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길치
난 길치다.
다섯 번 이하로 가보지 않은 길을 제대로 찾아간 예가 없고
건물에 들어갔다 나올땐 늘 들어올 때완 다른 출입구다..
입구와 출구가 분리된
백화점 주차장에 들어갔다가 나왔을 때
그 생소한 풍경이 주는 당황함에 허둥대지 않을 때가 없다.
얼기설기 얽힌 미궁과도 같은 지하상가를 들어갈땐..
마치 염라국에 들어서는 기분으로
'내가 살아서 다시 지상으로 나올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까지 생기곤 한다.-_-
동물들은 분비물로 자기 영역을 표시한다는데...
신파가 비록 인터넷을 자유로이 횡행하는
고독한 맹수라곤 하나.....(__*
표범이나 치타처럼
가는 길마다 분비물을 묻히고 다닐 순 없다....-_-
똥고에서 나오는 개미산으로 길을 찾는다는 개미가 부러울 따름이다....;;;
[아내] 여보! 여기서 좌회전 하는거 아냐?
[신파] 무슨 소리!!...우회전 이지..
[아내] 그래?...이상하네....
[신파] 이상하긴...내가 이 길을 한두번 다니나?
부우우웅~
끼익!!
[아내] 응? 왜 여기서 멈춰?
[신파] 어..여기서 유턴해야돼..-_-;
[아내] 아 그렇구나..........
.......가 아니구..
그럼 아까 거기서 좌회전이 맞자낫!!..... -_-++
[신파]그,그르게.......(__;
↑영원히 고쳐지지 않는시행착오며......알 수 없는 영역이다.
포기하고 산다....ㅡ.ㅡ
2.음치
난 음치다.
자신이 감히 도전할수 없는 영역의 최고봉에 대해
경외감을 느끼는건 자연스런 감정으로...
섹스피어를 사랑하지만......뮤즈는 숭배하는 것이다.
초등학교 1학년 음악시간에
처음 많은 아이들 앞에서 노래를 불렀고
어린 마음에 크게 상처 받았다...-_-
도저히 내 성대로는
들은 노래를 같은 음정으로 카피해내지못한다.
나의 성대는 언제나 임의로 편곡된 독특한 음악을 연주할 뿐이다.
그나마..반옥타브도 될까 말까한 좁은 영역내에서.....-_-;
어쩜...
나는 성대가 아니라 청각기관에 문제가 있는지도 모른다.
정녕 내겐..다른 사람과는 다른 소리의 파장만을 감지하는
유니크한 달팽이관과 세반고리관이 있는걸까...-_-a
노래방이 전국적 열풍으로 번지면서
솔로부대를 탈영하여 커플부대로 입대하는 배신자들 처럼
수많은 음치들이 황량한 음치의 사막에 나를 버리고 떠났다.
길치답게도.. 음치를 벗어나는 길도 영 찾지 못하는 모양이다.
아무리 고사해도 음치면 어떠냐며
노래한곡 부르라고 강권하던 자들이 아주 없진 않았다.
막상 내가 노래를 부르자
반정도는 그자리에서 혼절하고
더러는 간질 발작을 일으켰으며
그나마 청각이 둔한 소수만이 귀를 틀어막고
노래방을 빠져나갔던 사건이 알려진 이후로는 멸종되었지만.....
도전할수록 자괴감만 생기는 노래대신
내가선택한 장르는......... 댄스였다.
신은 신파에게 음악성을 선사하는 임무를 까먹은 댓가로
댄스에 적합한 유연한 신체와
탬버린을 버라이어티한 각도로 흔드는 능력을 내려 주셨다.
"와,그럼...춤은 잘추시겠군요?"
라고 묻고 싶으리라..........
유감스럽게도...
늦게시작한 탓에.....좋은 스승을 모시지 못하였다.-_-
회사에서 부동의 춤꾼으로 불리는 강 아줌마한테
두시간 짜리 민요 메들리용 관광버스춤을
완벽하게 사사받았다면 이해가 쉽겠지......-_-;
팝송과 가요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열광하는 니들이
지루한 율동으로 지쳐가는 백댄서의 아픔을 알기나해??..... -_ㅠ
노래.....
학습인자가 없는 교육은 아무리해도 무의미하다.
따라서 길찾기와 함께 깨끗이 포기한 아이템이다...-_-
3.
길치와 음치라는......
현시대를 살아가기에 몹시 불편한 숙명을 타고난 신파..
하지만,
두가지다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내가 길을 못찾고 노래를 못하는게 아니라
남들이 특이하게 길을 잘찾고
노래도 유별나게 잘하는 거라 생각하면 그만이다....S(-_-)>
그리고 신은 극단적으로 편중된 성향을 갖고 있진 않은가보다
두가지 상대적 약점을 한방에 덮을 수 있는 절대적 강점인,
'침실의 초능력'을 내게 선뜻 하사하신걸 보면....................*-_-*
◆글쓴이: 신파
신파라고 합니다.
오유 너무 멋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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