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추석이라고 집에 와서 친구랑 만나기로 하여 시내 나가서 당구 한 판 치고 치킨에 맥주 한 잔 가볍게 마신 후 배회하는 중이었습니다.
시간은 자정 전후...... 친구놈이 맥도날드에서 아이스크림이 먹고싶다고 해서 들어갔죠. 카운터 앞에서 주문하려고 서있는데 웬 젊은 여성분(대학교 1,2학년 정도?)이 비틀비틀거리면서 나가시더라고요.
별 신경은 안 썼습니다. 제가 원래 머리가 좀 비상-_-*하고 특히 지나가는 여성분들께 관심이 많아서*-_-* 외형이 어떻구나 하는 건 알았지만 신경쓰진 않았었어요;;
마저 주문을 하려는데 아이스크림 기계가 마감을 했다나 어쨌다나 아무튼 아이스크림을 안 판다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나왔는데 매장 바로 옆 다른 가게 입구에 그 여자분이 쭈그려서 앉아있더라고요.
2칸짜리 계단에 앉아서 고개 떨구고 벽에 기대있었습니다. 진짜 많이 취했나보군 하고 롯데리아로 가서 아이스크림 먹으려는데 거기도 오늘은 판매 안 한다더군요.
그래서 그냥 편의점가서 커피나 사먹자 하고 다시 그 길을 지나가는데 그 여자분은 그때까지 그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거기 앉아계셨던 그 시간부터 지나가는 남자들 100이면 99, 다 쳐다보고 갔었고 몇몇은 반경 5m정도에서 서성거리며 노리는 분위기였어요 -변명은 아니지만 저희는 원래 번화가에서 술 마시고 음주가무를 즐기는 스타일들이 아니라서 길거리에 취한 여성분들 꼬여서 작업 한 번 해보는 것에 취미도 없고 오늘은 더군다나 집에 꼭 들어가야하는 상황들이라 그 분께는 흑심 99%없었고요, 1%는 남자의 본능이라고 해두죠;;-.
편의점에서 마실거리를 사서 나왔는데도 여적 그 상황이길래 주위 사람들 반응도 궁금하고 이런 상황을 직접 눈으로 본 건 처음이라 흥미로워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친구랑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도 하면서 주시하고 있는데 처음 본 시점에서 약 15분 정도 흘렀을까요, 웬 40대 초반의 와이셔츠에 정장바지 차림의 아저씨가 그 여성분 옆에 딱 달라붙어 앉더라고요.
그리고는 역시나 그 여성분께 은근슬쩍 말도 걸고 쿡쿡 찔러보기도 하면서 뭐라뭐라 하더군요.
여성분은 없는 정신에도 짜증이 났던지 살짝 등 돌려서 앉고 핸드폰도 꺼내보고 하며 무시했지만 아저씨의 추근덕거림이 계속되자 힘겹게 일어나서 다시 맥도날드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그 아저씨가 따라들어가더군요.
행여나 같은 회사 상사라던가 일행일 수도 있겠구나 했습니다.
약 1분 후, 그 여성분이 여성친구분과 함께 나오더군요. 두 분 모두 비틀비틀한 상태...... 그리고 약 1m 뒤에 그 아저씨도 따라나왔습니다.
다시 매장 입구에서 가볍게 추파를 던진 듯한데 두 분은 무시하고 어디론가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아, 이 아저씨 까였구나, 쪽팔려서 어쩌냐ㅋㅋ 이러고 있는데 그 아저씨는 개의치않고 거리를 약간 벌려 따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저희도 궁금증 유발되는 상황에 그 뒤를 쫓아갔죠. 평일이긴 했지만 연휴를 앞 둔 평일이고 평소에도 유동인구가 많은 번화가이니 무슨 일을 벌이기야 하겠냐 하는 마음에 그저 호기심 해결을 위해 그 뒤를 따랐습니다.
백여 미터 이동 후 여성분들은 택시 정류장 앞에 잠시 멈춰섰고 그 아저씨 역시 약간 거리를 유지하며 자리를 잡았습니다.
저희도 근처에 있었는데 그 시간에 택시타려는 사람도 많고 택시도 많아서 주의가 약간 산만해졌죠.
그리고 전 그 때 걸려온 전화를 받느라 약 1분 정도 시야에서 놓쳤습니다. 통화가 끝나자마자 친구가 말하더군요.
여성분들 택시타고 가셨다고. 그런데 그 아저씨도 바로 택시타고 쫓아갔다고;;;;;;
우리도 따라가야되는 것 아니냐 했었는데 워낙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곳이라 택시도 많고 그 순간에도 택시들 한두 대가 출발하고 있었습니다.
친구와 얘기해보고 이제와서 따라가는 것은 무리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 포기했습니다만 자꾸만 걱정이 되더군요.
물론 그 아저씨가 여성분들 택시를 따라갔다고 100%보장할 수도 없고, 행여나 따라갔다고 해서 꼭 나쁜 짓을 저지를 것이다 라고 볼 수도 없지만 위험하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잖아요.
집에 오는 내내 약간이나마 걱정되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비록 그분들을 주시한 게 정의감에서 비롯된 건 아니었고 단순한 호기심이었지만 이렇게 된 이상 쓸데없는 돈낭비가 되더라도 따라갔어야했나, 아니면 아저씨가 애초에 접근했을 때 일행인 척 떨궈줄 걸 그랬나 하는 후회 아닌 후회도 생기고요.
아무쪼록 두 여성분들 별 탈없이 귀가하셨길 바라고 이 시간에, 또 오늘 이후 술을 드신 게 아니라 술에 드심을 당하신 많은 여성분(술은 안 드신 여성분들도 다 포함)들은 조금이나마 정신차리고 되도록 맑은 정신으로 안전하게 귀가하시길 바랍니다.
이렇다할 강렬한 내용은 없이 기승기승기승의 이야기지만 저에게는 좀 특별한(?) 경험이라 이렇게 글 써보네요.
그럼 모두모두 탈없고 행복한 추석되시길 바라고 다시 한 번 그 두 분의 안전을 기도합니다.
*글 제목에 여성분들이라고 특정한 것은 물론 술에 만취되는 것은 남녀노를 불문하고 모두에게 위험하겠지만 술에 취한 여성분들은 술에 취한 남성분들보다 더욱 많은 범죄에 더욱 쉽게 노출되기 때문에 그렇게 하였습니다.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세 줄 요약
술에 많이 취한 여성분들과 그분들께 접근하는 늑대 발견.
여성분들 택시타고 출발 후 늑대도 택시차고 바로 뒤쫓아(추정)감 - 범죄 가능성.
항상 몸조심하고 과음하지 맙시다.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