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하노이 소녀를 작성해주신 초이님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어 이렇게 부득이하게 글을 작성합니다.
친목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고, 그저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하노이 소녀"라는 글이 종종 베스트에 올라오는 걸 봤지만 읽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지금 우연히 다낭에서 회사사람들과 휴가를 보내던 와중에 하노이 소녀를 읽었습니다.
같은 베트남이니까 궁금하기도 하고 해서 밥먹고 글을 클릭!
사실 뒷편을 먼저 열어봤어요 베스트 리스트에 있기에...
후기 전편부터 봤는데 숙소 내려가서 죽창사러 갈 뻔 했습니다.
그냥 거기까진 "뭐야 흔한 글로벌한 죽창이야기잖아?"싶었어요.
어제 저녁, 저랑 같은 방 쓰는 동료는 먼저 들어가서 쉬고 저랑 대표님은 카지노를 갔습니다.
꽤나 귀염상의 예쁜 중국여자분(러블리즈 지애 살짝 닮으심)이 계셔서
"nin zhendeo piaoliang"을 외치며 번호를 알고 싶었지만 옆의 중국인 아조씨들이 무서워보여서
그냥 테이블에 앉아서 바카라 좀 하고 슬롯머신에서 놀다가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동료는 잠들어있었고, 비와 땀으로 축축해진 옷을 벗고 샤워를 했습니다.
밖은 여전히 후덥지근한데 개운하게 샤워하고 시원한 에어콘바람에 라루 맥주를 한 잔.
저는 원래 술을 잘 못 마십니다. 나름 괜찮게 마실 때도 천천히 마셔야 한 병, 맥주 500 2~3잔.
하지만 지병이 생긴 이후 술은 안 되고 어쩌다 마시게 되면 딱 한 잔만 허용됩니다.
두 잔먹는다고 바로 죽는 건 아니고 한국에서는 거의 금주를 꼬박꼬박 잘 지키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멤버들이 5년 무임금으로 고생한 게 이제 조금씩 풀려가기에 큰 맘 먹고 온 여행이기에
다낭에서 묵는 6일 동안은 하루에 한 캔 정도 하고 있습니다.
맥주 한 잔의 부연설명이 길어졌지만 위에 언급했다시피 술을 잘 못마셔서
맥주 한 잔에도 취기가 살짝 올라오고 그마저도 원샷하면 매우 피곤한 몸입니다.
어제도 천천히 홀짝홀짝하고 있었지만 하루종일 돌아다닌게 피곤했는지 취기가 빨리 올라왔어요.
숙소 와이파이로 오유를 들어와 베스트를 보다가 문득 "하노이 소녀" 글이 생각났습니다.
문득 타국의 휴양지에서 밤 분위기와 취기에 외로움이 스멀스멀 올라왔습니다.
'그래... 달달한 글이나 읽으면서 대리만족이나 해야겠다.'
하노이 소녀 1화부터 읽기 시작했습니다.
실연당한 남자, 타국의 카페에서 운명같은 만남
산불처럼 갑자기 타오르는 사랑은 아니지만, 촛불처럼 천천히 깊어지는 사랑.
후반부 갈등까지 가미된 기승전결의 요소를 갖춘 드라마같은 사랑.
맨 앞에서도 칭찬했지만 글을 풀어내는 재주도 좋으시고,
개그 포인트도 재밌고, 무엇보다 '다음 이 시간에'스킬로 결제유도하는 능력도 좋으신
준프로 작가급의 글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 읽고 난 뒤에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이제 막 시작하시는 단계이지만 서로가 극복한 상황보다 감정에 충실하신 모습.
타인의 시선보다 상대방의 마음을 지켜주는 것에 더 집중하는 모습.
그런 사랑이 찾아오려고 실연의 아픔을 겪으신 것이 아닐까 싶네요.
앞서 감사하다는 표현을 했지만 감사한 이유가 궁금하실 겁니다.
저는 모쏠은 아니지만, 기껏 해야 한 두번의 연애경험 그것도 1~2개월 남짓. 사실상 모쏠
헤어진 이유는 완전 숙맥이어서 스킨십도 못하고 표현도 못해서 가까워지지 않아서 였습니다.
이후 두 번정도 용기내서 고백했지만 거절당하고 여전히 용기없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제가 연게의 달달한 글들, 그 중에서도 '하노이 소녀'를 좋아한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내가 할 수 없는, 나는 겪어보지 못한 일들을 만들어가는 두 사람의 드라마.
내가 앞으로 겪지 못할 것 같지만 둘이서 같은 인생의 방향을 보기위해 맞춰가는 드라마.
그것이 너무 행복해보여서 입니다.
제 마음 속의 외로움은 비록 비워내지 못 했습니다.
앞으로 나도 좋은 사람과 만날 수 있을거야!라는 용기도 얻지 못했습니다.
앞으로도 나는 이렇게 살 것 같고, 그렇게 홀로 살아갈 운명이라고 여전히 단정짓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가슴 따뜻해지고, 글을 읽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응원할게요. 부디 두 분의 사랑이 오래오래 가길...
날라리같은 기독교 신자지만 정말로 꼭 기도할게요.
부모님, 주변 지인들께서 두 분의 사이를 진정으로 축복하고 인정하실 수 있도록 기도할게요.
글을 다 읽고, 하루가 지나서 쓰는 글인데도
여전히 따뜻함이 남아있고 다시금 불쑥 튀어나온 외로움때문에
테라스에서 담배 한 대라도 태우면서 살살 마음을 달래야 겠습니다.
다시 한 번 정말 진심으로 글을 써주신 초이님께 감사드립니다.
초이님, 나나님 앞으로도 오래오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쓰잘데기 없이 길고 두서없고 감정덩어리인 글 읽어주신 다른 분들도 감사합니다.
좋은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