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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science_30264
    작성자 : 초갼새도
    추천 : 3/8
    조회수 : 403
    IP : 110.175.***.38
    댓글 : 8개
    등록시간 : 2014/01/26 23:42:37
    http://todayhumor.com/?science_30264 모바일
    기술을 이해못하는 과학은 공허하다
    과학은 기술발전에 의미있는 기여를 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과학이없던 그 이전에도 기술은 존재했다.

    또한 과학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기술은 분명 과학과는 다른 과정으로 발전하고 있다.

    과학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기술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서로 이러한 차이와 관계를 이해못하면 과학은 과학에 그칠것이고, 기술도 기술로 그치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인류문명과 세상을 변화시킨 것은 과학 자체가 아닌, 기술자체가 아닌 서로의 융합이었다.

    한국에서 통상적으로 이해하는것과 달리 기술은 인문학적 배경없이 발전하기 어렵다. 사람을 이해하고, 사람이 이해할 수 있게 하는것이 바로 기술이 현대사회에서 담당하는 역할이다.

    04ipod_earbuds.jpg
    2004년에 출시된 애플 아이팟

    yepp2.jpg
    같은 해인 2004년 출시한 삼성 얩 YP-T5


    우린 흔히 아이폰과 삼성의 갤럭시를 비교할 때 하드웨어 사양은 오히려 삼성 갤럭시가 뛰어나지만, 디자인과 소프트웨어적인 면에 있어서는 애플 아이폰이 더 뛰어나다고 말한다.

    이런 이분법이 바로 오늘날 삼성을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이제 더이상 거기에 디자인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따로 존재하는 그 무엇이 아니다. 그 모든게 기술에 섞여있는 것이 오늘날의 산업의 특징이다.

    어떤 컨셉 디자인을 보고 과학자가 말해야할것은 더이상 물리법칙이 아니다. 이런 태도는 과학과 기술, 그리고 그것들의 융합을 통해 이루어지는 산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얘기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오늘날 산업 환경에서 과학자는 기술에 있어 필요조건일지언정 충분조건이라고 말할 수 없다.
    산업이라는 거대 시스템안에서 물리법칙으로 설명되지않는 어떤 컨셉디자인에 대해 과학자가 해야할 일은 물리법칙을 설명하는것이 아니라 저 컨셉이 실현되기 위해 필요한 기술들이 무엇인지 묻는것이다. 이 말은 기술이 과학을 초월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기술은 과학과는 전혀다른 방법으로 존재하는 그 무엇이라는 얘기다.
    흔히 얘기하는 상상력이 기술을 진화시킨다는 말은 이제 더이상 의미가 없다. 기술을 진화시키는 것은 상상력이 아니라 또다른 기술이다. 상상력이라는 나이브한 조건은 과학과 같이 기술을 이루는 단순한 필요조건일지언정 충분조건이 아니다.

    solar-powered-recharger-plug.jpg
    이것은 단순한 디자인이 아니다. 이것은 역동적인 현대 기술사회의 한 단면이다.
    물리법칙으로 기술사회에 뛰어드는 것은 돌아가는 믹서기안에 맨손을 집어넣는 행위와도 같다.



    문제가 됐던 이 컨셉 디자인을 보고 물리법칙이 떠올랐다면 그 사람은 자신의 지식이 오늘날 사회에서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전혀 이해못하는 사람이다.

    물리법칙의 한계를 얘기할게 아니라 저 디자인이 상품화되기 위해 필요한 기술들이 무언지 기술자들과 얘기해야한다. 그 기술자들은 당신에게 필요한 해답을 줄 수 있고, 당신은 그들에게 필요한 이론을 제공하는게 오늘날의 기술사회다.

    기술자들은 저 컨셉디자인을 보고 무인카메라나 경보기를 생각해 낼 수도 있고, 여러가지 다른 기술들에 의해 만들어질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당신이 만약 물리법칙밖에 생각나지않는 과학자라면 이런 이들이 모여 활동하는 기술사회의 일원은 절대로 아니라고 생각해라. 그리고 그런이들에 의해 진화하는 기술사회에 끼어들어 엉뚱한 자부심을 부릴 이유도 여기엔 없다.

    solarladefenster_1.jpg
    공학도들이 물리법칙을 설명하는 동안 기술사회는 이런식으로 진화하고 있다.(위 디자인이 참조되었다는 전제로 이야기하는건 아니다)

    자연현상이나 일상에서의 어떤 현상을 대하는 과학자들의 태도를 생각해 보자.
    자신이 아는 물리법칙으로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 어떤 현상을 봤을 때, 과학자는 그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생각하고, 실험을 해보며 그 가설을 입증하려한다. 즉, 물리법칙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그런 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설명하고 그것을 실험을 통해 보여주려하는게 과학자들이라는 얘기다. 이런 과학자들의 적극성이 인류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밝혀왔고, 이해를 도와왔다. 그것은 물리법칙상 불가능한 현상이라고만 주장하는 과학자들만 있었다면 오늘날 인류는 아직도 나무에 절하며 제사를 지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한국의 과학자들이 자신들이 가진 지식이 어떻게 기술사회에서 역할할지를 고민해주길 바란다. 과학없는 기술이 그러하듯, 기술없는 과학 역시 공허하다. 이런 인류의 공허함을 채워온것이 바로 융합(Convergence)이다. 이렇게 과학자들이 스스로의 지식을 기술분야에 융합시키기 위해서는 기술분야에 대한 이해없이는 불가능하다.

    tony_fadell.jpg
    아이팟을 디자인하여 아이팟의 아버지라 불리는 토니 파델은 공대 출신(컴퓨터 엔지니어링)출신이다.

    다음 부터 컨셉디자인을 보며 물리법칙이 먼저 떠오른다면 차라리 침묵이 답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당신의 이해를 넘어서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 정도의 능력으로는 현대 기술사회에서 제대로 역할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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