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논산 훈련소에 들어갔지
정말 누구나 다 똑같겠지만 많은걸 느끼고 정말 힘든 시간이었어
그러다 내가 사회에서 가져온 물건 중
이연희 사진을 조그맣게 만든게 있었어
어느날 너무 배가 고파서 부식으로 준 사발면을
몰래 다들 잠 들때 깨서 정수기에 물 받고 먹고 있다가
우리 소대 담당 조교한테 걸린거야;
아무튼 전역 20일 정도 남은 조교였었는데..
면발을 후르릅 빨면서도
'아 난 뒤졌다' 하고 생각했지.
'훈련병 지금 잠 안자고 뭐합니까!'
머리속에 집에 있는 엄마 생각이 막 떠오르는데
마침 라면 먹으면서 보고 있던 이연희 사진을 조교가 집어든거야
'이건 뭡니까'
하면서 보는데 그때 이연희 사진이 약간 일반인 처럼 찍은게 있었어
분노 하다가 갑자기 사진을 본 조교 얼굴이 약간 벙 찌는거야
그러더니... 군기는 잡아야 겠고 뭐라 하다가 묻더라구
'훈련병 이 사진 누구입니까 연예인 사진 가지고 있는겁니까!'
이때 머리가 복잡하게 돌더니 나도 모르게 외쳤지
'으..여.. 여동생 사진입니다!!!!!'
'!!"
정말 그때 그 조교가 이연희를 잘 몰라서 다행이였지
정말 뻥 안치고 조교가 아무말 안하고 내가 먹고 국말 남은 사발면 그릇 들고 버리러 가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이후부터 모닝 점오 때 그 조교가 원래 잘 안 나오는데
나오더니 내 옆에서서 게이바에서나 볼거같은 어색한 얼굴로 보면서 자꾸 웃고
사격훈련 갈때나 야외 훈련장 가는데... 조교가 수통에 물 채워다
훈련병한테 스리슬쩍 갖다주는 조교는 처음봤다.
훈련병 동기들은 그 조교가 내 친형이거나 날 좋아하는줄 알았다고 하더라..
훈련소 생활 거의 후기쯤 되었을거야
잠을 자는데 누가 툭 툭 건드리면서 깨우더라구...
말년휴가 가기전이였을거야
그런데 '저...OOO씨'
아니 조교가 훈련병한테 뭐뭐뭐 씨라니;;
나 웃음이 터져나오는걸 참느라 죽는줄 알았다...
'무슨일이지 말입니까?'
'저.. 여동생분 사진보고 정말 진심으로 반했는데.. 저 연락처 좀 알수 있습니까?'
'.........'
나는 눈 앞이 컴컴해지면서 거절도 할수 없고
어떡하지 하다가;;
신봉선보다 약간 이쁜 내 친 여동생 핸드폰 번호를 알려주고 말았다.
번호를 한자 한자 수첩에 적어줄때
얼굴에 미소가 환하게 퍼져 나가는 그 조교의 얼굴은 지금도 잊을수가 없다.
나중에 훈련소 나와 휴가로 집에 왔을때
다행히 사정을 알리 없던 여동생은 그 후
모르는 번호에 남자에게 오빠 군대 조교라는 말을 듣고 만나고 싶단 말에
수차레 거절하다가 오빠의 안정된 생활을 염려해
집 앞 카페에서 잠깐 얼굴만 봐주러 갔다는데..
텅 빈 카페에 동생과 커플 한쌍이 앉아있는데
딱 봐도 군인 같은 남자가 한명 들어왔다는거야
그런데 작은 카페에 테이블을 이리저리 수차레 둘러보다가
핸드폰을 걸어 전화를 했다가 창가에 앉은 내 여동생과
둘이 눈이 마주칠때 내 동생이 말하길
그 조교 아저씨 얼굴은
'청계천 거리를 걷다가 사자 무리와 마주친 사람의 얼굴 같았다' 라는거야..
여동생과 말도 안 섞고 조용히 카페를 나갔다는 그 조교
아무튼 이제 전역한지 꽤 됐는데
그 조교가 오유를 하고 있다면 정말 사과하고 싶네요
미안해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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