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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달 전이다. 내가 갓 후드티산지 얼마 안 돼서 포게에 내려가 살 때다. 미애갤에 왔다 가는 길에, 포게로 가기 위해 오유에서 일단 전차를 내려야 했다. 베오베 맞은편 길가에 앉아서 쿠션을 만들어 파는 브로니가 있었다. 쿠션을 한 개 사 가지고 가려고 깎아 달라고 부탁을 했다. 값을 굉장히 비싸게 부르는 것 같았다.
"좀 싸게 해 줄 수 없습니까?"
했더니,
"쿠션 하나 가지고 에누리하겠소? 비싸거든 다른 데 가 사우. 미애갤에서 싸가지고 품질떨어질꺼 같다는 놈들때문에 싸게는 못팔것수 이것도 1000원 마진이오"
대단히 무뚝뚝한 브로니였다. 값을 흥정하지도 못하고 만들어나 달라고만 부탁했다. 그는 잠자코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 처음에는 빨리 만드는 것 같더니, 저물도록 이리 돌려보고 저리 돌려보고 굼뜨기 시작하더니,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다 됐는데, 자꾸만 더 만들고 있었다.
인제 다 됐으니 그냥 달라고 해도 통 못 들은 척 대꾸가 없다. 루나가드 체크해야할 시간이 빠듯해 왔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초조할 지경이었다.
"더 만들지 않아도 좋으니 그만 주십시오."
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다음주가 되어야 신작이 나오지, 이번주꺼 재촉한다고 신작이 되나."
한다. 나도 기가 막혀서,
"살 사람이 좋다는데 무얼 더 만든다는 말이오? 버물리양반, 외고집이시구먼. 루나가드시간이 없다니까요."
버물리는 퉁명스럽게,
"다른 데 가서 사우. 난 안 팔겠소."
하고 내뱉는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 수도 없고, 루나가드 시간은 어차피 틀린 것 같고 해서, 될 대로 되라고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마음대로 만들어 보시오."
"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거칠고 늦어진다니까. 굿즈란 제대로 만들어야지, 만들다가 놓치면 되나."
좀 누그러진 말씨다. 이번에는 만들던 것을 숫제 무릎에다 놓고 태연스럽게 포니약방을 하고있지 않는가. 나도 그만 지쳐 버려 구경꾼이 되고 말았다. 얼마 후에야 방망이를 들고 이리저리 돌려보더니 다 됐다고 내 준다. 사실 다 되기는 아까부터 다 돼 있던 쿠션이다.
루나가드를 놓치고 로얄가드 체크 해야 하는 나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 따위로 장사를 해 가지고 장사가 될 턱이 없다. 손님 본위가 아니고 제 본위다. 그래 가지고 값만 되게 부른다. 상도덕(商道德)도 모르고 불친절하고 무뚝뚝한 브로니다.' 생각할수록 화증이 났다. 그러다가 뒤를 돌아다보니 노인은 태연히 허리를 펴고 트와일라잇의 엉덩이를 바라보고 섰다. 그 때, 바라보고 섰는 옆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브로니다워 보였다. 부드러운 눈매와 대쉬 후드티에 내 마음은 약간 누그러졌다. 브로니에 대한 멸시와 증오도 감쇄(減殺)된 셈이다.
포게에 와서 쿠션를 내놨더니 브로니들이 이쁘게 만들었다고 야단이다. 집에 있는 것보다 참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전의 것이나 별로 다른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브로니들의 설명을 들어 보니, 극세사로 만들면 제대로된 대쉬얼굴이 보기 어렵고, 후면을 옥스포드로 안하면 쉽게 찢어지고 오래 쓰기 어렵단다. 요렇게 꼭 알맞은 것은 좀체로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풀렸다. 그리고 그 브로니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참으로 미안했다.
브로니가 된 직후 부터는 그저 셀레스티아가 멋지기만하고 애플잭이 어여뻐 보일뿐이다. 그러나, 포태기에 든 브로니는 그저 신작만 바라보고 리믹스 음악만 바라보지 복습도 하지 않는다. 따끈따끈한 브로니는 1~2시즌을 정주행 하기를 서너번, 거기에다 틈날때 마다 마음에 드는 에피소드 골라서 보고 질문글이 올라오면 단번에 몆편인지 기억해 낸다. 그러나 포태기가 온 브로니는 포니짤은 곧잘 찾는다. 그러나 그게 무슨 에피소드인지 기억하지를 못한다. 그렇지만 자기딴에는 에피소드를 수십번도 더 봤으니 더 볼리가 만무하다.
방송만 해도 그러다. 얼마전에는 방송을 시작해서 몆편을 보자고 바로바로 나오고 사진한장보면 어느 에피소드에 어느시간대인지 잘 기억해낸다. 그 사람이 구글링을 했는지 주변사람들에게 물어서 알아냈을지 알 도리가 없다. 단지 그 사람이 대단하다 믿을뿐이다. 신용이다. 지금은 그런 일도 없다. 어느 누가 남이 보지도 않는데 자기가 보자는 편을보고 벙어리를 먹는가?. 요즘은 그저 약방이니 뭐니 하며 순수성을 해쳐갈 뿐이다. 포태기 이전의 브로니들은 엉짤은 엉짤이요 포간은 포간이지만, 포니를 만드는 그 순간만은 오직 아름다운 포니를 본다는 그것에만 열중했으며 스스로 보람을 느꼈다. 그리고 순수하게 심혈을 기울여 자짤을 만들어 냈다.
이 쿠션도 그런 심정에서 만들었을 것이다. 나는 그 브로니에 대해서 죄를 지은 것 같은 괴로움을 느꼈다. '그 따위로 해서 무슨 장사를 해 먹는담.' 하던 말은 '그런 브로니가 나 같은 젊은이에게 멸시와 증오를 받는 세상에서, 어떻게 아름다운 굿즈가 탄생할 수 있담.' 하는 말로 바뀌어졌다.
나는 그 브로니를 찾아가서 컵케익에 사이다라도 대접하며 진심으로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다음 일요일에 미애갤로 가는 길로 그 브로니를 찾았다. 그러나 그 브로니가 앉았던 자리에 브로니는 있지 아니했다. 나는 그 브로니가 앉았던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허전하고 서운했다. 내 마음은 사과드릴 길이 없어 안타까웠다. 자짤글을 보았다 으로 흰 구름위에 레인보우 대쉬가 피어나고 있었다. 아, 그 때 그 브로니가 저 레인보우대쉬를 보고 있었구나. 열심히 쿠션을 만들다가 우연히 자짤글의 레인보우 대쉬를 바라보던 브로니의 거룩한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무심히 '만 리을 포니(萬 理乙 浦尼)
만 리을 포니(萬 理乙 浦尼)' 보물리(保物理)의 싯구가 새어 나왔다.
오늘 안에 들어갔더니 브로니들이 끝말잇기를 하고 있었다. 전에 루나가드에다가 드립을 친 기억이 난다.. 요새는 루나가드 체크 하는 소리도 들을 수가 없다. 원터립업(原攄立業)이니 다수 대이 아리아(多水 大李 亞理兒)이니 애수를 자아내던 그 소리도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문득 한달전 쿠션 깎던 브로니의 모습이 떠오른다.
나도 포태기 온게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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