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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freeboard_298577
    작성자 : duiro
    추천 : 0
    조회수 : 151
    IP : 216.165.***.11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08/05/05 12:35:10
    http://todayhumor.com/?freeboard_298577 모바일
    단편 한번 써봤어요.
    -------------------------------------------------------------

    첫 강의는 항상 두렵고 신선하다.
    주위를 둘러보니 나를 포함해 겨우 15명 남짓. 
    그래도 자리 하나는 잘 골랐다. 주변에는 아리따운 여학생이 6명이나 앉아있으니까.
    내 왼쪽으로 동양인 여덟명이 모여 앉아 자신들만의 언어로 시끄럽게 떠들어댄다.
    자기들끼리만 앉아있는 모양새가 맘에 안들기는 하지만, 같은 동양인이라 그런가, 왠지모를 동질감이 느껴진다.
    게다가 그중 한명은 수화를 하고 있다. 강의는 어떻게 들으려고.
    내 뒤편에 있는 문에서 교수님이 들어오신다.
    교수님은 고약한 인상에 하얗게 샌 머리가 무뚝뚝하게 느껴진다.
    과연 저런 교수님이 내가 생각했던 만큼 재밌는 인류심리학을 가르치실 수 있을까..
    우리는 책을 펴고 한페이지, 한페이지 읽어가기 시작한다.
    자꾸 내 왼쪽 뒷편에 앉아있는 여학생이 눈에 띈다. 귀여운 얼굴에 수줍은 표정. 
    게다가 나와 눈이 마주칠때마다 부끄럽게 웃는것이, 강의가 끝나면 말이라도 걸어봐야겠다.
    내 오른편에 앉아있던 여학생중 한명이 뭔가 실수를 했나보다.
    그 여학생의 친구로 보이는 다른 여학생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뒤이어 교수님의 표정도 굳어간다.
    동양인 학생들의 알아듣지 못할 괴상한 언어도 점점 시끄러워진다.
    나의 심장을 점점 빨리 뛰다가 쪼그라드는 것처럼 느껴진다.
    무슨 일일까?
    실수를 한 여학생은 참지 못하고 울면서 뛰쳐나가고, 그녀의 친구로 추정되는 4명의 여학생도 뒤따라 쫓아 나간다.
    교수님은 아무 말 없이 굳은 표정으로 서 계신다.

    내 뒷편에 앉아있던 귀여운 여학생은 무슨 여유인지 킥킥대며 천진한 웃음을 참으려 애를 쓴다.
    다시 나를 보더니 눈웃음을 보낸다.
    아- 어제 클럽에서 삼켰던 엑스터시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황홀하다.
    무엇인가에 홀린듯 나는 아무 말이 없는 교수님께 다가간다.
    "저, 이 강의는 언제쯤 끝나나요?"
    교수님은 나를 힐끗 보시더니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 대꾸를 안하신다.
    내 뒤에선 분명히 그 귀여운 여학이 날 보고 있을텐데.
    "교수님. 제가 무례하게 구려고 하는게 아니라 이렇게 앉아 있기만 하는게 무의미해서 말입니다."
    공손한 태도가 통했을까,
    "아 그런가. 25분 쯤에 강의를 끝내도록 하지."
    시계를 본다. 시계는 물결같은 모양에 시침과 분침은 가윗날로 만들어져 있다.
    지금은 6시 45분. 7시 25분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다.

    뒤돌아 자리로 돌아가며 그 귀여운 여학생을 보는데 그 여학생은 수화를 하던 동양인과 수화로 이야기 하고 있다.
    용기를 내 그녀에게 묻는다.
    "쟤 귀가 안들리는 애야?"
    그녀는 나를 보더니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혹시 얘도 벙어리인건 아닐까.
    "너 뉴욕에 사니?"
    귀여운 여학생은 수화를 멈추고 그 동양인에게 묻는다.
    아, 얘는 벙어리는 아니구나. 아무 대답이 없다.
    역시 말을 알아듣진 못하는걸까.
    하지만 곧 다른 동양인중 한명이 수화를 하던 동양인에게 알수 없는 언어로 뭐라고 말해준다.
    그러자 바로
    "맞아" 라는 대답이 들려왔다.
    난 그녀가 이제 저녀석은 관두고 나와 이야기해주길 바란다.
    교수님은 우리에겐 관심도 없이 강의를 계속하신다.
    "... 인간이 악한 행위를 하면, 그는 내면적으로 분열되어 두 개체가 됩니다."
    무슨 말인지.

    교수님은 예를 들어 보여주겠노라며, 갑자기 내게 다가오시더니, 어디선가 용액 안에 보존되어 있던 염소의 꼬리를 가져와 시계에 붙어있던 가윗날로 자르기 시작한다.
    "이제 이걸 여기 이 강아지에다 붙일겁니다."
    나는 숨도 쉬지 못하며 이 괴이한 광경을 바라보고 있다.
    가윗날로 염소의 꼬리를 자른 뒤 교수님은 두명이 되신다.
    교수님의 강아지도 두마리가 된다.

    한명의 교수님은 한마리 강아지를 데리고 어디론가 가시고, 
    또다른 한명의 교수님은 또다른 한마리의 강아지를 높은 선반에 올려놓고 팔짱을 끼고 계신다.

    나는 내 뒤에 앉아있던 나의 귀여운 그녀를 바라본다. 그녀도 나를 뚫어져라 바라본다.

    ----------------------------------------------------------

    살바도르 달리와 데이비드 린치 작품들을 보고 영감을 받아서 써봤어요. 
    줄거리보다는 의식과 분위기의 흐름, 그리고 혼돈스러움에 포커스를 두고 써본다고 쓴건데..
    코멘트까진 바라지 않고 그냥 쭉 내리셨으면 한번 읽어봐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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