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자랑할건 아니지만 기분이 너무좋아서 눈팅만 하다 글을 쓰네요.
오늘 힘든 일과를 마치고 퇴근을 하려고 버스를 탔거든요.
근데 바로 반대편에 할머니가 앉아계셨는데
포스가 남달랐어요.
그냥 기억나는건만 적자면 노랑 짧은머리에 레게처럼 올백을 하시고
귀엔 황금색 동그란 귀걸이, 등엔 백팩...눈에 안띨수가 없었어요.
전 그냥 퇴근하면 음악을 듣는데 할머니가 운전사한테 가시더니
'화곡동 가는데 언제쯤 내리면 되냐고 그러시더라구요'
참고로 제가 탄 버스는 65번 의왕에서 안양까지만 운행되는 버스인데
할머니께서는 버스만타면 화곡동으로가는줄 아시더라구요.
운전사가 어이가없었는지 '서울가시는거면 이버스는 안가요.전철타고 가세요'라고 하더라구요.
그래도 친절하게 전철타는곳 알려드릴테니까 거기서내리라고 하시더군요.
승객들은 전부 신경도안쓰고 할머니는 어쩔줄몰라 언제 내릴까 가방을 꼭쥐고 주변만보시더라구요.
음악을 듣다가 안절부절하는 할머니를 보고 '저내리실때 같이 내리시면 되요.'라고했습니다.
계속 제가 내릴때까지 지켜보시더라구요.'설마 전철도 모르시는건아니겠지?'라는생각이 스쳐가서
내리면서지켜봤는데 역시나 바로앞전철역 반대편으로 가시더라구요.
'할머니 저따라오세요.제가 가는방향 알고있으니까 알려드릴게요.'
'택시타고가면안될까?여기서 화곡까지얼마나와?'
'3만원 넘게 나올거에요, 지하철타시는게 나으세요.'
'그렇게 많이 나와?내가 전라도들렸다 올라왔는데...@#$^$#^$%.....'
올라가면서 짐을들어드렸는데 무겁게 드시던 짐가방이 꽤나가볍더라구요.
쫌 맘이 찌릿했다고나할까...
전철역에서 지하철표를 보여드렸는데 글씨가 작아서 못보실것같아서 볼펜으로
'여기서 신도림으로 갈아타시고 영등포구청에서 화곡역으로가시면 되요.제가 여기다 표시해드렸으니까
잊으시면 여기 표시한곳을 물어보면 쉽게 가실수있을거에요.'라며 환승역과 화곡역에 표시를 하고
성북방향 플랫폼을 알려드리고 지켜봤습니다. 할머니께서 정말 고맙다고하시더라구요.
정말 별거아닌일이었는데 집으로 가는길에 저도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며
발걸음이 가벼워지더라구요.
요즘 세상사람들 삭막해졌다고하는데 저도 그중하나였거든요.
어릴적엔 그렇게 오지랖도 많았는데 나이먹고 무신경했는지...
작지만 기분좋은일 했는데 베스트 보내주실수있을까요?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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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2/06/25 19:35:44 119.197.***.6 해가남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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