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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istory_30276
    작성자 : quznaj
    추천 : 0
    조회수 : 1162
    IP : 58.120.***.130
    댓글 : 6개
    등록시간 : 2022/02/16 16:46:38
    http://todayhumor.com/?history_30276 모바일
    조선은 근대화에 실패하고 일본은 성공한 이유는 돈입니다.
    옵션
    • 창작글

    근대화를 해서 돈을 버는게 아니라 돈이 있어야 근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일본은 임진왜란 전부터 근대화를 위한 조건, 즉 자본의 축적을 만들어 갔습니다. 

    계기는 총의 수입입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대망)'라는 장편 소설에 보면 초장부터 일본 봉건 영주의 군대는 총을 들고 싸웁니다. 

    오다 노부나가를 비롯한 지역 영주들이 유럽(주로 포르투갈)에서 온 무역상으로부터 총과 탄약을 사들이면서 

    자기 군대를 총으로 무장시키고 주변 영지들을 하나씩 침략하면서 전국시대를 뒤흔듭니다.  

    총을 가진 영주들이 총이 없는 영지를 손쉽게 장악하면서 삽시간에 일본 열도가 통일됩니다. 

    당시 일본은 총과 탄약을 만들 기술이 없었습니다. 전부 유럽에서 온 상인들에게 산 겁니다. 


    여기서 하나 궁금한게 생기죠.

    도대체 영지가 그리 넓지도 않은 일본의 봉건 영주들이 어떻게 총과 탄약을 살 돈을 마련했을까요? 

    그당시 일본에는 유럽 귀족들이 탐낼만한 특산품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중소규모의 지역 영주들에게 금은보화가 많았던 것도 아닌데. 

    반대로 유럽 상인들이 일본에 가려면 목숨을 걸고 유라시아 대륙의 반대쪽 끄트머리까지 수개월의 항해를 해서 가야했는데

    그들은 일본 영주들에게 총과 탄약을 넘기고 뭘 받아서 돌아갔을까요? 

    사실 그들의 총기 매매에는 끔찍한 반대급부가 있었고 이런 어두운 역사는 당연히 일본 작가가 쓴 소설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역사적 진실은 일본 영주들이 자기 영지의 백성들을 총, 탄약과 교환했다는 겁니다. 

    일본의 이 악명높은 노예 사냥과 매매는 15세기에 시작하여 20세기 초까지 지칠 줄 모르고 확대, 지속되며 

    그 판매수익은 대부분 군자금으로 쓰입니다.  

    따라서 오다 노부나가가 갑자기 두각을 나타내고 주요 지역을 선점할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전술이나 용인술에 뛰어나서가 아닙니다.

    그당시 막 시작된 인신매매, 노예무역이라는 반인륜적인 짓거리를 경쟁자들보다 좀더 효율적으로 했던 것뿐입니다. 


    일본 영주들은 그렇게 수입한 총탄으로 자기 영지를 넓히고, 다시 그 영지의 농민들을 잡아 노예로 팔고, 

    농산물의 90% 가량을 세금으로 수탈해서 곳간을 채웠습니다. 

    열도 통일 이후에는 임진왜란을 일으켜 조선에서 도자기 장인들을 잡아가서 도자기를 구워 유럽 귀족들에게 팔았고, 

    그렇게 자국민과 도자기를 팔아서 번 돈이 쌓이면서 근대화에 필요한 자금이 됩니다. 

    그러니까 메이지 유신은 그당시 일본 엘리트들의 의식이 유달리 깨어서 일어난 게 아니라 

    그만한 자본이 축적되면서 자연스럽게 발화한거죠. 

    사회과학의 용어로 표현하자면, 물적토대가 의식을 변화시킨 겁니다. 

     

    우리 역사로 돌아와보면 

    조선 시대의 엘리트들도 명나라, 청나라와 교섭하면서 근대화의 필요성은 늘 느껴왔었지만 

    조선의 중앙정부는 외국의 선진 문물을 수입해서 우리 걸로 응용하고 만들어 낼 돈이 없었습니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이후에라도 조선이 정신을 차렸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런 면에서 조선 역사에서 가장 안타까운 장면은 효종 시절 대동법의 좌절입니다. 

    효종 때 충청도 사람인 김육의 건의를 받아들여 충청도에서만 잠깐 대동법을 시행했을 뿐인데도,

    세수 증대 효과가 엄청났었고 충청도 백성들의 삶은 더 풍족했졌습니다. 

    왜냐하면 이 대동법의 요지는 백성들이 낸 세금을 중간에서 가로채는 지방 관리들과 지주 양반들의 몫을 줄이는 거였으니까요. 

    효종은 세금이 순조롭게 걷히자 언젠가는 군대를 일으켜서 요동을 공격할 생각까지 했었죠. 


    하지만 전국의 땅 가진 양반들이 똘똘 뭉쳐서 이러한 조세 개혁에 격렬한 저항을 했고, 

    결국 대동법이 껍데기만 남은채 유명무실해지면서 조선의 조정은 근대화에 필요한 돈을 끝끝내 가질수 없었습니다. 

    조선 역사는 이후에도 300년 가까이 이어지지만 대동법이 좌절된 순간 거기서 끝난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영조, 정조 시절에 뭔가 변화를 시도해보려는 시늉을 하긴 했었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었죠. 

    그때라도 조세개혁에 반대하는 대지주 양반들을 처벌하고 대동법을 원래대로 바로 잡았더라면...

     

    그랬다면 근대화를 스스로 해낼수 있었고 우리는 식민지도 안 겪었을거고 분단도 없었을겁니다. 

    청나라 말기에 공백지나 다름 없었던 연해주, 만주, 요동 지역까지 다 점령했을 거고 

    2차대전이라는 우여곡절은 있었겠지만 지금까지 잘 먹고 잘 살았을겁니다. 

    그런 위기를 버텨낼만한 자본과 무력이 있었을 테니까요. 


    많이 아쉽죠. 일본과 달리 조선은 근대화에 필요한 자본을 모으지 못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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