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파이어폭스 브라우저의 점유율이 드디어 익스플로러를 따라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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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zdnet.co.kr/ArticleView.asp?artice_id=20090804135750 MS는 기절초풍할 노릇이고, 독점적 기업의 횡포에 시달리던 수많은 웹 엔지니어들은 자축의 파티라도 열어야 될 상황이 온거죠.
저 는 이 글에서 단순히 웹 브라우저 전쟁에 대한 얘기를 하려고 하는 게 아닙니다. 제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철학이 담긴 기술논리를 무시하고, 상업논리에 맞추어 트렌드를 주도하던 기업들이 얼마나 어리석게 제 발등을 찍어 왔던가에 대한 얘기를 하려고 하는 겁니다.
결국 이 얘기는 자본이 지배하는 사회가 얼마나 대책없이 파멸을 향해 달려가는가에 대한 얘기입니다. 물론 그 멍청한 자본이 막판에 가서는 제정신을 차리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속성이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세상을 자본주의가 지배하고 있는 거겠죠. 그 과정에서 뼈아픈 댓가는 모두 힘없는 민초들이 치르게 된다는 비극은 양념일 뿐이고요.
먼저 썼던 글
http://albab.kr/bbs/board.php?bo_table=computing&wr_id=469 위 링크는 얼마전에 제가 썼던 인터넷 뱅킹과 관련된 글이었습니다.
눈 앞의 시장에 보이는 이익만을 향해 뛰어 들었던 보안업체들의 성급함과 기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아니 전혀 없는 관리들의 어리숙한 결정 덕분에 우리는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정도로 MS의 액티브X 기술에 심각하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을 만들어 버렸습니다.
현재도 그 위험한 상황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파폭이나 오페라등의 브라우저의 보안기능이 현재 은행에서 제공하는 인증키 기반의 보안 시스템을 넘어선지가 오래이며 사용상의 편리성도 비교가 안될 정도로 발전한 마당에 아직도 우리는 내가 개설한 은행계좌의 잔고만 확인하려해도 너댓가지가 넘는 플러그인을 덕지덕지 설치해야 되는 현실에서 살고 있습니다. 오히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먼저 자신들의 액티브X 관련 정책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최신버전 익스플로러에서 그 기능을 제한하려 하자, 화들짝 놀라서 제한을 풀어달라고, 이 위험하기 짝이없는 상황을 더 연장시켜 달라고 애걸하는 추태를 부리기까지 했습니다.
전자정부를 표방하면서도 거의 모든 관공서 사이트가 마이크로소프트의 브라우저가 아니면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기형적인 상황은 오히려 덤이었습니다.
이제 이 문제는 차세대 컨텐츠 시장인 모바일 시장에서 더 극적으로 드러나고 말았습니다. 갈수록 태산입니다.
전 세계 모바일 시장을 뒤흔들면서 등장한 애플의 아이폰은 국내 모바일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통신회사들의 이해관계와 충돌하면서 아직도 국내 시장에 진출할 가닥도 못 잡고 있습니다. 터무니없이 비싼 무선 인터넷 요금제도로 인해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모바일 컨텐츠 시장의 발전에 첫발도, 아니 첫발의 발가락도 담그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는 실정입니다. 말하기도 쪽팔린 IT강국 코리아의 미래를 스스로 망쳐버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죠.
쉽게 얘기해서, 현재 가지고 있는 인프라를 이용해서 무선 인터넷 환경을 무제한으로 열어주고, 기존의 무선음성통화 방식을 버리고 VoIP로 완전히 옮겨 버리면 일시적으로 통신요금 수입은 줄지 몰라도 무궁무진한 발전의 가능성을 가진 신세계가 열리는 상황에서, 바로 그 코앞에서 자사의 기득권을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통신업체들의 몽니로 인해 전세계가 뛰어들고 있는 새로운 시장을 바라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이러다가 IT강국은 개뿔, 몇년내로 IT 구석기 국가가 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자본을 움직이는 몇몇 돌대가리들의 뻘짓으로 말미암아, 수많은 우리들은 어이없는 피해를 감내해야 되는 상황이 또 올 수 있다는 얘깁니다.
이 상황의 배경에도 역시 독점적인 자본의 멍청함이 깔려 있습니다.
해결책은 단 하나입니다. 멍청한 독점자본이 일을 그르치기 전에, 수많은 사용자들의 현명함으로 시장의 방향을 선도해 나가야 된다는 것입니다.
숨겨져 있는 사실들을 꿰뚫어 봐야 합니다.
왜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들이 겉모습과 다르게 기술적인 결함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지 이해해야 하며,
왜 인터넷 뱅킹을 하려면, 새로 산 피씨에다가 온갖 프로그램을 덕지덕지 깔아야 하는 건지 알아봐야 합니다.
왜 내가 사는 지자체의 홈페이지가 익스플로러가 아닌 브라우저에서는 제대로 보이지 않는지 항의해야 하며,
왜 SK텔레콤이 아이폰이나 구글폰의 도입에 결사적으로 저항하고 있는지를 눈치채야 합니다.
이런 작은 노력들이 모여서 우리 사회를 얼마나 좋게 만들 수 있는지 상상해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왜 유럽에서 그 쓰기좋고 예쁘고 편한 익스플로러의 점유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지를 이해해야 합니다.
파이어폭스의 점유율이 높아진 것이 좋은 일이 아니고, 익스플로러의 점유율이 떨어진 것이 좋은 일이라는 얘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