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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story_300057
    작성자 : AriA
    추천 : 16
    조회수 : 1229
    IP : 211.244.***.4
    댓글 : 8개
    등록시간 : 2012/07/04 16:30:33
    http://todayhumor.com/?humorstory_300057 모바일
    <아리아의 추억-2> 초딩때 여자때리고 인실좆 당한 사연.
    조금 전에 상추쌈을 먹음.

    출산이 얼마남지않은 임산부의 배처럼

    터질듯 풍만하게 싼, 상추쌈.

    그거 입에 쑤셔 넣고 거칠게 이빨로 콱! 물고..

    상추의 꼭지를 떼어냈음.


    턱근육은 자연스럽게 이완과 수축을 반복하며 입안의 상추쌈을 잘게 짓이겼고

    그와 동시에 나의 왼손은 노련한 움직임으로

    떼어낸 상추의 꼭지를 밥그릇 옆에 살포시 놓는데...

    그때!!

    살포시 내려놓는 그 순간~!!!


    초딩때 추억 하나가 떠올랐음.



    딱히 상추쌈과 관계가 있는 추억도 아님.

    먹는거랑 관계된 추억도 아님.

    뜬금없이 상추꼭지를 내려놓을때 왜 이 이야기가 떠올랐는지

    정말 이해가 안감...




    암튼 이야기를 시작하겠음.

    때는 바야흐로 아리아가 초3때 일이었음.
    (아리아는 내 아뒤...)


    나는 당시에 착실하고 여린 꼬꼬마 초딩이었음.

    남이볼까봐 창피해서 학교 화장실에서 오줌도 못싸는 그런 소심한 남자 꼬꼬마였음.


    그러던 어느날 청소시간.

    당시 우리반은 앉은 자리별로 1분단, 2분단, 3분단, 4분단 이 있는데

    일주일마다 분단별로 청소를 돌아가며 했고, 분단별로 청소반장이 있었음.

    당시에 내가 우리 분단의 청소반장이었음.


    학창시절이나, 직장생활을 통 털어서,

    지금까지 살며 해봤던 직책중에 제일 높았던거 같음.



    사실, 청소반장이라고 해봐야 하는일은 청소끝나면 선생님께 보고 하는게 고작이었고,

    아이들은 청소반장이 존재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음.

    나 역시 마찬가지였음.



    암튼 초3 꼬맹이들이 청소를 해봐야 얼마나 야무지게 했겠냐만은

    아이들은 나름의 시스템으로 책상까지 뒤로 밀고, 

    마포질까지하며, 열심히들 청소들 하고 있었음.


    그런데 반에 까불까불 하는 여자애가 하나 있었음.

    이름이 이선경인가 그랬음.

    여자애가 까불거려봐야, 얼마나 까불거렸겠냐 싶겠지만.

    얘는 정말 오지랖도 넓고, 가만히 앉아있지를 못하는 애였음.

    쉬는 시간마다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말걸고,

    남자편 여자편 싸움나면 맨날 여자편 대장격이었음.

    게다가 달리기도 빨라서 우리반 계주였음.

    6학년 되서도 얘가 계주로 나온거가 기억남.


    암튼, 걔가 계속 청소는 안하고 먼지털이 하나 들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가만히 청소하던 여자얘들까지 선동해서 수다나 떨면서 노는거임.



    사실, 어딜가나 꼭 한두명은 제대로 안하는 아이들이 있기 마련임.

    평소에 보통은 그런거 그냥 넘어갈텐데

    이상하게 그날은 자꾸 신경이 쓰였는데, 소심했던 내가 무슨 용기가 났는지..


    "야!" 


    라고 갑자기 크게 소리를 지른거임.


    아이들은 모두 청소하던 손을 멈추고 날 쳐다봤고

    나는 그 여자애 앞으로 터벅터벅 걸어가 말했음.


    "너! 딴짓하지 말고 청소해."

    그러자 그애는

    "남이사 하든 말든, 니가 뭔데 시비냐?'



    헉!!!!!!!!!!!!!!!!!!!!!!!!!!!



    어린맘에.... 내가 생각하기론.

    남자인 내가, 

    더욱이, 청소반장인 내가 

    이렇게 강경하게 이야기를 하면

    여자는 조용히 고개를 떨구고 총총걸음으로 자기 자리로 돌아가 열심히 청소를 할거라 생각했음.

    그런데 예상치 못했던 의외의 반응에 당황한 나는..

    "나... 나는... 청소반장인데..."

    라고 말해버렸음.

    지금 생각해봐도 말이 좀 어색했음.

    당당하게 말한것도 아니고 ㅄ처럼 말꼬리를 살짝 흐리며 말함.

    약점을 잡은 그 지지배는 

    "야 반장도 아니고 청소반장이 뭐라고?"

    라며 비아냥댔음.


    문제는 그 지지배가 옆에 있던 친한 여자얘들이랑 

    청소반장ㅋㅋ 

    막 이러면서

    깔깔 거리며 같이 막 비웃는거임.



    장내가 술렁대기 시작했음.

    손을 놓고 우리에게 시선을 집중하던 아이들은 쑥덕 거리기 시작했음.

    청소반장 어쩌고.. 하는 소리도 들리고

    키득 거리는 소리도 들리는거 같고...

    날 비웃는거 같았음.



    진짜 엄청 화가 나는거임.




    정말 나는 온순하고 착한. 소심한. 아이였는데

    얼마나 화가 났는지 그대로 달려가서 그 까불이 지지배 이성경을 발로 차버렸음.


    지금 생각해보면 내 행동이 심했지만.

    내가 당시에 얼마나 모욕감을 느끼고 화가 났으면 그런행동을 했을까 싶음.



    아무튼 나의 발차기를 맞은 그 여자애는 그대로 배를 부여잡고 주저앉으며 꼬꾸라 쓰러졌음.

    뜻밖의 행동에 아이들은 모두 할말을 잃은듯했음.



    아직도 이상한게, 

    그 까불이 지지배는 우는지 마는지 그대로 아무말없이 쓰러져서 조용한데 

    옆에 같이 낄낄대며 날 조롱했던 여자애가 막 울었음.

    지금 생각해보면 놀라서 운거같음. 

    그런데 당시엔 

    "맞은애는 가만있는데 쟤는 왜 울어?"

    이런생각.



    아무튼, 까불이 지지배는 그렇게 배를 부여잡은 상태로

    '끄응,,,' 이러며 힘들게 일어서는 거임.

    울지도 않고 얼굴빨개져서

    그대로 나를 쏘아보는데...


    십수년이 지났지만, 난 아직도 그 얼굴, 그 눈빛을 잊을수 없음.

    한이 서린듯한... 나를 원망하는.... 하지만 뭔가 알수없는 고혹한 눈빛....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던 그 모습...



    나중에 깨달은거지만, 

    그 여자애가 나를 노려봤던 그 몇초.

    그 순간이,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성이란걸, 

    '여자'란걸 느꼈던 순간이었음.


    그전까지는 당시 또래의 남자아이들이 그렇듯,

    여자란 남자의 적이었고,

    사실 그 적이란 개념도 편가르고 놀기의 한 개념이었을뿐.

    가족이나 식구 이외의 여자란 존재.

    여자, 남자, 라는 표현만 있을뿐 큰 의미가 없는 구분이었음.


    그런데 그때 처음으로 '이성'이란걸 느꼈음.

    물론 당시엔 그런 생각이 없었고,

    나중에 깨달았던거지만...



    암튼,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서

    그 지지배는 그러더니 그대로 자기 자리로가서 가방을 메고 실내화 주머니를 들고 

    교실을 나가버리는거임.



    지지배가 나가고,

     나는 멍하니 서있고 아이들은 다시 웅성거리기 시작했음.



    그때 선생님이 들어오심.

    타이밍으로 봐서 까불이 지지배가 나가는거 보고 지나쳐 교실로 온거였음.

    겁먹고 가만있던 여자애들은 

    선생님을 보자 기다렸다는듯이

    막 내가 발로 찼다고 때렸다고 그래서 집에갔다고 막 다 일러바침.

    참고로 선생님은 여자였음.



    선생님은 아이들이 이리저리 이야기하는거 대충 듣고 분위기 한번 훑어보더니

    나한테 이야기하셨음.

    쟤 안오면 너 퇴학이니까 가서 사과하고 데려오라고...




    발차기 후, 선생님의 등장후에도

    약간 멍하게 넋나간듯 서있었는데,

    퇴학이라는 말을 들으니까 갑자기 정신이 확 드는거임.

    '퇴학' 

    그 한마디에 가슴이 철렁했음.




    선생님 말떨어지고 1초정도 멍하다가

    대답도 없이 바로 교실밖으로 뛰어 나갔음.



    당시 울 초등학교가 학교 교문 나오면 내리막길이 쭈욱 있는데

    나 초딩때는 지금처럼 길이 잘되어있지 않았음

    암튼 포장되지 않는 길이었음.

    더욱이 울학교쪽에 바로 옆이 산동네라 암튼 길이 좀 안좋았음.



    교문 나와서 여자애 잡으러 그 길을 막 뛰어 내려갔음,

    숨이 턱턱막히는데, 그건 둘째고

    퇴학이라는 말에

    엄마 아빠 얼굴이 떠오르고.

    퇴학당해서 평생 거지로 살아가는 모습이 막 떠오르고 그러면서



    뛰어가는데 자꾸 눈물이 막 나는거임.

    억울하다거나 서럽거나 그런게 아니었음.

    퇴학.

    이거 하나만 떠오르면서

    퇴학당하면 진짜 망한다... 난 끝이다...

    이런생각만 드는거임.

    그러면서 눈물이 막 계속났음.



    참고로 이때는 인생계획이 

    서울대가서 과학자가 되는거였기때문에

    퇴학이란건 당시에 상상도 할수 없었음.

     (※참고로 서울대 못나왔음.
      초딩때라 서울대가 쉬울줄 알았음.)



    암튼, 그렇게 울면서 한참 뛰어 내려가니,

    저 앞에 그 까불이 지지배가 터벅터벅 내려가는게 보였음.

    막 이름을 계속 불렀음.

    선경아!

    야 이선경!!!

    야!!!!



    김소월의 詩처럼

    설움에 겹도록 부렸음

    선 채로 이자리에 돌이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선경아!!!!!!!!





    암튼 

    진짜 목이 터져라 부르며 뛰어감.

    계속 부르니 결국 걔도 뒤로 돌아보는거임. 

    거의 다 따라잡아서 걔가 뒤로 살짝 돌아보는데

    돌아보는데!

    걔도 막 울고있는 거임.



    많이 놀랐음.

    여자애가 남자한테 발차기 맞고도

    혼자 바로 일어나서 차갑게 쏘아보길래

    아무렇지도 않은줄 알았는데

    걔도 눈이 빨개져서 울면서 가고있었던거임.



    암튼 겨우겨우 따라잡아서 걔 앞에 막아섰음.

    진짜 뻥아니구

    무릎꿇고 빌었음.

    너 지금 나랑 안가면 나 퇴학당한다고

    내가 잘못했다고 무조건 같이 가자고

    막 울면서 무뤂꿇고 걔 바지가랑이 잡고 막 울면서 빌었음.


    영화 올드보이 보신분은 

    영화 마지막에 오대수가 이우진한테 빌던 모습 떠올리시면 됨.

    바로 그 모습이었음.

    참고로 난 올드보이 그장면에서 이때 생각났었음.



    암튼, 그정도 빌면 용서해줄법도 한데

    그 지지배도 고집이 보통이 아닌거임.



    중요한건 걔도 얼마나 울었는지

    막, 너무 울면 말할때 숨이 뒤로 넘어가면서 말 제대로 못나오지 않음?

    암튼, 걔도 막 그러면서 말하는데


    너 나때린거 경찰에 신고해서 감옥보낸다고


    와...

    진짜 퇴학에 감옥까지 와...


    어린맘에 진짜 미치겠는거임.

    막 진짜 통곡하듯이 울면서 빌고 또 빌었음.



    얼마나 오랫동안 둘이서 그러고 있었는지 모르겠음.



    걔도 감옥 어쩌고 몇마디 하곤

    그뒤론 말안하구

    걍 눈물만 뚝뚝 흘리면서 그대로 서있구

    나도 나대로 미안하다구 하다가 걍 막 울고만 있고...



    그때는 그 두려움때문이었을까 그시간이 정말 길게만 느껴졌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5분도 안됐던거 같음.



    암튼 그렇게 한참 서로울다가 걔가 사과 받아줬음.

    이제 나 안때릴거냐고

    뭐 대충 그런식으로 뭐라뭐라 해서

    무조건 알았다고 알았다고 그랬음.


    그래서 둘이 손잡고 학교로 돌아감.

    교실갔더니 얘들은 다 가고 선생님만 교실에 있었음.

    그땐 몰랐는데 생각해보니깐 선생님이 창문으로 보고있었던게 확실함.


    암튼 걔랑 나랑 둘다 눈 빨개져서 교실로 들어간거임.

    난 걱정어린 눈빛으로 선생님쳐다보면서 사과했고 데려왔다고 말했음.



    선생님은...


    씨익~! 웃으면서.

    "잘했어. 둘다 집에가"

    이랬음.


    와...

    진짜 그순간... 얼마나 억울하고 분하던지...


    난 퇴학하고 경찰서때문에


     진짜...


    그 내리막길 죽어라 뛰어서

    울면서 싹싹 빌고 그랬는데.


    와... 다 뻥이었다는걸

    깨달은거임.


    처음부터 퇴학같은건 없었던거라는걸 알았어야하는데..

    미련한 나는

    선생님의 그 피식 웃으며 말하는 순간 깨달은거임.


    퇴학같은건 처음부터 시킬맘도 없었고 시킬수도 없었다...

    선생님은 날 가지고 놀았다.

    어리다고 날 유린한거다...



    진짜 선생님한테 뭐라고 따지지도 못하고...

    와 진짜...

    난 그것 때문에 얼마나 맘졸이고 힘들어 했는데...

    (참고로 이때부터 '퇴'자 들어간 말을 별로 안좋아함.
     퇴근만 빼고..)



    암튼 진짜 그때의 억울함은... 나의 미약한 필력으로 뭐라 표현이 안됨.


    그대로 하교하고나서 억울해서 집에서 혼자 또 울었었음.





    글고 이상한게 다음날이었음.




    평소처럼 학교갔는데

    왠지 혼자 뻘쭘하고 죄인같고 그랬던거 같음. 

    히히덕거리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고,

    왠지 그러는건 이치에 맞지 않는거 같다는 느낌도 살짝 들었음.



    암튼, 가만히 자리에 앉아있는데

    그 까불이 지지배가 조용히 내자리에 왔음. 

    블랙죠 내 책상에 놓고

    "너 먹어. 우리 엄마가 너 주래"

    하는거임.


    블랙죠가 뭔지 모르는 사람이 있을수 있는데,

    블랙죠는 지금의 아트라스나, 자유시간같은 초코바의 할아버지뻘 되는 과자임.


    당시에 엄청 비싸고 맛있는 귀한 과자였음.

    부잣집얘들이나 먹는거고

    소풍날에나 먹을수 있는 과자였음.

    정말... 나때는 쵸코랫 같은거 소풍때나 먹는 귀한거였지만

    블랙죠는 그중에 정말 최상급이었음.

    지금으로치면 CF에 금가루 뿌려지는거...

    그뭐냐 황실에서 먹는 초코렛 어쩌고..

    그거보다 더 상위임.




    암튼 나는 멍하니 걔를 쳐다보고 있다가 책상에 떨어지는 블랙죠를 보는 순간.



    영화 '타짜'에서 아귀가 고니의 손목을 낚아체며

    "밑장빼기냐?"

    할때 손움직임처럼.


    아니, 그때보다 정확히 17배 정도의 빠른 스피드로 

    블랙죠를 낚아, 책상서랍으로 손을 넣어버렸음.


    다행히 아무도 블랙죠를 보지 못했던거 같음.


    나는 

    "어.. 고마워"

    라고 나지막히 말을 했고.


    까불이 지지배 선경이는 새초롬하게 살짝 미소짓더니 자기 자리로 가버림.



    블랙죠는 쉬는시간에 혼자 화장실에서 몰래 먹었음ㅋ



    그뒤로 참 이상하다고 느낀게,

    그 일이 있은뒤로 그 까불이 지지배 이선경은 보이지 않았음.




    더이상 까불이가 아니었음.


    뭔가 바뀐걸까...

    쉬는시간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오지랖피며 수다떨지도 않았고,

    반에서 남자편 여자편 다툼이 일어나도 나서지 않았음.





    그뒤로 같은반이 된적은 없었지만,

    매년 운동회때마다 계주로 나와서 반대표로 뛰었음.

    4학년, 5학년,  6학년.


    매년 운동회날마다 은근 계주 달리기에 신경쓰였음.

    일부러 앞쪽으로 나가서 응원하며 계주 달리는 모습을 보기도했음.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음.



    5학년, 6학년쯤 될때는 여자얘들이 남자보다 2차 성장이 먼저옴.



    키도 더 큰경우도 많고 더욱 성인에 가깝게 성장함.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암튼, 나때는 그랬음.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6학년 운동회때 그 지지배 계주로 뛰는거 보고 깜짝 놀랐었음...

    정말...

    놀랐음...






    각설하고,



    그뒤로 초등학교를 졸업을하고..

    같은 학교에 갈수 없었음.

    우리 동네는 당시에 진학할 남녀공학이 없이. 

    남중 남고, 

    여중 여고

    의 연속코스가 당연했기에 어쩔수 없었음.




    내가 기억하는 그 후, 단 한번의 조우는 

    고등학교 1학년때인가 

    중학교 3학년때인가...

    아마 중학교 졸업하기 전 겨울방학으로 기억함.

    친구들 몇몇하고 길을 가는 중이었음.


    "야 쟤 ○○이 아니냐?"

    ㅇㅇ은 그 선경이 말고 다른 여자애 이름을 말한거였음.

    고개를 돌려 친구가 말한곳을 보니,

    초등학교 동창여자애 몇명이 지나가는게 보였음.

    친구가 말한 ㅇㅇ이도 있었고,

    서너명정도있었는데

    까불이 지지배 선경이도 있었음

    무리를 보자마자 선경이가 바로 보였음.




    여자무리도 우리를 봤음.

    우리도 걔들을 봤음.

    하지만 어느쪽도 말을 걸 수 없었음.

    이유는 모르겠지만,

    당시 90년도에는 

    중학생 진학을 하면, 그때부터는 이성끼리 말하거나 아는척 하는게 금지되는

    알수없는 불문율이 있었음.

    아닌곳도 있었겠지만...

    암튼, 우리 동네는... 그때당시에 그런 분위기였음.



    선경이도 나를 봤던거 같았음.

    고개를 약간 아래로 수그리며 한쪽 머리칼을 귀에 꽂을때...


    우리쪽을 살짝 곁눈질로 보는데...

    나랑 눈이 마주쳤음.




    내가 알던 까불거리는 꼬맹이는 없었음

    단발 머리가 찰랑이는 모습이 매우 단아한

    입술사이로 살짝 보이는 치아교정기에

    수줍은 미소를 머금은

    열여섯의 성숙한 소녀가 있었음.




    당장이라도 수줍게 웃으며

    "야~ 너 나 알지?"

    할것만 같았음.




    하지만 순간의 조우를 뒤로하고,

    친구들 무리에 섞여 어찌할새없이 그대로 지나쳤음.



    지지배도 나를 알아봤을까 싶었음.

    말한마디 섞어보고 싶었는데,

    어쩔수 없이 친구들 무리에 섞여 그대로 지나쳐버린거라고

    혼자 생각했었음.



    그뒤로 까불이 지지배 선경이는 한번도 못봤음.

    소식을 건너들은적도 없었음.



    그리워하면 언젠가 만나게되는 

    어느 영화와 같은 일이 일어나 우연히 한번 봤으면 좋겠음.

    사실 딱히 그리워하는건 아니지만...

    걍 한번쯤 생각이남.





    까불이 지지배가 내 자리로와

    "우리 엄마가 너 주래."

    라고 블랙죠를 건네줄때는 미쳐 몰랐음.

    그뒤로 십여년간 여자에게 초코렛을 받지 못하게 될거란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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