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를 써보자!
그 여섯번 째 시간입니다.
원래 주말에는 하나만 올리고 쉬려고 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하나 정도는 더 올릴 수 있다는 판단이 들어버렸네요.
사실 저는 활동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방구석에 핀 고상한 독버섯마냥 가만히 있는 걸 즐기는
안빈낙도를 추구하는데....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네요.
자, 어찌됐든 시리즈 여섯번째,
'플롯의 종류와 활용법''
시작해보겠습니다.
6. 플롯의 종류와 활용법
가장 먼저.... 플롯이 뭔지에 대해 알아보는 게 제일 중요할 것 같군요.
정답까지는 아니고 조금 편협한 의미이기는 한데다
어떤 분들은 거부감을 가지실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일단 여러분들에게 '플롯'이란 것을 좀 더 쉬운 의미로 다가가게 하기 위해
'이야기의 패턴'이라는 용어로 이해시키고 싶습니다.
하지만.
만약 누군가가 저에게 '그런 공장장이나 양판소장 같은 말은 집어치우고
플롯에 대해 제대로 정의해보시오!' 라고 말한다면 저는 쉽게 대답할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시나리오 작법서같은 책에 나와있는,
뭔가 있어보이고 그럴듯하게 들리는 답을 제시하는 건
남이 생각해 놓은 쉬운 말, 어디서 주워들은 말을
여러분에게 고스란히 전달하며 폼잡는 것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죠.
그래서,
제 말을 고르고 골라서 그 누군가한테 말한다면 저는,
그래도 플롯을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작가가 만든 이야기의 패턴. 혹은 이야기의 원형.
왜냐하면 이게 단순하고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혹 패턴이라는 단어에 '획일화다! 내가 이래서 작법서같은 걸 안본다!'
라고 거부감을 가지는 분들에게 권해드리고 싶은 말은
이겁니다.
"만약 패턴에 20가지가 있다면 20가지를 2,3개씩 서로 조합했을 때 나오게 되는
경우의 수가 몇개나 될거 같습니까?" .... 라고요.
패턴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패턴이 너무 적은 게 문제입니다.
사람을 그리는 게 문제가 아니라 사람 대가리만 그리는 게 문제입니다.
자, 각설하고, 제가 위에다 '이야기의 원형'이란 것을 써놨는데,
여러분들에게 이 원형이 무엇인지 이해시키기 위해 하나의 비유를
들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어제 학교에서 지점토로 무언가를 만들어 오라는 숙제를 받아왔습니다.
머리가 멍해집니다. 정신이 아득해집니다.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가버립니다.
만들려고 재료는 갖췄는데 뭘 만들지, 어떤 형태로 만들어야 될지를 모르겠습니다.
바로 그 때, 친구가 '야, 이걸 참고해서 만드는 게 어때?' 라며
독수리 모형을 하나 가져다 줍니다.
길이 조금 잡힙니다. 어떤 형태로 만들지가 조금 감이 옵니다.
바로 이 독수리 모형이, 원형입니다.
좀 더 이 비유를 발전시켜 실무적인 사례로 넘어가보죠.
여기에 하나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두 사내의 우정 이야기입니다.
제국시절 두 사형수가 있었습니다.
한명이 죽기전에
늙은 어머니를 한번 뵙겠다며 집에
한번 갔다올것을 황제에게 요청합니다.
황제는 그 요청을 묵살하지만
다른 사형수가 "저 사내를 집에 갔다오게
해주시오. 만약 저 사내가 저대로 도망간다면
대신 내가 모진 고문을 받고 고통스럽게 죽겠소."
라고 말합니다.
황제는 껄껄껄 웃으며 말합니다.
"네 놈은 저 녀석이 돌아올거라 생각하나!"
사형수는 말합니다.
"저는 이 녀석을 믿습니다."
며칠 후, 집으로 보내준 사내가 돌아오지
않자 황제는 그것 보라며 남은 사형수에게
모진 고통을 주려 합니다.
바로 그 때,
집으로 갔던 사형수가 다시 돌아옵니다.
황제는 이 우정에 감격하여 두 사형수들을
풀어줍니다.
자, 그럼....
개연성이나 설득력은 좀 부족하지만
이 이야기의 패턴이 원형이라 한다면....
왠지 이 패턴, 강철의 연금술사에 넣어도 무리 없을 것
같지 않습니까?
실제로, 비스무레한 패턴이 있습니다!
진리: 정말 네 형이 너를 구하러 다시 이곳에 올거라 생각해?
알: 올거야. 반드시.
....어떻습니까? 약간의 전율이 돌았으면 좋겠군요.
그럼 여기서 '패턴'이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가지시는 분들에게
반문해보겠습니다.
저 두 이야기가 서로 같아보입니까?
본 흐름은 비슷하지만 조합요소가 다르니
전혀 다른 느낌의 이야기가 됩니다.
바로 이것이 제가 플롯을 '이야기의 패턴'이라 부르는 이유입니다.
자...이젠 좀더 플롯에 대해 상세하게 얘기해볼까요?
이야기의 패턴(플롯)은 크게 세가지로 나뉘어집니다.
아크플롯, 미니플롯, 논플롯.
용어는 어렵지만 제 설명은 언제나 쉽습니다.
아크플롯은 인간의 밝은 면, 즉 원피스, 나루토 같은 소년만화의 줄기를 연상하면 쉽습니다.
미니플롯은 인간의 어두운 면, 즉 베르세르크나 진격의 거인에서 나오는 절망스럽고 암울한 묘사를 떠올리면 쉽습니다.
논플롯은 여러분들이 어떤 작품을 보고 나서 '이상해. 장면이 연결도 안되고 뭘 말하는지도 모르겠어' 라고
느낀다면 논플롯일 가능성이 큽니다.
보통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구조는 아크플롯과 미니플롯을 결합해놓은 구조가 아닐까 싶은데,
왜냐하면 아크플롯은 소년소녀들에게 어필력이 강하고, 미니플롯은 성인에게 강하게 어필하기
때문입니다.
소년들은 꿈을 꾸고, 성인들은 현실을 알기 때문이죠.
그 두 종류를 섞어놨다는 것은 두 연령층 모두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작가들은 보통 '인간은 이런 존재가 아니런가'라는 인간관을 기준으로
플롯의 종류를 취사선택합니다.
자, 이제 여기까지 플롯이 패턴이라고 불리는 이유.
그리고 플롯의 큰 세가지 종류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다음으로는 플롯(패턴)의 구조에 대해 알아보겠는데
이 부분은 쉽고 재밌습니다. 잘 따라와주세요.
플롯(패턴)에는 사람처럼 이름이 하나씩 붙습니다.
예를 들어보자면, '탈출'이란 이름을 붙여봅시다.
'탈출'(패턴)
1막 : 주인공이 어떤 연유로 감옥에 갇힌다.
2막 : 주인공이 감옥에서 빠져나가려 시도하지만 실패한다. 댓가로 모진 고통을 받는다.
3막 : 방해물들을 뚫고 가까스로 감옥에서 빠져나온다.
어떻습니까? 간단하지 않습니까?
다른 예를 들어보죠.
'탈환'
1막: 주인공의 소중한 사람이 악당에 의해 위험에 처한다.
2막: 주인공은 소중한 사람을 구하려 하지만 실패하거나 주변 사람이 죽는다.
3막: 가까스로 적을 쓰러뜨리고 소중한 사람을 구한다.
'몰락'
1막: 엄청 부유하지만 성격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업가가 실패를 하고 거지로 전락할 신세가 된다.
2막: 어떤어떤 연유로 재기의 기회가 찾아오게 된다.
3막: 성격적인 결함때문에 재기의 기회를 잃고 암울한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정말 쉽지요. 이것이 플롯이자, 패턴이자, 원형입니다.
여기까지 보시면 '어 뭐야 겁나 쉽네 나도 작가하겠다'
라고 느끼실 분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건 빙산의
일각입니다. 거기에 더해 원형을 정해놓고 이야기를
쓰는 작가는 드뭅니다.
대개는 쓰다보면 '어라...? 내가 쓰는 이야기가 이 이야기랑
비슷하네...?'라고 어렴풋이 알아챌 뿐이죠.
그러면 이제 이야기가 작가 손을 떠나 길을 잃는 경우는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어두운 바다에 '플롯'이란 든든한 등대 하나가 있는 느낌이죠.
자.... 여기서 잠깐.
너무 간단간단하게만 하니 감이 잘 안오실수도 있으니,
요 링크로 들어가서 플롯의 3막구조가 실제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한번 보고오시길 바랍니다.
제가 몇년전에 심심해서 즉흥적으로 그린 콘티입니다.
병맛이긴 하지만 있을 건 다 있습니다.
아크플롯/ 3막구조/ 탈환 의 플롯입니다.
...어떻습니까?
제가 vol 5까지 주구장창 설명했던 요소들이 플롯의 흐름 속에 거진 다 있지 않습니까?
인물들의 삼각관계가 하나의 고속도로이고,
개성이나 페이소스 같은 각 요소들이 반드시 지나가야 되는 경로라면,
플롯은 작가가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하나의 네비게이션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자, vol 6는 여기까지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나리오를 써보자 vol 1
시나리오를 써보자 vol 3
시나리오를 써보자 vol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