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례 받다.’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세례는 그리스도교에서 행해지는 하나의 중요한 의식(儀式)으로 육체는 죽고 그리스도 안에서 다시 태어남을 상징합니다. 새 신자들은 세례를 통해 교회의 정식 신자로 인정받으며 머리에 물을 적시거나 이마에 물을 뿌리는 약식(略式)을 행하며 세례를 받습니다. 한편, 물을 사용하여 사람을 깨끗이 한다는 관념은 고대 동방 종교에서도 그 기원을 찾아볼 수 있는데, 새로이 태어난다는 신생(新生) 또는 재생(再生)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전 포스팅에서도 알려 드렸지만 커피가 세례 받은 사연을 설명하기 위해서 커피의 기원을 다시 한번 소개합니다. 기원전 6-7세기경 아프리카 이디오피아의 칼디라는 염소치기 소년이 살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기르던 염소들이 처음 보는 빨간 열매를 먹고 흥분 상태가 되어 계속 달리고, 밤에도 잠을 자지 않았다고 합니다. 호기심이 강한 칼디도 그 열매를 먹어 보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몸에서 힘이 나고 기분이 상쾌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후 칼디는 열매를 따서 사원의 승려들에게 나눠 주었습니다. 승려들 역시 먹어 보니 기분이 좋아졌죠. 하지만 처음에 승려들은 이 열매를 악마의 유혹으로 생각하고 불에 태워버렸습니다. 그럼에도 커피는 많은 사람에게 알려져 나가며 사랑을 받게 됩니다.
1615년, 커피는 베니스 상인들에 의해 처음 유럽에 알려지게 됩니다. 그 뒤 르네상스 시대에 들어서며 지식인과 예술인들 사이에 암암리에 퍼져 나가게 되지요. 이토록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면서도 퍼져 나갔던 이유는 이슬람의 음료라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당시 유럽은 기독교가 국교로 지정될 만큼 교회의 영향력은 무척 강했습니다.) 특히 교회 지도자들 사이에서는 이슬람의 음료로 불리는 커피를 기독교인이 마신다는 것은 금기 아닌 금기로 내려져 오고 있었던 것이지요. 때문에 가톨릭 신자들은 커피를 이교도의 음료, 사탄의 음료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나 커피가 있는 곳에는 지식인과 예술가들이 모였고 그들은 늘 커피와 함께 했습니다.
커피, 교황 클레멘트 8세에게 세례 받다
그러자 커피를 반대하는 교회 지도자들이 교황에게 커피 풍습을 금지해 달라고 청원을 하기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그리고 가톨릭 교황은 이 청원을 받아들였고, 1605년 당시 교황이던 클레멘트 8세는 판결을 내리기 전에 커피를 한 번 시음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시음의 결과, 짐작되시나요? 교황 클레멘트 8세는 커피 맛에 매료되어 교회의 지도자들과는 정반대의 판결을 내렸습니다. “술탄의 음료이긴 하나 참으로 감칠맛이 나는구나!. 신을 모르는 이교도들만 이 음료를 마시게 하는 것은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것에 세례를 베풀어 사탄을 바보로 만들고, 기독교의 음료로 만드는 게 어떻겠는가!” 이렇게 커피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세례를 받은 음료가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