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저는 공대-공대대학원 석사과정을 하고 있고, 박사과정 또한 할 예정인 사람입니다.
과게 논란에서 다른분 말씀처럼, 그냥 무시해버리면 되지 않는가? 왜 쓸데없이 자존심을 세우냐?
라는 말에 대해 한마디 하려고 합니다.
이번 논란에서 많은 분들이
"미래가 되면 법칙이 바뀔수 있지 않느냐?"
"니가 아는게 진리라는 보장이 있느냐?"
"상상력이 부족하다."
"자신의 한계를 정해놓고 생각해서 그렇다"
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어느분 말처럼, 이런 분들이 있다고 해서, 세상이 바뀌지도 않고.
무지하면 되는데 왜 계속 쓸모없는 논쟁을 하고, 이해시키려 하느냐?
에 대하여
과게분들이 화를 내고 계속 논쟁을 이끌어가려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저 발언 하나하나가 (다른분들은 잘모르겠지만)
적어도 제가 이제껏 29살동안 쌓아올린 세계를 부정하는 발언이기 때문입니다.
제게 있어
"열역학 법칙 같은 법칙들은, 인간이 만들었기 때문에 미래에는 열역학 법칙을 무시할 수 있는 그런 물건들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미래가 되면 법칙은 바뀔수도 있다, 그러니까 멋대로 한계를 정하지 말라"
라고 말하는 것은
그것도 전혀 근거도, 증명도, 이론도 없이, 그냥 자기 생각에 맞추어 던지는 말은
-제가 평생을 쌓아올린걸 완전히 무시하는 발언입니다-
생각을 다르게 돌려봅시다.
정품으로 게임을 하는 정돌이 혹은 게임을 만드는 산업에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복제품만 열심히 쓰는 복돌이가
"게임만드는 사람들은 복돌이에게 고마워해야해 게임홍보를 해주고, 열심히 만든 게임을 재미있게 해주니까."
라는 주장을 하면 어떨까요?
혹은,
"웹툰은 평생 무료로 해야해, 고객들이 재밌게 보는데 이걸 유료로 하는게 말이되냐?"
라는 주장을 하면 어떻게 됩니까?
아 이건 실제로 영향을 미치니까 좀 다른가요?
그럼 다른 예를 들었을때.
자신의 신념을 갖고, 인간문화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시다.
그사람들에게
"왜 낡은 유물에 인생을 바치니? 어짜피 시간지나면 문화재 따윈 다 사라질거니까 쓸데없는 일 말고 다른일이나 해"
라고 말한다던가
만화가나 판타지 소설 작가가 꿈인 사람들에게
"쓸때없이 애들이나 보는 만화나 판타지같은거 말고 제대로된 문학작품을 쓰는게 좋은거지 돈 몇푼 더벌려고 문학작품도 아닌 쓰레기 같은 글 써서 뭐할래?"
라는 말을 하는것과 비슷합니다.
물론 어느정도의 근거를 가지고 말하면 괜찮습니다.
기존 웹툰 작가가 "저도 웹툰을 그리지만 많은사람이 무료로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웹툰의 유료화를 반대합니다"
라던지.
이미 몇년 혹은 십수년동안 만화나 판타지를 작가가 직업인 사람들이
"실제 이 일로 밥먹고 살아봤는데, 자기 경험에서 이러이러한 이유로 이쪽방향으로 오는건 다시 고려를 해봐라" 라고 말한다던지
다른 인간문화재분 혹은 수십년간 노력하다 포기하시는분들이
"현재로서 인간문화재가 되는건 사실 정말 힘들다, 사람은 꿈만 먹고 살 수 없기 때문에 다른일을 택해라"
라고 말씀하신다면, 그런 발언들은 충고로 받아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과게 상황은 말입니다.
적어도 과게에서 관련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 혹은 저처럼 공대에서 나름대로 목표를 갖고 연구를 하는사람에게
전혀 그런 쪽 관련은 일도 안해본 사람들이, 자신의 신념을 이해하지도 못하고, 자신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분들이
정말로 가볍게 (물론 나름대로 생각을 해서 말씀하시는 거겠지만)
"지금 네가 하는 일들은 정말 쓸데없는 일들이니까 다른일들을 해, 나중에 후회한다! 전부 니 미래를 위해서 하는 소리야!"
라고 말하는 것과 전혀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근거를 갖고 오십시오.
충분히 논쟁해 드리겠습니다.
반론이나, 혹은 근거가 아니더라도, 옳은 논리를 가져오신다면
충분히 이야기하고 토론 할 수 있습니다.
제발. 이유나 근거도 없이
"미래가 되면 다 가능할거야, 지금 사람들은 교과서 같은데 세뇌되어 한계를 긋고 있기 때문에 저런소리를 하는거다"
따위의 말은 하지 말아주세요.
정말 화가납니다.
제가 걸어온 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분들이.
얼핏 곁눈질로 보고 들은것으로 판단하며
제가 걸어온 길, 그리고 걷고 있는 길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