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출근부터 가을 상품 정리하다보니 오후가 훌쩍갔네요^^
오늘은 예전 군복무때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드려볼까 합니다.
저는 의경...그중에서도 교통계에서 근무를 했었습니다.
뭐 기수까지는 아이러브스쿨 할 것도 아니고 해서 생략하겠습니다(__)
암튼 26개월 중에 훈련소 한달과 경찰학교 한달 교육을 제외하고 나머지 24개월중
23개월(첫달은 자대배치후 교육기간)을 꼬박 순찰차를 탔었더랍니다.
지금과 비교해봐도 아마 승무(직원인 경찰의 보조 의경 - 순찰차는 2인 1조)로서는
아마 제가 교통 의경계의 전설로 남아있지 싶습니다 -_-;
그만큼 차를 오래 그리고 험하게 타서 허리가 많이 상합니다
하루 300~350KM정도 탔었으니까요
일단 기본적인 이해를 교통의경의 패턴을 말씀드렸구요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96년의 겨울로 생각됩니다 무지 추웠었거든요
여느때와 다름없이 야간순찰을 한참하다가 음주검문 도주차량이 있다는
무전을 받고 저의 관할구역이라 속도를 조금내며 찾다가 결국엔
놓쳐버렸구나 하며 포기하고 있을때쯤
신호를 대기하고 있는데...옆에 대기하던 검정 승용차의 운전자가
그 추운 겨울에 창문을 다 내리고 담배를 피고 있는데
(저는 1차선, 그 차량은 2차선) 눈이 반쯤 풀린걸 목격했습니다.
그 순간 제가 "선생님, 우측 정차해보세요"라고 운전자에게 말을 했습니다.
그러자 그 분이 반이상 풀린 눈으로 드디어 제 쪽을 한번 무표정으로
쳐다보더니 "부응"하는 굉음과 함께 악셀을 힘껏 밟고 도주 하더군요
지금 생각하면 영화의 한장면에나 있을법한 그 무표정과 악셀
저를 쳐다보며 순간 악셀로 인해 얼굴이 뒤로 젖혀지는 반동하며...
빨간불에 급출발에...야심한 밤이라 그나마 다행이었지
초저녁이면 대형사고 났을겁니다.
암튼 앞도 안쳐다보고 운전하는 모습에 전 공포감까지 들더군요
따라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일단 사이렌을 켜고 추격하기 시작했습니다.
거의 4KM를 신호 무시하며 주변 사고위기 아슬하게 피해가면서 무섭게 도주하더군요
옆에 직원(경찰)분도 무섭게 따라가는데...겁이 ㄷㄷㄷ나더군요
그러다 또 놓쳤습니다-_-;
실제 도주차량과의 추격전은 영화와 달라 죽으려고 맘먹고 달리는 차에게는
이길 방법이 없습니다.
그리고 따라가서 옆에서 세우라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게 현실입니다.
법이 워낙 잘되어 있어서...순찰차 파손시에(업무중 과실이라 할지라도) 직원과
승무의 징계(군기교육대 - 의경은 기율대)를 면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렇게 놓쳐서 분함을 삭히고 있을 무렵 무전에 사고차량 신고가 들려옵니다.
혹시나 싶어 그 일대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가보았습니다.
역시나 저희를 따돌리고 도주했던 그 검은색 차량(특정차종은 언급을 생략합니다)이었습니다
언덕사거리에서 1차선 좌회선 대기중인 화물탑차량의 뒤를 전속력으로 추돌했는지
화물차 밑으로 구겨지며 아래도 들어가있더군요 ㄷㄷㄷㄷㄷ
차에선 오일과 기름이 세고 본넷쪽에서 연기가 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제가 도착했을때 119도 막 도착을 하더군요.
차에서 내려 운전석쪽으로 가는데...뭔지 모를 공포가 엄습해오더군요...
헉...순간 구토가 쏠리더군요
교통사고는 많이 봤지만...희안하게도 운전석 문짝의 프레임(보통 썬바이져 붙이는 부분)이
끊어져서 운전석쪽으로 들어가 두개골을 뚫고 운전석의 헤드레스트도 관통한 사례였습니다.
ㅜㅜ아...어찌 이런 시련을 저에게...ㅜㅜ
첨 알았습니다.
차 창문쪽 프레임이 끊어질수도 있다는 것을...
그리고 두개골이 뚫리면 창문틀 끊어진 끝부분 모양대로 뚫리는 것이 아니라 동그랗게
뚫린다는 사실이...ㄷㄷㄷㄷㄷㄷㄷ
추운 겨울...뚫린 이마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옵니다.
그 야심한 밤 주변에 차를 세우고 구경하던 시민들이 저에게 말을 합니다
"움직이는 걸 보니 살아있네요 빨리 구해주세요"
순간 소름이 온몸에 돋더군요
제 몸에 가려 창문 프레임은 안보이고 얼굴만 약간 비쳐보였던 모양입니다.
사망한지 얼마되지 않아 경련이 일어나는 걸 머리털나고 처음봤습니다.
그것을 보고 시민들이 살았다고 빨리 구하라 한모양입니다.
119구조팀 와서 문을 열려고 했지만 이미 차가 구겨진 상태라
다리는 빨래처럼 이미 구겨져 없는듯했고 문은 열리지 않았으며
차프레임으로 시신을 빼낼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119팀이 프레셔를 가지고 오더니 차문을 벌리기 시작하더군요
결국 차문이 열렸지만 역시 예상했던대로 무릎아래는 너덜너덜합니다.
이어 119구조팀이 절삭기를 가지고 옵니다.
두개골에 박힌 프레임을 제거하지 못하니 앞뒤로 자르려하더군요
여기서 제가 오바이트가 쏠려 더이상 보지를 못하고 돌아섰네요
음주운전 정말 무서운겁니다.
그리고 사람 죽는거 정말 한순간입니다.
그 겨울 차안에서 나던 시신의 두개골에서 나오던 "김"냄새를 전 아직도 기억합니다.
왜냐구요? 한달 가까이 밥을 먹지 못했더랍니다.
그 냄새와 그 운전자가 나를 바라보던 그 풀린 눈이 생각도 나고 꿈에도 나타나서...
그후 제가 순찰차를 더이상 못탈줄 알았는데...그래도 인간은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는 동물이라
그런지 계속타게 되더군요.
이게 제가 머리털나고 처음본 시신의 모습입니다.
재미없는데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__)
역시 퍼오는게 빠르네요 여기까지 쓰는데 시간 정말 많이 걸리네요
이상 "동물의피"였습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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