스 어필을 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걸즈&판처에서는 그런 면을 볼 수 없다. 그냥 평범한 여고생답게 행동한다. 물론 그러한 섹스 어필도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지만 어느 정도 매력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러한 것에 눈살이 찌뿌려지는 사람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사람에게는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이야기의 매력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스토리도 빠르다. 필요없는 장면은 근데 쇼핑하는 장면도 필요없잖아 과감히 덜어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렇다할 복선도, 추리도 없다. 갈등의 해소도 억지로 질질 끌지 않는다. 이런 면이 복잡한 스토리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 이 작품을 감상해도 팽팽한 긴장감이 유지되다가 그것이 해소될 때의 시원함은 느낄 수 없다. 그러나 가끔은 그 팽팽한 긴장이나 답답함을 느끼고 싶지 않을 때, 머리를 비우고 보고 싶을 때, 그러면서도 지루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때가 있다. 그런 때에는 이 애니의 스토리는 오히려 약이 되지 않을까?
시골 아침에 울려퍼지는 꾀꼬리 소리, 창문 사이로 스며들어오는 따사로운 햇살 조각, 밤하늘에 쏟아져 내릴 것 같은 데네브 알타이르 베가별빛, 그리고 그 속에서 행복하게, 혹은 천진난만하게 웃는 캐릭터들은 분명 시청자에게 포근함을 준다. 현실에 있을 법 하면서도 현실에는 존재하기 힘든 이상향에 대한 희망을 가지게 해준다. 하지만, 그런 시골틱하거나 낭만적인 요소가 없어도 충분히 ‘힐링’할 수 있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그렇기에 어쩌면 걸즈&판처는 훌륭한 치유물일지도 모른다. 뭔 개소리여
| 주인공 니시즈미 미호와 언니 니시즈미 마호의 화해. 둘은 모종의 이유로 대립했지만 경기종료 후 화해한다.
스토리가 거의 증발된 수준이라고 해도, 할일없이 전차만 몰고 친목질이나 하는 것은 아니다. ‘모두와 함께 이기는 것’는 것은 주인공 니시즈미 미호의 신념이자 이 애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이다. ‘그게 뭐? 그냥 흔하디 흔한 주제잖아’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는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 애니의 논란을 상당수 종식시켜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없지 않다. 모두와 함께 이긴다는 것은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지 않는 것이고, 마음대로 약자를 굴종시키고 지배하는 것이 아니다. 결과를 위해 과정이 잘못되어선 안된다고 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즉, 어쩌면 제작진은 이를 통해 전체주의에 대한 비판과 평화를 말하고 싶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전차도를 계속해서 스포츠 취급하고, 그리고 그 스포츠를 통해 서로 행복해하는 주조연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패자도 승자도 같이 친해져서 서로를 응원해주는 것을 일관되게 내보내는 것도 어쩌면 12화라는 짧은 분량과 급박한 스토리 속에서도 메세지를 잃고 싶지 않았던 제작진의 노력이 아니었을까.
|여러 국가의 군가들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위풍당당하게 행진하는 전차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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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가지 전차의 모습. 위에서부터 M4셔먼, IS-2, 2차대전 후반 독일전차들, 독일 4호전차H형
전투씬이 굉장히 길고 전투 내용도 꽤나 상세하게 묘사한다. 고증을 약간 무시함으로써 박진감 넘치는 스피드도 볼 수 있다. 놀라운 점은 전차를 3D 모델링으로 제작하여 그런 박진감 넘치는 상황 속에서도 작붕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당신이 전차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도 꽤나 감탄이 나올만한 양질의 작화라고 자신할 수 있다.
고증도 매우 우수하다. 세세한 전차의 전면장갑 각도, 포탑, 용접해서 튀어나온 리벳, 포신의 길이같은 디자인뿐만 아니라 전차의 스펙이나 개조를 통해 달라지는 스펙 등도 꽤나 잘 표현해놓았다. 각국의 군가가 흐르는 가운데 위풍당당하게 전차가 행진하는 모습은 수백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영화에서도 보기 힘든 일이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장면을 볼 때 신선한 충격을 느꼈다. 물론 애니화를 위해 극적으로 표현한 부분은 고증을 무시하지만 실제 전투에서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적고, 그리고 전차도가 전투가 아닌 스포츠라는 점을 감안하면 납득이 안되지는 않을 듯하다.
그러나 고증이 좋아서, 전차가 많이 나와서 이 애니를 볼 사람은 이미 대부분 봤을꺼라 보고 이쯤으로 넘어가겠다.
물론 이 애니에도 분명한 한계는 있다. 바로 ‘어중간’하다는 것. 미소녀 동물원이나 전차도를 ‘스포츠’ 취급하는 것으로 밀덕이 아닌 계층에게도 어필할 수 있다는 점이 도리어 밀덕 층에게는 비평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 애니에 나오는 캐릭터를 좋아하는 분에게는 크나큰 실례가 되겠지만, 객관적으로 봤을 때 솔직히 캐릭터 작화가 상급은 아니다. 다시 말해 무기에 관심없는 시청자를 매료시키기에는 뭔가 부족하다는 것. 이러한 이유로 뭔가 2%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러한 한계에도 이 애니를 소개하는 이유는 이 애니의 장단점을 모른 채 편견만 가지고 아예 보지도 않는 것은 너무 안타깝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편견을 없애려고 글을 쓰게 되었는데, 그러다보니 장점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변명하는 어투로 쓰여진 것 같긴 하다. 그러나 이 글을 읽고 조금이나마 편견이 벗겨진 사람이 몇몇이라도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지금까지 엉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미지 출처는 구글 검색이지만,
모두 타이틀이나 애니메이션 캡처이므로 개개의 사이트 출처는 밝히지 않습니다.
이 글은 애니메이션 게시판 콘테스트 <이 작품을 소개합니다>의 참가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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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회 <이작소> 투표하러 가기
투표기간 :: 2월 2일 ㅡ 2월 8일 오후 9시 ="verd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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