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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푸른태양의 폭발 충격으로 정신을 잃은 채 태양계 밖으로 날아가던 아스가르드는 다른 태양계 소행성 중력에 걸려 떨어진 뒤에야 깨어날 수 있었다.
떨어진 소행성의 자전 속도는 굉장히 빠른 편이었다.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지평선으로 떠오른 태양은 금세 하늘을 가로질러 반대쪽 지평선으로 져버렸다.
그리고 또다시 지평선으로 떠올라 금세 지는 태양은 폭발의 충격으로 정신을 헤매는 아스가르드를 더욱 어지럽게 하였다.
아스가르드는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잠깐 일으켜 세웠던 상체도 금세 땅바닥으로 다시 눕히고는 깜박이듯 뜨고 지는 태양 빛을 보고 있었다.
“그 녀석들 신호라도 주고 태양을 갈랐어야지”
누워서 조금 전 있었던 태양 사냥을 생각하던 아스가르드는 자신이 태양 가까이 다가온 것도 모르고 태양을 폭파한 공격수 놈들을 원망하고 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아스가르드 자신의 잘못이 더 컸다.
원래 별사냥을 할 때 몰이꾼이 공격수가 있는 태양으로 가지 않는다.
순전히 태양이 폭발할 때 가까이 있다 충격파에 날아가 버린 아스가르드의 잘못인 것이다.
거대 푸른태양의 폭발은 다분히 위력적이었다.
상체를 일으켜 고개를 돌려보던 아스가르드는 전투 중 너덜너덜해진 방어구가 모두 날아가 버린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욱신거리는 몸을 가누고 겨우 일어나 주위를 살펴봐도 떨어져 나간 방어구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손에 들고 있던 붉은 미즐검도 보이지 않는다.
아스가르드는 자리를 떨쳐 일어나 한동안 소행성 주위를 돌아봤지만 방어구와 붉은 미즐검은 찾을수 없었다.
자신이 떨어졌던 소행성을 거의 모두 돌아본 뒤 같은 궤도를 돌고 있는 이웃의 소행성까지 뒤졌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돌아가 봐야겠다.”
지친 몸으로 혼자 찾는 것도 힘들었고, 이왕이면 그레와 하오니라도 데려와 찾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푸른태양을 사냥하던 곳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푸른태양을 사냥하던 장소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거대 푸른태양이 있던 자리가 이쯤인 거 같은데..”
푸른태양의 폭발로 중력장에 잡혀있던 태양계 모든 천체가 날아가 버려서 태양계가 있던 자리는 텅 비어 있었다.
폭발의 잔재로 아직 식지 않은 뜨거운 성운만이 태양계였던 자리 외곽으로 흩뿌려지고 있다.
“거 정말 냉정한 별사냥꾼놈들일세...”
아스가르드는 시간이 얼마나 흐른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냥 중 사라져버린 동료가 있으면 찾거나 기다려줘야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레, 하오니 이것들은 어딜 간 거야? 내가 없는데도 자리를 이동한 거야?”
생각해 보니 다쳤던 그레와 하오니를 태양계 외곽 행성에서 기다리라고 했던 기억이 났다.
“기다리라고 해서 그 행성에서 기다리다 같이 날아가 버린 건가? 바보 같은 녀석들!”
다시 한번 태양계를 살펴보지만, 텅 비어있는 공간에 어둠만 가득 차 있다.
그때 아스가르드 정면의 어둠을 가르고 하얀 점하나가 다가오는 게 보인다.
금세 아스가르드 앞으로 다가와 멈춰선 하얀 점은 그가 별 사냥 중 마주하고 싸웠던 이 태양계의 신이었다.
"어째서 다시 온 것이냐?"
두 눈을 부릅뜨고 아스가르드 경계하는 신은 전투의 흔적을 고스란히 걸치고 있지만, 아스가르드보다 상태가 좋아 보인다.
아스가르드는 다시 한번 후회하는 중이다.
사냥 중 태양으로 가지 않고 중력그물에 잡혀있던 신들을 처리했다면 이런 난처한 상황과 맞닥뜨리지 않았을 것이었다고 두 번 세 번 마음속으로 자신을 책망했다.
아마도 잡혀있던 중력그물이 태양계 바깥으로 날아가다 약해지면서 뚫고 나온 모양이다.
이대로 라면 처리하지 않았던 나머지 신들도 조만간 몰려올 것이 뻔하다.
방어구도 무기도 없는 데다 많이 지쳐있는 아스가르드는 그들을 상대할 방법이 없다.
빨리 자리를 피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도망갈 생각은 말아라. 도망가더라도 잡지 않겠지만, 잡겠다 생각하면 너 하나 정도는 막을 자신 있다"
아무래도 초췌한 아스가르드 모습과 무기도 없는 게 뻔히 보이는 모양이다.
"잡을 이유가 없다면 난 가겠소, 조금 있으면 당신의 동료들도 올 것 같은데, 보시다시피 지금은 당신들을 상대할만한 상황이 아니라서.."
"걱정하지마라 너를 원망하거나, 책임을 물으려는 건 아니다. 물론 마음 한편으로는 너희들의 검은별을 하나하나 전부 찾아내 파괴하고 싶은 생각이야 있지만... 원수를 원수로 값을 생각은 없다. 단지 묻고 싶은 게 하나 있어서다"
아스가르드의 말을 끊으며, 말을 하는 이 태양계의 신은 아스가르드를 크게 원망하는 거 같지는 않았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으나, 자신과 싸우려고 온 것은 아니라는 판단에 약간의 안도감이 드는 아스가르드였다.
"그래, 묻고 싶은 게 뭐요?"
"별 사냥꾼들은 태양의 희귀원소만 수집해 간다 하던데 맞느냐?"
"태양을 사냥해서 태양의 희귀원소 외에 필요한 게 무엇이 있겠소?"
"그렇다면 행성들은 그대로 두고 희귀원소만 수집해 간다는 말도 맞는 말이냐?"
아스가르드는 상대의 질문 의도를 정확히 파악할 순 없었다.
하지만 별 사냥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태양을 사냥하기 때문에 그렇게 불리는 것이지 태양계 안에 행성들까지 사냥한다면 태양계사냥으로 불리지 않았을까 생각 했다.
따지고 보면 태양을 돌고 있는 행성 중에도 약간의 희귀원소를 가지고 있는 행성이 없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그런 행성들의 희귀원소들은 값어치가 거의 없거나, 값어치가 있더라도 그 양이 많지 않아 별 사냥 후에 수집하지 않았다.
"우리는 행성들 따위에는 관심 없소?"
"그나마 다행이구나.."
"행성을 찾고 있소? 행성은 무엇에 쓰려고...?"
아스가르드는 자리를 피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크게 쓸모가 없는 행성의 행방을 묻는 상대의 생각이 궁금했다
"내가 키우던 행성을 찾고 있다."
"행성을 키워? 뭐 별이라도 만드는 중이었소?"
행성 중에는 가끔 별이 될 자질이 있는 행성도 있었다.
물론 돼봐야 갈색왜성이나 작은 붉은태양 밖에 안 되겠지만 자신들의 모항성태양계에서 세력을 쌓아가며 제2의 태양이 될 수 있는 큰 행성들은 분명히 존재했다.
"그 행성에 내 분신 같은 생명체들이 살고 있다."
"생명체?"
"다른 별을 파괴하고 희귀원소 도둑질이나 하는 검은별의 신들이 행성과 생명체를 키우는 마음을 알 수 없겠지."
"생명체를 키워서 무얼 한단 말이오?"
"우주에는 미즐같이 단단하고 무거운 희귀원소들만 있는 게 아니다, 너희들이 필요 없다고 버리는 원소들도 모두 하나하나의 존재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 보이는 원소들이 뭉쳐져서 만들어지는 게 우주고, 별이고, 행성이다. 그래서 태양계의 주인은 태양만이 아니다. 그 안에 행성들도 생명체들도 소행성들도 하나하나의 구성원이자 주인이다. 그들을 하나로 묶어주고 에너지를 나누어 주는 게 태양이어서 좀 더 중요한 존재처럼 보일 뿐, 너희들처럼 희귀원소가 많다고 중요해 하지는 않는다."
"이해는 가지 않지만, 그것이 다 무슨 소용 있겠소, 태양이 파괴돼 버리면 모두 소멸해 버릴 것을"
"어머니태양이 파괴된다고 모두 소멸하지는 않는다, 너희들이 따로 건드리지만 않는다면 행성도 남아있을 것이고 행성의 생명체들도 살아있을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 아니더냐? 빛의 에너지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어머니태양이 파괴돼도 이렇게 살아 있지 않더냐? 조금 비굴하긴 하겠지만..."
"질문은 다 한 거요?"
"그래 나도 이제 길 잃은 행성을 찾아봐야겠다. 다른 인연이었다면 고맙다 했을 것인데, 그리 고맙지는 안구나 어서 떠나라!"
"마지막으로... 찾고 있는 행성을 찾으면 어떻게 할 거요?"
"내가 소멸하기 전까지는 지켜줘야겠지... 적당한 태양도 찾아주고..."
이해되지 않는 푸른별의 신의 말을 뒤로하고 아스가르드는 또 다른 신이 올까, 금세 자리를 박차고 날아갔다.
가면서 다시 생각을 해봐도 이해되지 않는 대화들이었다.
행성을 키운다니, 모항성 태양이 파괴됐는데도 다른 항성을 찾아 키우겠다니, 검은별의 신 아스가르드로써는 이해할 수 없는 가치관이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태양계 외곽을 완전히 빠져나올 때쯤이었다.
구상성단 중앙의 서쪽에서 커다란 별빛이 폭발하더니 강한 진동파가 우주의 어둠을 타고 전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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