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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story_29712
    작성자 : SBear
    추천 : 2
    조회수 : 1154
    IP : 121.186.***.28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0/04/23 13:57:49
    http://todayhumor.com/?lovestory_29712 모바일
    첫 사랑
    󰡒헤어지자󰡓
    오늘 너에게 했던 말이야. 
    너와 만났던 날, 친구가 소개시켜준 널 만났던 날.
    꽤나 더운 날이었음에도 어제 산 긴 치마를 굳이 입고 갔던 날. 
    그렇게 너와 내가 맺어진 그 카페에서 그렇게 널 알았던날.
    그 카페에서 너에게 했던 말. 
    어제 내가 그 카페에서 했던 말.

    그 날 분명 꽤나 더운 날이었지만 난 어제 산 긴치마를 입고 갔어. 어찌나 덥던지, 시내 한가운데 카페 안이었지만 차라리 벗어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더웠으니까. 하지만 그 덕분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였는지, 그렇게 될 운명이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넌 나의 사귀어 달라 했지. 그렇게. 우린 만났지. 
    분명 1주일 전처럼 네가 고백했던 그때의 네 목소리 떨림과 그 때의 표정 모두가 선한데. 어느새 이렇게 지나 버린걸까. 미안, 헤어진다는 말을 할 때도 안 울었는데. 왜 지금 눈물이 나는지. 어차피 받게될지 못 받을지도 모르는 편지지만. 미안해. 적셔서. 하지만 이건 기뻐서 우는 거야. 그때의 기억이 기뻐서, 슬퍼서 우는거 아냐. 정말이라구. 정말이야. 네가 기억하는 것처럼 그냥 그저 그런 젊은 날의 아련한 추억이 생각나서 그러는 것 뿐이야. 너도 지금의 기억이 젊은 추억이 되어 빨리 나 같은 여자 잊고 좋은 사람 만나길 빌게. 난 겁이 많아서. 
    미안해.
    (실은 너에게 잊혀진다는 생각 따위는 정말 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그게 우릴 위한 일이라는 걸 알아. 그러니 잊어버려)

    난 말야 어려서부터 아이를 좋아했어. 그 달짝지근한 크림 빛 피부와. 그 복숭아 빛 볼. 그 예쁜 입술까지. 모두 그 작은 몸 하나 하나가 세상이라는 배경에 어울려 있는 것이 정말로 참 예뻣어. 아주 예쁜 인형처럼. 내가 차마 가질 수조차 없을 그런 예쁜 인형처럼말야 너무 아름다워서 내가 절대로 다루기는커녕 가질 수 도없을거라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왜 이렇게 되어버린걸까, 미안해 뭔가를 품어내고 있어, 따뜻함과 이질감, 그리고 뭔가모를 아렴함과 함께 상실감까지도.

    무서워. 
    무서워.
    아. 이런 말하면 안될 텐데. 그래서 우리 헤어졌는데. 그래서. 그랬는데.... 조금더 가뿐히 털고 일어날 수 있도록, 널 흘리려 했는데. 잔인하고 참혹한 일이어도, 그것이 우릴 위한 것이라 믿었기에 그래서 그랬는데. 
    내 전화기가 울리고 있어. 아마 네가 전화하는 거겠지? 너또 바보처럼 울면서 전화할테지? 어디선가 술에취해 구르며 전화하는 거겠지? 하지만 미안해 받을 수 없어, 좋은 추억이 되기 위해선 받을 수 없어. 비록 내가 널 사랑한다 할지라도. 그럴 수는 없어. 더 이상 사랑할 수 없어. 아니, 해서도 안돼. 어디까지나 좋은 추억이 되기 위함이야. 사람은 현재보단 과거에 집착하기 마련 일테니까. 사람의 기억은 언제나 추억에 더 많이 남기 마련 일테니. 지난 과거는 잊어주길 바래. 내 머리카락 그 한올까지도. 언젠가 너의 입술과 내 입술에 남은 그 일말의 온기와 서로의 타액이 오고 갔던 그때의 따스한 공기까지도,

    너와 내가 처음 입맞췄을 때. 나 정말 떨었다? 세상사는 사람 모두가 한번쯤은 하는 일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키스의 무게가 내게 가벼워지는 것은 아닐 테니까. 누구나 다 한다고 해서 너와 나의 추억이 사라질 수 없는 것처럼. 
    네가 분위기를 잡으려고 했을 때. 그건 너무 어설펐어.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오려고 하는 걸. 그 얼굴과 말투를 옆에서 들었다면 아마 누구나 다 알 수 있을 꺼야. 네가 키스하려고 한다는 건. 아마 세상 사람 누구라도 다 알았을 꺼야. 마치 `키스하고 싶어요!` 라고 얼굴에 써 붙이는 것이 더 정직해 보일 정도였으니까.
    내가 조금 얌전히 있었어야 했는데. 아마 그랬어야 네가 조금 더 기뻐했을지도 모르겠어. 나도 참, 주책 맞게 니 맘을 알고 있었어도 그렇게 행동했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은 떨려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어. 결국 네가 분위기 잡는거 포기하고, 괜히 이유도 없이 시무룩해져있는 것처럼 보였지. 하지만 한참 뒤에서야 난 `아차!` 했었다구. 하지만 여자 마음 이라는게 왜 그러는지. 참. 역시 여자라는 동물은 변덕이 심해, 나도 여자이긴 하지만 말야. 그때 내가 너에게 키스했어. 고개 숙이고 있던 너에게. 그때 날 야한 여자라고 생각하지는 않았겠지? 그때 말이야. 하지만 난 그때 네 입술이 너무 예뻐 보여서 너무 귀여워서 꼭 먹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야. 그 붉은 입술에 내 입술을 포갠 상태로 그렇게 너와 난 키스를 했어. 난 첫키스를, 넌 어떤지 아직도 잘 모르는구나. 그때가 처음이었니? 난 네가 처음이었어. 잊어야할 키스가 첫키스가 되는 것도 잔인한 일일꺼야? 그렇지?
    미안 또 다시 눈물이 나서 진정을 좀 시켜야겠어 이런 말 하면서 눈물나면 안될텐데. 
    울어선 안될텐데.
    넌 다정하고 착하고 때론 용기도 내주어서 우린 정말 아름다운 연인이라는 명칭이 붙어도 될 만큼 그렇게 어울렸고 사랑했어. 아마 내 착각은 아니겠지? 후흣, 그리고 난 네게 날 안을 수 있게 했지. 그날 밤은 아마 잊지 못 할 꺼라 생각해. 
    사랑이란 때때로 서로를 미치게 갈구 할테니, 그렇게 우린 서로의 몸을 원했고, 그 하얀 침대의 시트 속으로 녹아 들어갔어. 네가 옷을 벗기려고 할때, 난 왠지 모르게 무섭고 기분도 이상해서 그냥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의외로 눈에 띈건 얼굴이 빨개 질대로 빨개진 너였어, 난 긴장이 풀어져서 순간 피식 웃고 말았고 그 웃음에 따른 네 웃음도 그 이불 속에서 어설프게 울렸어.  그래서 우린 더욱 편안한 섹스를 할 수 있었어. 조금 더 아름다운, 남들보단 특별한 것이라고 믿는 그런 섹스, 비록 지금은 멀리 있어도 그때의 네 살결은 잊지 못할꺼야. 가느다란 손가락과, 작지만 조금은 남자다운 가슴까지도. 다시 그러고 싶은데 그러지 못 하는게 서러워. 다시 사랑하고 싶은데, 다시 서로를 안고 그렇게 각자 자신을 알고 싶은데. 하지 못하는게 슬프고 괴로워, 그래서 서러워.
    미안해, 난 무서워. 
    무서워.

    난 애가 생겨버렸어. 분명 안전한 날이었는데. 이상하기도 하지. 언젠가 들은 단 5%정도의 확률에 내가 걸려버린 걸지도, 그래서 그런 걸지도, 요즘 헛구역질이 점점 더 심해져가고 있어. 내 속에 자라고 있는 아이가 밖으로 나오고 싶어하는 건지, 내가 아이를 뱉어버리고 싶은 건지 모르겠지만 내 안에 누군가 들어와 있다는 건 이길 수 없는 이질감이 들게 해, 너와 나의 아이라곤 하지만, 난 그런 인형은 가질 수 없어, 무서워서,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고 싶어. 하지만  이 녀석을 없애버리면 다시 예전처럼 돌아 올꺼라고도 생각하지 않아. 분명 없애도 이 뭔가 모를 상실감, 내 자신을 알게 된다는 것을, 아니, 내 안에 뭔가를 기르고 있다는 느낌은 아이에게나, 나에겐 좋지 않은 거라는 예감 일꺼야. 아니 확신일지도. 지금의 난 인형이 필요치 않아.

    ■ 지우기로 했어. 

    아이를 지우는 일이 끔찍하고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 학교에서의 배운 그런 일을 당하게 될꺼야. 하지만 난 힘이 없는 걸. 너무 무서워서 어쩔 수 없던 거야. 너도 잘 알잖아. 난 겁이 많다는 것. 그래서 너도 항상 나를 집까지 바래다 주었잖아.
    요즘은 어두운 밤의 골목길에 혼자 놓여져 있는 기분이야. 누군가 필요하다고 소리라도 질러야 할텐데. 난 그것조차 무서워. 그 안에 그대로 살고 있는 그런 기분에. 무서워서.
    하지만 스스로 그 골목길을 벗어나는 것과 같은 것과 비슷할 꺼라 생각해. 내가 아이를 지우는 것은. 하지만 내 안에 한 순간이나마 존재했었던 무언가를 잃어버린다는 것도 그것 나름대로 역시 커다란 `상실감`이겠지. 그런 마음으로 나, 널 만나 예전처럼 웃고 사랑할 수 없어. 다시 예전처럼 서로의 입술을 탐하고, 서로의 혀를 엮을 수 없어. 그 달짝지근한 서로의 속삭임을, 그 행복도 다시 겪을 수 없어. 
    내가 느끼는 골목길에서 벗어나는 일만큼, 지금의 상황을 잊는 것이 쉽다면 좋을 텐데, 하지만 현실은 꿈처럼 지어진 글이나 생각 따위가 아닐 테니, 
    차라리 아름다운 추억이 되길 빌게.
    영원히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버리길. 
    그렇게 빌게.                                       

    ■ 그래서 나를 추억해 준다면, 그것에 감사하며.
                                              추억이라도 네가 할 수 있다면.

      이 편지는 지금 당장 보내지는 않을게. 너와 난 하나였으니까. 내 몸에서 녀석을 제거하는 건 내일 할꺼야. 그리고 나서 내 몸이 다 나을 때. 그나마 예전의 기분의 10분의1이라도 되찾을 수 있을 만큼의 시간이 흐른 뒤에 보낼게. 미안 다시 울면 안됀다고 다짐했는데. 지금의 눈물 자국 따위는 언젠가 너에게 보낼 때는 희미한 편지장의 조각 따위로 남아버리겠지. 그래도. 그런 것도 남기진 않을게. 울지 않을께.

    하지만 이 편지가 네게 갈거 라고 생각하고 쓴 말이야.
    사랑해. 
    미안. 지금 난 너무 무서워.
    네가 조금 더 날 알아주었으면 좋을 텐데. 
    조금 더 우리 사랑했다면 좋을 텐데.

    p.s 
    내일 병원에 가볼 생각이야, 누군가의 동행 없이는 처음으로 가보는 병원이겠지만, 이런 식이 되는 것 세상 누구나가 느끼기에도 잔인한 일 일꺼야. 병원에 가서 문든 네 생각에 눈물을 흘리지나 않으면 좋을텐데. 누군가에게 들은 적있어, 애를 지우는 일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커다랗고 긴 수슬 도구가 내 안을 휘저을테지. 그 안에 아이의 피가 요동치고, 난 내 안에 언젠가부터 담겨진 양수를 흘릴꺼야, 잔인하지? 내가 어떻게 하면 되는 걸까? 단지 무서움만 내 머릿속에 남아버릴 것 같아. 

    널 보고 싶어, 하지만 널 보기에 내몸뚱아리는 너무 비참해졌어, 
    미안해.
    난 두려워 
    아마 내 안의 아기와 내일보다 두려운 건 너의 얼굴일꺼라 생각해.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버리길. 
    그렇게 비는 일이 아마 내가 할 일 일꺼야. 
    그렇게 비는 일이 내가 할 일일꺼야. 
    차가운 수술대에 몸을 누이고 그렇게 빌게. 
    그렇게 빌게. 
    그렇게 빌게.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0/04/23 14:03:47  211.253.***.34  NoviPo
    [2] 2010/05/01 21:06:22  66.249.***.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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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능하면 1일 1시] 가을과 겨울 사이9 창작글 †촘갸늠† 24/11/22 09:52 125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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