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트 뉴스 펌입니다
안녕하십니꺼. 부산 해운대에 사는 이 아무개라고 합니다. 올해 수고 많았지예? 그런데 감독님요. 이상한 부분이 있십니다. 지금 대체 제 정신입니까. 지금 몇 시입니까. 어디를 나갔다 지금도 안 들어오시는 겁니까. 감독님요. 대답 좀 해보이소. 내 지금 기사 보고 흥분했다는 거 아이라, 부산에 언제 다시 오시냐 이겁니다.
구단에 마, 전화를 하니까네 이 넘아들이 게을러서가, 전화를 안 받는기라. 내 감독님 어디 계시냐고 전화를 수 천통을 하는데, 우리 로감독님 목소리 좀 들어볼라꼬, 올 한해도 고생하셨다고 전화하는데 안 받는기라. 어디 편찮으시기라도 한깁니까. 그라마, 내 장어라도 한 마리 보내드릴까 하는데 괜찮으십니꺼. 사직으로 보내드리면 될까예.
감독님요. 우리 남자끼리 한 번 툭 까놓고 얘기 함 해보입시다. 솔직한 말로, 우리가 언제 감독님보고 우승하라고 했습니꺼? 아니, 우리가 언제 로이스터 감독님, 당신보고 이기라 이랬십니까. 그냥 옆에 있기만 하라고 했는데,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으시는 겁니까.
설마 지금 우리가 외국말 몬한다고 무시하시깁니까. 아니라고 생각하지만서도 존경하는 롯데 자이언츠 누군가가 감독님 나가시라고 한 건 아니지예?
그게 아니믄 우리 얼굴 안 보고 결국 이렇게 나가시면 안 되는기라. 그냥 내는 모르겠다, 그냥 너희한테 정도 준 적 없다라고 생각하신 건 감독님 스타일에 안 맞는 것 같십니다. 대체 지금 이게 뭐란 말입니까. 말씀 좀 해보시라 이깁니다.
보고 싶은 감독님요. 솔직한 말로 내 처음엔 감독님 오신다코 해서, 반신반의 했십니다. 지금도 인정하지만 내는 이전에 최동원 감독을 한 번이라도 꼭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미웠십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감독님. 사직구장 앞에서 아이들 손 다 꼭 붙잡고, 하나씩 안아주시던 거부터 하나하나 보고나니까네, 생각이 달라집디다.
휠체어 탄 장애우들한테도 다가가서 손수 야구장 오게 인도해주시고, 한국 문화 이해한답시고, 무릎 구부려가며 마, 한 명씩 한 명씩 보다듬어 주시던 감독님 보니까네, 내 속도 바뀝디다. 내 마운드의 영웅은 최동원이었다면, 그라운드의 영웅은 로이스터 당신으로 그 때부터 마음을 고쳐먹었십니다.
존경하는 로감독님요. 내 이 꼴데 감독 중에서 존경이라는 단어 쓴 사람은 당신이 처음이었십니다. 감독님 때문에 지금껏 3년이 참 즐겁고 행복했십니다. 그런데 지금은 먹먹하니 눈물이라는 게 고입디다. 처음에는 우리를 가을야구 올라가게 해주시고 울리시더니, 이제는 이런 먹먹함에 눈물을 흘리게 하시니 정말 우리 감독님 나쁘시네예. 참 못됐네예.
그렇게 못 되게 하셨으니까네, 우리한테 착한 모습 보일 때까지 가지마이소. 실연이라는 게 이런가 싶어 마, 내는 이제 퇴근길에 소주나 한 병 사 가지고 가야 할까 싶기도 하고, 기분이 별로네예. 내야 내년에도 야구를 보겠지요. 그깟 신문지 흔들면서 말입니더.
사람들요? 감독님 금새, 잊을 겁니다. 아니, 내가 잊으라고 할깁니다. 부산 인심, 경남 인심 엄청나게 찬 거 모릅니꺼. 우리 사이에 끈끈한 정 같은 거 없으니까네, 정말 안 돌아오실거라믄, 돌아오지마소.
혹시라도 돌아오지 않을거라믄 우리 보러 다시는 돌아오지 말고, 미국이나 일본가서 우승 감독 돼서 돌아오소. 내 감독님이 혹여라도 다른 팀 감독 맡게 된다면, 경상도 사람 심정으로 야구를 못 볼 것 같네예.
그리고 마, 롯데 개라슥아. 느그들 우승하나 보자. 우리 감독님 돌려내라. 내 우승하라고 그랬나, 그냥 우리 감독님 돌려놓으란 말이다. 지방대도 못갈 놈들 공부시켜서 마, 인서울 시켜놨더니 이기 미쳤나, 서울대 못 보냈다고 짤라버리카네.
감독님은 정말 의미 있고 특별한 분이었습니다. 이제 인사해야 되겠네예.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절 받으이소. 몸 건강하시고, 우리 잊으믄 안 됩니다. 우리 민호랑 대호, 경완이랑 성환이 다시 보러온다코, 꼭 약속하깁니다. 정말 약속하깁니다.
만약에, 정말 혹시라도 생각 고쳐먹으면 다시 돌아오이소. 내년에 또 합시더. 우리 뭐라 안할게요. 내 고마 눈물 날라카는데, 한복 입은 감독님이 미치도록 그리워질 겁니다. 우리 절 받으이소.
정말 보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감독님.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