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v의 고백
내 이름은 SCV다.
물론 본명은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우리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을 통틀어 걍 SCV라 부른다.
보수 없는 노가다의 대명사...
혹은 싸구려 소모 유닛의 원조라고도 불린다.
가격은 다들 알다시피 미네랄 50이다.
1.08 패치가 뜨면서 테란이 좋아졌다길래 우리는 내심 우리 가격도 좀 오르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물론 그 기대는 복날 개꿈처럼 날아갔지만...
육체노동을 업으로 삼는 이들에게 임금 인상이란 참으로 힘든 일이다.
그나마 미네랄 50받고 배치되는 넘들은 행복한거다.
줄을 잘못 서 시작하자마자 무임강제징용되는 4명의 SCV들은 우리들 사이에서도
왕따당한다.
돈 없고 빽없는 존재란 이렇게 서러운거다.
그 넘들은 전쟁나면 총알받이 대상 1호다.
사람들은 우리에 대해 알 수 없는 몇가지 편견을 가지고 있다.
우선,우리는 절대 로보트가 아니다.
단지 로보트에 타고 있을 뿐...
로보트를 조종하는 `인간`이다.
죽을 때 핏자국을 안남기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이 오해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엄연한 인간이다.
똑같은 일꾼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우리를 `프로토스`종족의 `프로브`나
`저그`종족의 `드론`과 같은 부류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우리는 절대로 그 하급 유닛들과 틀리다.
우선 프로브란 넘.
그 넘은 말 그대로 `무인 탐사 로봇`이다.
프로브가 어딜봐서 생명체로 보이는가?
그렇게 보인다면 당신 눈이 이상한 거다.
눈에 irradiate라도 당했는가?
가까운 `메딕`에게 restore라도 걸어달라고 부탁해보라.
프로브는 어디까지난 프로그램 짜진대로 움직이는 기계덩이일 뿐이다.
위대한 기술자인 우리들과 비교하지 말아달라.
드론?
유전자 하나로 이루어진 단세포 동물과 같게 취급하는가?
자아도 없고 사고능력도 없이 죽을때까지 일만 하다가 가끔 `변태`나 일삼는
그런 저급한 것과 동격취급하지 말아달라.
심히 기분 나쁘다.
우리는 중앙 사령부(command center)에서 엄격한 교육과 혹독한 훈련과정을
거치고 전선에 배치되는 엘리트 테크니션들이다.
8비트 깡통로봇 프로브나 본능 밖에 없는 드론 같은 녀석들과는 질적으로
......다르단 말이다.
그 증거로 우리는 에너지가 60이나 되지 않는가.
총들고 미친듯이 날뛰는 우주의 양아치 `마린`넘들도 고작 40인데 말이다.
솔직히 마린이나 우리나 계급은 같은 일병(private)이다.
단지 그넘들은 전투부대 소속이고 우리는 지원 및 보급부대 소속이라
업무가 다를 뿐이다.
총 놓고 맨손으로 맞짱뜨면 마린 정도는 우습다.
우리의 힘을 무시하지 말라.
용접기로 지져지기 싫으면.
스타크에 나오는 유닛의 무기 중 가장 강한 무기는 바로 우리가 사용하는
특제 용접기다.
이것말고 그 어떤 무기가 저 단단한 미네랄을 녹일 수 있단 말인가?
소위 스타크의 최강 유닛이라 불리는 `배틀 크루져`의 최강 무기인
`야마토 건`......
그걸로 미네랄 조준하고 쏴 봐라.
아마 `공격할 수 없습니다`라고 컴푸터가 경고할 거다.
야마토 건조차 포기한 미네랄을 우리는 너무도 당당하게 캐낸다.
대단하지 않은가?
존경스러우면 박수 몇 번 쳐도 좋다.
아아,물론 프로브나 드론들도 미네랄을 깎긴 깎는다.
근데 프로브는 사이오닉 광선으로 분리시킬 뿐이고,드론은 더 무식해서
앞발로 판다.
이런 머저리 같은 것들.
문명의 이기를 사용할 줄 모르는 우매한 종족들이로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런 것 들과 같은 부류로 보지 마라.
벙커에 파묻어버리는 수가 있다.
그리고 우리가 별 전투력도 없고 위급할 때 그다지 쓸모 없는 유닛으로
생각하는 인간들이 많은데......
뭔가 크게 착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앞서도 말했지만 우리의 체력은 자그마치 60이다.
일꾼 포함 기본 유닛중에 우리보다 체력이 좋은 넘은 무식한 필드의 깡패
`질럿`뿐이다.
뭐,그 자식들이나 워낙에 몸으로 때우는게 일이니 체력마저 없으면 딱
비명횡사하기 쉽상이니까 그렇다고 치자.
나머지 중 우리보다 체력 좋은 넘 있는가?
숨바꼭질의 달인 `고스트`도 고작 45고 방화범 `파이어뱃`은 50이다.
마린은 말 하기조차 피곤하다.
비록 메딕이 우리와 같은 에너지이긴 하지만,그녀들의 공격력은 전무하다는
점에서 테란 사령부 내에서 `여성 보호 차원`하에 그렇게 만들어 놓은거다.
우리의 체력이 이렇게 높다는 것은 사령부 고위층들도 우리의 우월성과 우수
성을 인정하는 증거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그렇다고 우리가 쓸데 없이 체력만 좋은가?
아니다.우리는 기동성 또한 우수하다.
저 날렵하고 잽싼 저그 종족의 `저글링`조차 발에 힘줄을 박지 않으면
우리를 따라 잡을 수 없다.
어깨에 갑빠만 잔뜩 잡고 있는 질럿들은 말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저 병-신같은 마린들이 저글링떼의 습격으로 느린 발로 인해 뒷덜미를 찍힐 때
우리는 그 넘들을 유유히 비웃으며 전장을 이탈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
다.
(다른 종족 일꾼들도 같은 빠르기이지 않느냐,라고 질문하지 말자.아까도
말했지만 무생명체,단세포체와의 비교 자체가 불쾌하다)
이런 점들도 미루어보아 우리는 다른 시다바리 유닛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고급 유닛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우리를 마린보다 못한 존재로 취급하고
있는 현실이 더럽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부터도 앞으로는 생각을 달리 하길 바란다.
사실 우리는 다른 유닛에 비해 불만이 많다.
박봉에 하루종일 중노동 하는거나 휴일도 없이 1년내내 근무하는 거는
뭐 이제 만성이 되어서 얘기하고 싶지도 않다.
그렇지만 할 말은 하고 넘어가야 겠다.
우리는 `worker`인가 `unit`인가?
굳이 이런 말까지는 안 할려고 했는데 테란 사용하는 넘들 중에는 정말 고등
교육을 못 받은 인간들로 비일비재하다.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자신의 위치에서 열심히 일하는 당신이 아름답다`
우리의 임무는 엄연히 자원의 원할한 수급과 기지 및 참호 설치,보급창 정비와
보수,수리에 주목적을 두고 있다.
못 믿겠으면 스타크래프트 메뉴얼을 참고해라.
우리는 우리 일만 하기도 바쁘다.
애초부터 싸우는 넘들은 마린,파이어뱃,고스트 이런 넘들 아닌가?
왜 가만히 미네랄 잘 캐고 있는 우리들을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로 보내는가
그것도 싸우라고 보낼거면 무기라도 하나 쥐어주든가......
미네랄 캐던 용접기 하나 가지고 저 무지막지한 질럿 패거리들과 싸움이 되냐?
도무지 사령부 자식들은 상식이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넘들이 틀림없다.
거기까지는 그래도 참을 수 있다.
우리는 고급 유닛이기 때문에 용접기 하나만 가지고도 훌륭히 전투에 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대 막상 싸우려고 왔더니 시키는 일은 영 엄한 짓 들 뿐이다.
총알이 코끝을 스쳐가고 여기저기서 비명이 난무하고 저글링의 체액이 터져
나오는 전장 한 가운데서...
지금 벙커나 미사일 터렛 같은 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나?
당신 같으면 할 수 있겠는가?
술이라도 마시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사실 이런데 끌려나갈 때는 경험 많은 SCV들은 미리 암시장에서 구한 스팀팩을
맞고 나간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정말......뽕이라도 맞지 않으면 못할 짓이다.
또 좁은 입구에서 신장 3미터에 양손에 이따시만한 식칼을 든 질럿들이
1열 종대로 딱 막고 서 있는데 가서 틈새를 뚫으란 명령도 받는다.
솔직한 얘기로 `앞에 나가서 너거가 터지는 동안 우리가 뒤에서 점마들 조져
줄게.쪼매만 참아라`라고 얘기하기 미안하니까 그딴식으로 명령 내리는 거
다 안다.
우리가 바보인 줄 아는가?
상식적으로 저 덩치들 사이를 무슨 수로 빠져 나가겠는가?
그러나 우리는 우수한 유닛,어째어째 바보 질럿들이 헤메는 사이를 뚫고 나가
는 용감한 전우들도 있다.
근데 그래봐야 뭐하는가?
우리뒤에서 졸래졸래 따라오던 마린 넘들은 숨어서 대기중인 매복 질럿조와
드라군 조에 암습당해 총 한 번 못 쏴 보고 `간호장교,간호 장교!!!!!`만
불러제끼다 나자빠지고 있으니......
사지를 뚫은 우리는 뒤에서 백업해준다던 넘들 전멸하면 다음은 뻔한 거
아닌가?
차라리 우리를 백업시키고 마린들을 미끼로 써라.
우리는 벙커를 짓고 숨든 도망을 치든 살아남을 자신이 있다.
우리가 피땀흘려 캔 미네랄을 이런 식으로 낭비하지 말란 말이다.
또 단지 발이 빠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우리를 정찰병으로 쓰는 사령관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우리 중에는 가끔 `길치`가 있어서,어디어디쯤 가봐라 명령 내리면
곧장 길 닫는대로 무작정 가는 친구들이 있다.
그러다 길 막히면 다리도 아프고 담배도 한 대 필겸해서 잠깐 구석에서
쉬곤 한다.
그러면 그것 좀 가만 내비두면 마우스에 금이 가냐?
그런 친구들은 거의 예외 없이 적의 병력이 사정없이 밀집된 예상 지역에
던져진다.
그리고 수백개의 발톱과 칼날,총알에 맞고 장렬히 전사한다.
너무하지 않은가?
자원생산,건물제작,건물보수,대공지원,수색임무에 정찰까지......
우리를 너무 `멀티-플레이어`적으로 부려 먹는 거 아닌가?
이게 무슨 축구냐?
당신은 히딩크인가?
그러나 그 와중에서도 적의 동태와 지형 데이타를 6mm비디오 카메라로 찍어
사령부로 전송하는 임무를 결코 잊지 않는다.
왜냐?우리는 명령에 충실한 군인이기 때문이다.
캬~감동적이지 않는가?
이쯤해서 박수 세번 쳐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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