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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ony_30324
    작성자 : 과자는칸초
    추천 : 11
    조회수 : 400
    IP : 183.100.***.191
    댓글 : 7개
    등록시간 : 2013/02/04 23:00:17
    http://todayhumor.com/?pony_30324 모바일
    [팬픽/단편/브금] Psychotherapy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r2x5r




     

     닥터 스테블은 안경을 벗고 눈 사이를 문질렀다.

     하루종일 계속된 진료와 온갖 환자들의 차트를 보는데 혹사당한 눈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었기 떄문이다. 눈 뿐만 아니라 머리도 지끈지끈 아픈것이 다른날보다 배는 바쁘더라니 몸이 제발 쉬게 해달라고 호소하는 느낌이다.

     게다가 오늘의 마지막 환자는 심리치료를 필요로 하는 환자이다. 이미 몇번이나 완치를 선언했지만 항상 재발하여 돌아오는 골치아픈 환자였다. 그녀의 증상은 망상증. 심한 망상에 사로잡혀 일상생활을 못할 지경이 되면 찾아오곤 했다.


    닥터 스테블은 피곤한 눈을 만지며 생각에 잠겨있다 진료실의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간호사인 콜드하트가 문을 열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선생님. 마지막 환자입니다."

    "고마워요. 콜드하트. 그녀를 들여보내고 이만 퇴근해도 좋습니다."

    "네. 그럼 내일 뵐께요. 선생님"


     닥터 스테블은 고개를 끄덕였고 콜드하트는 문을 닫고 나갔다. 잠시 후 그녀가 들어왔다. 옥색의 몸색깔에 연한 하늘색의 갈기와 꼬리에 흰색 브릿지를 가지고 있고 큐티마크로는 리라가 새겨진 이 포니는 심각한 망상증에 사로잡혀 있었다.


    "어서와요. 라이라양"


     라이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평소와 다르게 그녀는 매우 불안해 보였다. 두눈은 쉴세없이 이곳저곳을 둘러보느라 바빴고 그녀의 앞발굽은 얼마나 물어 뜯었는지 너덜너덜했다. 그녀가 핏발선 눈으로 닥터 스테블을 보며 말했다.


    "선...선생님. 봐..봤어요"

    "라이라양. 일단 여기 눞는게 좋겠습니다. 얘기를 듣기 전에 좀 진정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

    "하...하지만"


     닥터 스테블은 라이라를 말없이 쳐다봤다. 압박감을 느낀것일까? 라이라는 머뭇머뭇하다가 결국 닥터 스테블이 이끄는 대로 심리상담용의 긴 의자에 몸을 늬였다.


    스테블은 진료실 한쪽 구석에 있는 오디오 장치를 작동시켰다 - 물론 마법을 사용했다. - 그리고 차를 두잔 타, 한잔은 라이라에게 건네고 한잔은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후 자리에 앉았다. 찻잔을 들어 한모금 마신 닥터 스테블은 라이라를 바라봤다.


    "자. 라이라양. 조금 진정되셨습니까?"


    스테블이 건네준 찻잔을 양 앞발로 쥔 라이라는 차를 홀짝이다가 닥터 스테블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얘기를 들어보죠. 라이라양 뭘 봤다는거죠?"

    "포니가 아닌 두발로 걷는 생명체요. 선생님. 전 봤어요. 분명히..."

    "하아. 또 인간입니까?"


    닥터 스테블은 또군 하고 중얼거렸다.


    "전 오늘 봉봉에게 줄 꽃을 구하기 위해 에버프리 숲에 갔어요. 그리고 그곳에서 보고 말았어요. 선생님. 그곳에 그들이 있었어요."

    "계속하세요. 라이라양. 그들은 그곳에서 무얼 하던가요?"


     닥터 스테블은 분명 망상에 사로잡힌 라이라가 망상과 현실을 혼통했으리라 생각했지만 그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는 실수는 하지 않았다. 그리고 라이라에게 얘기를 계속하길 권했다.


    "그....그들은...나무에서 무언가를 떼어냈어요. 작아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조그마한 막대같은 끝에는 반짝이는 유리가 붙어 있었구요."

    "흥미롭군요. 그게 뭐라고 생각하나요? 라이라양"

    "모르겠어요. 처음 보는 물건이었어요."

    "그렇군요. 그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던가요?"

    "그들은....발이 두개 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이상한 옷을 입고 있었어요. 노란색의 온몸을 가리는 옷인데. 얼굴쪽에는 커다란 유리가 붙어 있어서 알아볼 수 없었구요. 그리고 그들은 앞발 대신 손이 있었어요."

    "트와일라잇의 조수 스파이크같은 드래곤처럼 말인가요?"

    "네. 맞아요. 그들의 손가락은 다섯개였어요. 그리고 그들이 제가 숨어있는 풀숲을 바라보자 전 곧바로 도망쳤어요."


    닥터 스테블은 한숨을 쉬었다. 이 망상증 환자의 얘기를 더 이상 들어줄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다시 한번 그녀를 설득하기로 맘 먹었다. 그것이 성공하리라 생각하진 않았지만...


    "하지만 라이라. 이퀘스트리아에 인간이란 종족은 없다는 걸 알고 있지 않나요?"

    "그...그건"

    "만약 인간이란 종족이 있다면 우리의 위대한 셀레스티아 공주님께서 모르실 리가 없지 않나요?"

    "그..글쎄요."

    "셀레스티아 공주님은 외교의 일환으로 수많은 나라를 다녀오셨고 그에 관한 책도 많이 쓰셨죠. 하지만 어디에도 인간이란 종족에 대한 얘기는 없었어요."

    "하지만!"

    "자 라이라양. 전 그대가 꿈과 현실을 혼동하는것이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분명 에버프리숲에서 환상을 본 걸 거예요."


    라이라는 고개를 푹 숙였다. 닥터 스테블은 라이라가 고개를 숙이자 그녀의 귀 안쪽에 2개의 동그란 작은 점이 있는걸 보았다. 이상한 곳에 점이 있군 하고 생각한 닥터 스테블은 말을 이었다.


    "라이라양. 좀 더...."


    닥터 스테블의 말은 라이라의 갑작스런 외침에 끊겼다.


    "하지만 선생님! 선생님은 이상하지 않으세요?"

    "뭐가 말인가요? 라이라양"

    "주변의 모든것이요. 지금 앞에 놓인 찻잔을 보세요. 저 고리가 왜 필요하죠? 선생님은 저 찻잔에 붙어 있는 고리가 왜 필요한지 아시나요?"


     닥터 스테블은 라이라의 말대로 찻잔옆에 붙어 있는 고리를 바라보았다. 유니콘인 그는 마법을 사용해서 잔을 들어올린다. 

     하지만 어스포니와 페가수스는?

     그들은 차를 먹을때 찻잔을 입에 물고 그대로 들이킨다. 트와일라잇의 조수인 드래곤 스파이크가 저 고리를 잡고 들어올리는 것을 전에 본적이 있다. 라이라의 말대로였다. 저 고리는 포니들에게는 아무 쓸모 없는 것이다.


    "그것뿐만이 아니예요. 선생님의 목에 걸려있는 청진기를 보세요. 어째서 그런 구조로 되어 있죠? 글을 쓰는 펜은요? 붕대를 찢는 가위는? 지금 앉아 계신 의자도. 이런 물건들은 저희 포니가 쓰기엔 불편한 구조로 되어 있어요. 왜 저희가 이렇게 불편한 물건들을 당연히 쓰는거죠? 아무 의문없이!"


     닥터 스테블은 라이라의 물음에 답할 수 없었다.


    "인간이예요. 이것들은 모두 인간이 쓰는 물건이예요. 이퀘스트리아에 사는 종족중에 손이 있는 종족은 드래곤 뿐이예요. 하지만 그들이 도구를 만들어 쓴다는 얘기는 전 못 들어봤어요. 선생님은 들어보셨나요?"


     닥터 스테블은 고개를 저었다.


    "전 두려워요. 선생님. 우리가 있는 이곳은 어떤 의도로 인해서 만들어진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이곳이 진짜 같지가 않아요. 저는 문득문득 꿈을 꿔요. 꿈속에서 저는 어떤 유리관 안에 갖혀 있고 그런 저를 바라보는 눈들이 있어요. 그들은 저를 보며 관찰하고 서로 대화를 나눠요. 근데 선생님. 그게 꿈 같지가 않아요. 그게 절 미치게 만들어요. 당장이라도 그들이 저 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다구요. 선생님!"


    라이라는 공포에 쌓여 울부짖고 있었다. 닥터 스테블은 라이라의 말에 설득되어 가는 자신을 발견했다. 하지만...


    "진정하세요. 라이라. 이 물건들은 모두 셀레스티아 공주님이 만들었다는건 당신도 잘 알지 않습니까. 게다가..."


    닥터 스테블이 라이라를 진정시키기 위해... 아니 라이라에게 설득되어 가는 자신을 다시금 설득하기 위해 자신의 지식을 다시 확인하려 할 때 발굽을 통해 진동을 느꼈다. 진동은 점점 커져 테이블을 움직이고 창문을 떨리게 했다.


    "아...안돼. 그들이.. 그들이 와!"


    라이라가 비명처럼 소리 질렀다. 아니 그건 비명이었다.

    진동은 점점 심해졌고 진료실의 불이 점등하기 시작했다. 밝았다 어두워지는 불빛속에서 비명을 지르는 라이라의 창백한 얼굴이 보였다. 그리고 불이 완전히 꺼졌다. 그리고......진동이 멎었다.


    진료실은 조용했다. 라이라는 더 이상 비명을 지르지 않았고 닥터 스테블은 어떤 할 말도 찾지 못했다. 어두운 진료실 안에서 그저 조용히 불이 들어오기만을 기다릴 뿐이었다. 닥터 스테블의 마음속에 불안이 점점 커져갔다. 라이라의 침묵이 신경쓰였다. 그리고 불이 들어왔다.


    닥터 스테블은 주변을 둘러봤다. 책상이며 선반에 놔둔 물건들이 죄다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라이라를 바라보자 그녀는 마지막 본 그 장소에 그대로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더이상 창백하지 않았고 몸도 떨지 않았다. 닥터 스테블을 잠시 바라보던 라이라는 몸을 일으켰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모두 쏟아냈더니 이제 편해졌어요."

    "라이라?"

    "생각해보니 진짜 같은 악몽을 꿨던거 같아요. 이제 돌아가겠습니다."

    "잠깐 라이라. 정말 괜찮은겁니까?"


    갑자기 변한 라이라의 태도에 닥터 스테블은 전력으로 휘두른 앞발에 머리를 맞은 느낌이었다. 저 포니가 방금전까지 창백한 얼굴로 비명을 지르던 그 포니가 맞는가 혹시 꿈은 내가 꾼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괜찮아요. 선생님.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라이라는 고개를 꾸벅 숙여 보인 후 문을 나섰다. 닥터 스테블은 고개숙인 라이라의 귀 안쪽에 있는 작은 점 3개를 봤다. 3개? 2개가 아니었나? 잠시 생각하던 닥터 스테블은 실소를 지었다.


    "착각이겠지. 그나저나 이걸 언제 다 치운다?"


    닥터 스테블은 어질러진 진료실을 바라보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과자는칸초의 꼬릿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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