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하여 1997년 12월 11일 2시까지 입대 당일. '논산? 멀지도 않은데 아침에 출발해서 가지 뭐'라고 생각했던 나는 집에서 새벽 출발을 했지만 전날 눈이 허벌나게 많이 오고 논산이니만큼 입대가 겁나 많았는지 한시간을 늦게 도착 입구에서 위병소에 말하자 해당 대기연대로 보내지게 됐다..
그리고.. 2~3일이면 훈련연대로 보내지게 되는데 우리는 무려 대선에서 고 김대중 대통령께서 당선이 되는걸 보고 난 다음 날 훈련연대로 가게 되었다.. 지금은 솔직히 훈련소 몇 주 훈련하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땐 6주 훈련이었고 난 군가를 불러재끼며 언땅에 몸을 부비부비를 하듯 밥 먹듯이 비벼대던 나는 드디어 훈련소 퇴소를 명 받았고.. 빌어먹을 꼬인 군번이었던 나는 100일휴가없이 훈련소 퇴소면회가 전부였다.. (100일 휴가는 98년 부활되었다... 내 군 입대 20일 이후부터..)
어쨌던 정확히 면회가 끝나고였는지 전이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주특기를 받았는데 그전에 논산에서는 제일 먼저 조교 차출을 한다 빌어먹을 조교들이 나를 조교 해보라고 살살 꾀는게 아닌가.. (참고로 나는 약간 마른 몸매에 키가 185cm였다) 이것들이 미쳤나 나를 지옥문으로 끌어 가려는구나.. 생각하고 버텼다 그랬더니 나를 포기한 진상들은 나를 대신한 몇 명의 희생양을 꾀어 유유히 사라졌고.. 조교들의 마수에서 벗어났고 주특기를 받는데 뭔가 분위기가 이상했다.. 공수에서 몇 빼가고 또 어디선가에서 몇 빼 가고.. 같은 논산에서 집체교육.. 일명 후반기교육을 받는 포병들이 빠지고.. 또 일빵빵이라 불리던 보병들이 불리우고.. 난 점점 순위가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이건 뭐지?라고 생각하고 있던 찰라에 드디어 불리었다.. "이병000" 대답을 하고 기다리자 진짜사나이에서 보던 악마의 조교는 나의 주특기를 불러주었다.. "넌 주특기 1211이다" "일병000 질문 있습니다. 주특기1211이 뭔지 모르겠습니다" "탄약병이다" 응? 탄약병? 이건뭐지? 어디서 튀어나온 괴물이냐..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찰라에 같은 내무반을 쓰던 동기하나가 같은 주특기를 받게 되었다 (오래전이라 내가 생각하던 탄약병은 1211이었다. 혹 헷갈렸을 수도..)
이렇게 탄약병 주특기를 받고서 모였는데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끌려가서는 기차에 태워져 가던 중.. 기차는 드디어 도착을 했고.. 그곳은 바로 바로.. 부산에 있는 군수 사렁부였던 것이었다.. 동기들과 우리는 환호했다.. 예쓰~ 그래도 고모부가 힘을 써 주셨나부다.. 역시 우리나라는 연줄이 이래서 필요한거야..라는 즐거운 상상으로 가득차서 대기하는데 간부들이 두번을 왔다 갔다를 했다.. 난 이미 고모부를 철석같이 믿고 있어기에 도도하게 앉아 있었다 (그러나 고모부는 병먹비리가 터짐과 동시에 완전 잠수를 타셨고 그것을 모르고 있던 나는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던 때였다) 그러던 와중에 두군데서 차출을 왔었다 첫번째 부대.. 가면 온갖 관절이 고장나 병신이 되어 나온다는 괴소문이 떠도는 헌병대.. 두번째.. 온갖 감언이설로 행사 나가면 여자사람들한테 인기 많아서 팬레터가 겁나게 많이 온다며 꼬셔대던 의장대였다 그러나 이미 다수의 군 경험을 타의로 했던 바 의장대 가먼 맞아 죽는다는 간접경험을 했으므로 거절하는데.. 이름도 모를 기억도 미친 장교쉐이들은 멈출줄 모르고 덤볐으나 나의 꿋꿋한 의지를 존중해 gg를 치고는 물러섰다 그렇게 의기양양하게 악마들을 물리친 나는 관리간부에게 들은대로 영관급 장교들은 생까고 그나마 별들이 반짝이면 경례를 붙이며 여기 이 군수사가 나의 부대구나.. 아.. 감사합니다를 마음속으로 연발하던 대기 3일째.. 드디어 더블백을 다시 정리하라는 명을 받았다.
하나님.. 부처님과 함께 성인의 반열에 같이 올려드린 고모부께 감사를 드리며 기도 하던중 우리는 다시 버스에 태워졌다. '응? 버스에 태워? 왜 태우지? 군수사가 그렇게 큰곳이 아닌데.. 혹시 잘 모르고 있었나? 군수사가 겁나게 컸나? 이상한데....' 하는 생각을 하며 궁금증을 풀지 못하고 있는데 버스는 꾸역 꾸역 부산을 벗어났고 공포에 휩싸인 내가 도착한 곳은 요즘은 목0촌으로 많이 유명해진 전북 임실의 제 6탄약창이었다
그렇게 탄약창에 도착해서도 성인의 반열에 올려드린 고모부의 힘을 믿으며 긍정적인 마인드로 생각했다. '역시 우리 고모부야.. 첨부터 좋은데 놔두면 병역비리가 터진 이후라 여파가 생길것을 생각 해서 한번더 과정을 꼬셨구나.. 역시 대단하셔' 이렇게 편한 마음을 먹으며 6탄약창 행정중대에서 대기를 했지만 그 때까지만 해도 잠시 후의 벌어질 참사를 알지 못했다. 그렇게 대기중.. 장교 하나가 들어와서 정말 조용히 있던.. 존재감이 먼지와 같던 동기 하나의 이름을 부르며 하는 말에 나는 좌절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말인즉슨.. "000" "이병000" "너.. 할아버님 함자가 어떻게 되시냐" "이병000.. 할아버지의 함자는 0가에0자0자 되십니다" "그래.. 혹시 근무하시는 곳이 0000고 투스타 맞으시냐?" "예.그렇습니다" "그래 알았다.. 너 따블백 메고 나와라.." "예 알겠습니다" 이 말을 끝으로 한동안 대기하던 우리에게 어느 누구의 방문도 없었으며 우리는 각각의 영외중대로 배정을 받게 됐고.. 성인의 반열의 올라가셨던 고모부께선.. 급전 추락해 나의 저주를 받게 되셨다.. 그리고 후일담이지만.. 투스타의 손자인 동기는 부대내의 꿀보직 두번째로 불리던 테니스병을 하게 되었고.. 그 당시 부대내 꿀보직 1위는 쓰리스타의 조카이자 sky대 출신의 대대장 관사 관리병이었다..
이렇게 고모부를 저주하던 나는 엄청난 긴장을 하게 됐고.. 전입중대에서 2주 대기를 하게 되는데 대기 일주일만에 중대를 태풍으로 휘몰아치게 만든 대형 사건의 주범이 되고 말았다..
오래된 이야기인데도 굵직한 사건들은 다시 생각나네요.. 혹.. 반응이 좋으면 밤중이나, 내일 새벽에 한편 더 투척하고 아니다 싶으면, 내일 점저쯤, 혹은 오후쯤 투척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